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Wolf

서로박: 볼프의 "원전 사고" (1)

필자 (匹子) 2021. 12. 21. 15:53

1. 크리스타 볼프의 카산드라 프로젝트: 80년도 초에는 미국과 소련이라는 두 강대국 사이에 핵전쟁의 위협이 극에 달하고 있었습니다. 두 국가는 단추 하나면, 상대방을 몰살시키고도 남을만한 핵무기를 개발했기 때문입니다. 크리스타 볼프 (Christa Wolf, 1929 - 2011)는 이러한 국제 정세를 고려하면서 소설 "카산드라"를 집필하려 했습니다. 소설 집필을 위해서 그미는 직접 그리스의 여러 지역을 여행하기도 하였습니다.

 

집필의 과정 속에서 탄생한 것은 "소설 카산드라에 대한 전제 조건"이라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여행기, 에세이, 일기 등을 담고 있는데, 우리는 여기서 볼프의 창작 의도,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본 역사와 현재 상황 등을 작가의 깊은 사고와 탁월한 재치를 접할 수 있습니다. 볼프는 다음과 같은 물음을 집요하게 파고들었습니다. 역사적으로 끊임없이 나타난 전쟁의 근본 이유는 무엇이며, 문학은 여기에 어떻게 대응해 왔는가? 하는 물음 말입니다.

 

2. 잔악한 남성의 살육행위를 미화한 호메로스의 작품: 이를테면 서양 문학의 효시라고 일컫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는 볼프에 의하면 잔악한 남성들의 살육 행위를 영웅화시키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아킬레스는 수많은 트로이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살인마이며, 미소년의 성을 탐한 동성연애자입니다. 특히 시체를 즐겨 간음했다는 점에서 그는 끔찍한 엽기적인 변태성욕자의 모습을 여지없이 보여주었습니다. 그럼에도 호메로스는 『일리아스』에서 아킬레스를 “그리스의 영웅”으로 칭송하였습니다.

 

이로 인하여 교묘하게 드러나는 것은 서양 작가들의 남성적, 수직적 그리고 전투적 세계관입니다. 크리스타 볼프는 전쟁을 찬양하는 호메로스의 작품이 과연 서양 문학의 효시로 인정받는 것이 올바른 처사인가? 하고 묻습니다. 만약 문학이 인류의 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면, 이러한 전쟁 찬양의 공식은 수정되어야 마땅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트로이 전쟁은 볼프의 견해에 의하면 피해자의 입장에서 다시금 공정하게 재구성되어야 합니다.

 

3. 정치적 경제적 그리고 사적인 사항에 의해서 왜곡되고 부풀려 전쟁의 명분: 호메로스가 트로이 전쟁의 문제를 전쟁의 승리자 그리스인의 시각에 의해서 묘사했다면, 볼프는 전쟁의 패배자, 트로이인의 시각에 의해서 모든 것을 고찰하게 하였습니다. 호메로스가 그리스 신들의 거대한 권능을 동원하여 트로이 전쟁을 “성스러운 전쟁”이라고 규정했다면, 볼프는 이를 부정하였습니다. 모든 전쟁은 볼프에 의하면 무엇보다도 세 가지 모티프에서 비롯됩니다. 그것은 “(국가의) 이기주의, (자본주의의) 경쟁 그리고 (남의) 빵에 대한 질투심”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신의 권능 운운하는 것은 정치가의 이데올로기의 계략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를테면 신탁은 고대로부터 권력자의 정책을 합법화하거나, 인정받는 수단으로 활용되었습니다. 이러한 입장은 특히 마르크스주의에 입각한 조지 톰슨 George Thomson의 신화 이해와 관련됩니다. 아니나 다를까, 볼프는 작품 속에서 신의 권능을 철저히 배제하였습니다. 중요한 것은 신에 의해서 예정된 성스러운 전쟁이 아니라, 제반 갈등이 인간의 정치적 경제적 그리고 사적인 사항에 의해서 왜곡되고 부풀려진다는 사실입니다.

 

4, 문제는 세 가지 모티프의 극복에 달려 있다: 문제는 “(국가의) 이기주의, (자본주의의) 경쟁 그리고 (남의) 빵에 대한 질투심”을 극복하는 일입니다. 만약 특정 국가가 당동벌이 党同伐異의 사고를 저버리고, (마치 묵자墨子가 그러했듯이) 타국을 마치 형제자매의 국가로 이해한다면, 제각기 자본주의의 방식으로 군수품과 재화 등으로써 경쟁하지 않는다면, 남의 재화에 대해 배 아프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전쟁 발발의 근본적 계기는 처음부터 출현하지 않으리라고 합니다.

 

예컨대 트로이 전쟁은 오로지 땅을 차지하거나 경제력을 확장시키려는 권력자들의 탐욕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들은 자신의 전쟁지향적인 정책을 수행하기 위해서 신화적 세계를 현실 세계에 끌어들이고, 일반 백성들을 현혹시켰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현대인들이 더 이상 전쟁의 화살 과녁으로 이용당하지 않고, 전쟁의 본질을 예리하게 통찰하는 일입니다.

 

5. 핵무기 시대와 작가: “(국가 사이의) 이기주의, 경쟁 그리고 남의 빵에 대한 질투심”은 전쟁 발발의 계기로서 과거의 전쟁으로부터 20세기의 전쟁에 이르기까지 동일한 패턴으로서 나타났습니다. 문제는 20세기에 이르러 전쟁을 치르는 방식이 더욱 강력하고 첨예화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 현대인들은 핵무기 시대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미사일 발사를 위한 단추 하나만 누르면, 대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가 몰살당하는 형국입니다. 80년대 초의 상황은 오늘날보다도 더 심각했습니다.

 

크리스타 볼프는 80년대 초에 베를린과 헤이그에서 개최된 평화를 위한 작가 회의에 참석하여 “오늘날의 문학은 평화 연구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즉 진정한 문학은 –마치 헤밍웨이 Hemingway의 방식으로- 전쟁과 연애 이야기를 뒤섞어서 독자의 감성을 사탕발림하는 게 아니라, 독자로 하여금 전쟁의 실질적 이유를 깨닫게 하고, 평화를 위한 연대의식을 촉구하게 하는 무엇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