볼프 13

서로박: 브레히트의 '갈릴레이의 삶' (2)

(앞에서 계속됩니다.) 10. 천체 물리학 연구의 위험성: 그런데 문제는 다음의 사실에 있었습니다. 이성에 대한 신념 내지 대단한 학문적 열정은 역설적으로 주인공의 정치적 감각을 무디게 만든다는 사실 말입니다. 갈릴레이는 보다 많은 수입 때문에 베네치아 공화국을 떠나, 피렌체로 거주지를 옮깁니다. 갈릴레이는 수학자였습니다. 그러나 수학의 원리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고 학문에 몰두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래서 그는 응용학문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그것은 천체물리학으로의 방향 전환이었습니다. 가끔 물 펌프를 생산하고 망원경을 제조하여, 그게 자신의 발명이라고 공언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세요. 그런데 갈릴레이는 천체 물리학의 연구가 궁극적으로 체제의 전복을 낳게 되는 뜨거운 감자라는 사실을 사전에 간파하지 못..

46 Brecht 2023.02.20

서로박: 우크라이나 전쟁과 우리의 평화

1. 힘 빠지게 하는 전쟁의 소식,: 나라와 나라 사이의 갈등을 접할 때 지식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어떻게 해서든 눈앞의 무력적인 대결 구도를 완화시키고 파기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일입니다. 이러한 노력은 오로지 전쟁 이전에 가능합니다. 왜냐하면 전쟁이 발발하면, 사람들은 이성을 잃게 되고, 남는 것은 오로지 생존을 위해서 본능적으로 행동하는 일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크리스타 볼프는 전쟁 그리고 전쟁 이전의 시기 Krieg und Vorkrieg를 구분한 바 있습니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 군대가 우크라이나 지역을 침공했을 때 필자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뒤이어 순간적으로 맥이 빠졌습니다. 간접적으로 접했던 처절한 전투, 살육과 아비규환의 장면들이 실제 현실에서 나타날 것..

2 나의 글 2022.03.09

서로박: 뮐러의 "아이아스" (초록)

1. 뮐러가 장시 몸젠의 블록 그리고 이를테면 아이아스를 집필하게 된 게기 하이너 뮐러는 통일된 독일에서 한 편의 극작품도 집필하지 않았습니다. 집필하고 싶은 욕구는 있었지만, 주위의 여건이 참담했습니다. 독일이 통일된 다음부터 서독의 문화계는 동독 작가들에게 부정적 시선을 보냈습니다. 서독의 문화계 사람들은 오히려 구동독을 떠나지 않은 작가, 이를테면 크리스타 볼프, 하이너 뮐러, 그리고 폴커 브라운 등으로 향해서 비판의 화살을 지속적으로 발사했습니다. 이를테면 볼프, 뮐러 그리고 브라운 등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독서 국가 der künstlich gemachte Lesestaat”인 동독에서 특권을 누리면서 살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동독 문학논쟁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동서독이 통일..

45 동독문학 2022.01.20

서로박: 볼프의 "원전 사고" (3)

(앞에서 계속됩니다.) 10. 원전 사고의 소식과 동생의 뇌수술: 주인공, “나”는 1986년 4월말에 메클렌부르크의 휴양지에서 집으로 귀가하는데, 이때 그미는 어느 맑은 날 아침 갑자기 원전사고에 관한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그것은 키에프 근처의 체르노빌에 있는 원자력 발전소의 작동이 멈추어, 방사능이 유출되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매스컴은 독일 사람들로 하여금 물과 음식을 함부로 먹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특히 유의할 것은 채소와 우유를 먹고 마시지 말라는 경고였습니다. 상당히 위험한 양의 방사능의 낙진이 들판에 내려앉게 되었는데, 이곳의 풀을 뜯어먹은 소들이 세슘 등이 함유된 우유를 생산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원전사고의 여파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냉각수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해서 원자로가 ..

47 Wolf 2021.12.21

서로박: 볼프의 "원전 사고" (2)

(앞에서 계속됩니다.) 6. 핵무기 시대에 평화는 가능할까?: 볼프는 미래에 인류를 파국으로 몰라갈지도 모르는 전쟁의 위기를 다루는 것이야말로 오늘날의 문학의 과업이라고 생각합니다. 핵무기 시대의 위기적 상황은 국가와 국가 사이의 이기주의를 해결함으로써 극복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핵무기, 핵에너지, 자연 파괴의 현상은 지구상의 모든 인간들에게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식케 하기 때문입니다. 즉, 개개인의 자기 보존의 원칙은 타인의 이익을 무시하거나 약화시킴으로써 이룩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강화함으로써 이룩될 수 있다는 점 말입니다. 옛날에는 전쟁을 통해서 환호하는 승리자와 굴욕을 감수하는 패배자가 생겨났지만, 원자 폭탄의 발명 이후에는 그러한 일이 생겨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볼프는 다음과 같..

47 Wolf 2021.12.21

서로박: 볼프의 "원전 사고" (1)

1. 크리스타 볼프의 카산드라 프로젝트: 80년도 초에는 미국과 소련이라는 두 강대국 사이에 핵전쟁의 위협이 극에 달하고 있었습니다. 두 국가는 단추 하나면, 상대방을 몰살시키고도 남을만한 핵무기를 개발했기 때문입니다. 크리스타 볼프 (Christa Wolf, 1929 - 2011)는 이러한 국제 정세를 고려하면서 소설 "카산드라"를 집필하려 했습니다. 소설 집필을 위해서 그미는 직접 그리스의 여러 지역을 여행하기도 하였습니다. 집필의 과정 속에서 탄생한 것은 "소설 카산드라에 대한 전제 조건"이라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여행기, 에세이, 일기 등을 담고 있는데, 우리는 여기서 볼프의 창작 의도,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본 역사와 현재 상황 등을 작가의 깊은 사고와 탁월한 재치를 접할 수 있습니다. 볼프는..

47 Wolf 2021.12.21

크리스타 볼프: 미래의 기억 (1)

다음의 글은 크리스타 볼프의 "읽기와 쓰기"의 마지막 부분이다. 아마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것이라고 여겨진다. 출전 Christa Wolf: Lesen und Schreiben, Neue Sammlung, Luchterhand 1980, S. 45 - 48. ........................ 세상의 이치는 과연 무엇일까? 정말 우리 인간의 고유한 존재를 속속들이 밝혀내는 일이 세계의 참뜻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세상은 그 자체 아무런 의미를 지니고 있지 않다. 세상에 대한 가치 내지 의미 부여의 작업은 얼마든지 우리의 자유로운 결단에 의해서 행해지는 것이다. 어쨌든 우리는 이에 관해 얼마든지 자유롭게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마구잡이로 상상할 수 있을지 모른다. 적어도 종으로서의 인간의 생..

47 Wolf 2021.11.07

서로박: 몸젠과 뮐러 (2)

8. 몸젠은 로마사 제 4권을 못 쓴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완성하지 않았다. 그의 학문적 열정과 부지런함을 고려할 때 우리는 다음의 사실을 추론할 수 있습니다. 즉 몸젠은 로마사 제 4권을 못 쓴 게 아니라, 안 쓴 것이라고, 왜 그는 로마사 제 4권의 집필을 그토록 꺼렸던 것이었을까요? 이는 나중에 독일의 극작가, 하이너 뮐러가 마음속에 품었던 질문이었습니다. 몸젠은 어느 편지에서 “왕궁의 잡다한 가십거리에 관해 왈가왈부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하고 대꾸하였습니다. 또한 몸젠은 1885년 어느 저녁 모임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합니다. 로마 황제의 역사 그리고 로마의 붕괴와 멸망에 관해 기술하려는 심리적 욕구가 솟아오르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몸젠은 집필에 더 이상 신명을 느끼지 못했습니..

45 동독문학 2021.06.22

서로박: 볼프의 '육체에 합당하게' (1)

친애하는 C, 오늘 다루려고 하는 소설은 크리스타 볼프의 『육체에 합당하게 Leibhaftig』(2002) 입니다. 이야기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전의 시점에서 시작됩니다. 여주인공, “나”는 동베를린의 어느 종합병원에 머물면서 병든 몸을 치료하고 있습니다. 고열 때문인지, 아니면 마취약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미는 비몽사몽의 상태에서 지나간 40년 동안 구동독에서 보낸 여러 가지 삶의 흔적들을 기억해내고 있습니다. 주인공이 떠올리는 상상의 현실이 풍요로운 심층의 복합성을 보여주고 있다면, 텍스트의 토대가 되는 병원의 현실은 정확하지만 무미건조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종합 병원의 일상은 일정표에 맞추어 계속 반복되니까요. 주인공은 수술을 기다리며, 한편으로는 자신의 증상 그리고 의사들이 어떻게 자신을 대하..

47 Wolf 2021.06.14

블로흐: 미하엘 콜하스

주인공은 자신이 저지르는 행위만큼이나 규범적인 인간, 미하엘 콜하스 Michael Kohlaas이다. 기존하는 법 조항 하나는 그의 마음속에서 마치 벌겋게 타오르는 불처럼 작열한다. 거기에는 마치 신의 법이 도사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하나의 법조항을 따르기 위해서 마치 반역자처럼 무력의 투쟁에 깊이 개입하는 자는 오로지 미하엘 콜하스밖에 없다. 법조항은 그의 뇌리에는 자연법, 아니 자연법의 찬란한 광채로 투영되고 있다. 그리하여 어느 기사에 관한 가장 강력하고 열정적인 학습소설이 탄생하게 된다. 법적 감정에 도취하여 법 규정을 위하여 끝까지 싸우는 기사 말이다.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는 한 남자가 자신의 손해에 고통을 느끼다가 얼마나 광포하고 끔찍하게 행동하는가? 하는 물음을 생생하게 묘사하..

27 Bloch 저술 2020.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