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길 11

서로박: (3) 문창길의 시, 꽃의 상징성

(앞에서 계속됩니다.) 5. 凸: 한마디로 문창길의 시, 「메꽃 1」 그리고 「메꽃 2」는 자연스러운 사랑과 작위적인 사랑을 대치시키고 있습니다. 凹: 시어 역시 이런 식으로 대칭을 이루고 있어요 1. “발뿌리” - “혓잎” (꽃과 여성의 상관관계), 2. “메마른 핏줄” - “속살 (열정의 크기), 3. ”칼칼한 목구멍“ - ”헐어빠진 가랑이“ (메꽃의 실제 모습), 4. ”꽃대궁“ - ”실뿌리 같은 주먹손“ (메꽃의 외연), 5. ”바람“ - ”들개미“ (주위의 남성성), 6. ”꽃술“ - ”꽃잎“ (여성의 외모), 7. ”무심“함 - ”슬픔“ (시적 감흥) 凸: 세밀한 지적입니다. 문창길 시인에게 “꽃”의 이미지는 무엇을 상징하고 있을까요? 凹: 한마디로 단언하기는 곤란합니다만, 문창길의 문학에서 ..

19 한국 문학 2024.01.09

서로박: (2) 문창길의 시, 꽃의 상징성

(앞에서 계속됩니다.) 3. 凹: 이어지는 시는 「메꽃 2」입니다. 가슴이 시큰거려 온다 굼실굼실 더듬어 올수록 무슨 살맛을 알았는지 뻔질나게 드나드는 들개미는 헐어빠진 가랭이 사이로 성긴 발길이 분주하다 하혈이 흐르는 세상 좀 더 아름답게 살기 위하여 낮게 엎드려 꿈꾸는 동구밖 암캐 같은 꽃님이 분홍옷 벗고 거친 숨을 몰아 쉴 때마다 움켜진 흙 한 줌... 실뿌리 같은 주먹 손으로 부끄러운 속살을 감추지 못하는 슬픈 꽃잎 하나 묻고 있다 凹: 두 번째 작품은 첫 번째 작품과는 달리 둔탁하고 작위적인 사랑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凸: 그건 유연한 만남을 통한 사랑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메꽃은 작품에서 몸을 파는 여성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凹: 그렇습니다. 곤충 한 마리가 메꽃의 알몸으로 향해 “..

19 한국 문학 2024.01.09

서로박: (1) 문창길의 시, 꽃의 상징성

1. 凸: 안녕하십니까? 선생님께서는 문창길 시인의 작품, 「메꽃 1」. 「메꽃 2」를 논하자고 제안하였습니다. 훌륭한 시편도 많은데 왜 하필 이 두 편을 선정했는지요? 凹: 그것은 세 가지 사항, 즉 사랑과 평화 그리고 통일 가운데 하나의 중요한 테마와 관련되기 때문입니다. 문창길 시인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지향점을 집요하게 추적해 왔습니다. 첫 번째는 저주스러운 성폭력의 역사를 끊어낼 수 있는, 하해와 같은 사랑이고, 두 번째는 폭력과 참혹한 전쟁을 극복하게 하는 평화이며, 세 번째는 시기와 암투 그리고 증오를 근본적으로 끊어낼 수 있는 연대의식을 가리킵니다. 이 가운데 문 시인의 작품은 특히 사랑의 본질적 의미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凸: 네, 사랑, 평화 그리고 통일은 민초들의 구체적이고 절실한 ..

19 한국 문학 2024.01.09

박설호: (3) 문창길의 시, "너는 네 우주를 안고 돌아올 것이다"

(앞에서 계속됩니다.) 5. B; 네, 그만큼 문창길 시인의 마지막 시구는 감동 그 이상을 우리에게 전해주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선생님이 서두에 지적하셨던 교육의 본질적 의미 그리고 젊은이가 체험하는 입신(立身)의 방향성에 관해서 살펴볼까요? A: 교육이란 사실을 접하고, 무언가를 깨닫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에 살아가는 우리는 불안한 미래를 염두에 두면서 직업 교육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학교와 가정 그리고 학원을 오고 가지요. B: 어릴 때부터 부모들은 사유재에 대한 인식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 “문 잘 잠그고 다녀라.”고 가르치지요. A: 어쩌면 가정을 떠나 다른 곳에 체류하며 배우는 게 진정한 교육일 수 있어요. 그렇게 되면 친구를 생각하고, 사회..

19 한국 문학 2023.10.31

(명시 소개) 문창길의 시: '산족마을 동승 신쀼의식을 보며'

문창길 시인의 명시 "산족마을 동승 신쀼의식을 보며"를 인용합니다. 조만간 해설을 올려놓겠습니다. ............................ 3000미터 고산지대 외딴 산간마을 나의 어린 친구가 속세를 떠나 단기출가를 한다 절 마당에서 동무들과 대나무 공 세팍타크로를 차거나 말고삐를 잡고 풀밭을 찾아다니던 코코 아웅 짧지만 긴 불가의 세계는 높은 산 저 안개밭보다 무궁한 고행을 어린 도반에게 수행케 하리라 뜻도 다 헤아리지 못할 불경을 외우게 하고 붉은 단지를 안고 마을로 내려가 탁발승이 되라 하고 그러다 뜨거운 햇볕 내리쬐면 노승이 주는 샨스타일 얼음과자를 받아 빨면서 맨발의 학승이 되기도 할 것이다 코코 아웅 내일이면 스님으로 불러야 한다 그러다 열흘 후면 다시 속세의 어린 친구로 돌아올 것..

19 한국 문학 2023.03.28

(명시 소개) (2) 사랑과 평화를 위한 진혼곡. 문창길의 시 「지돌이할머니를 추모하며」

(앞에서 계속됩니다.) B: 시인은 자신의 “어머니 같은 혼을 이제야 맘 놓고 훠이훠이” 휘날릴 할머니를 떠나보내 드리려고 합니다. A: 할머니는 젊은 시절에 치욕과 수모를 겪고, 오랫동안 비탄과 자학으로 삶을 이어왔지만, 그래도 말년에는 자그마한 평온을 누렸습니다. 그렇기에 시적 자아는 지돌이할머니에게 이러한 평온과 작은 기쁨을 간직하기를 바랍니다. 여기에는 “짝사랑 같은 마음” 그리고 “아리랑 같은 어깨춤”도 포함됩니다. B: 뒤이어 시인은 동병상련의 친구들을 소환해내는군요. A: 네, 할머니들은 함께 지내면서 서로 우정을 나누었지요. 시인은 나눔의 집에 거주하는 할머니들의 특징을 하나씩 열거합니다. “자분자분한 귓속말”, “그렁그렁한 타박거림”, “맛깔 나는 춤 맵씨”, “섹시한 그림솜씨”, “조용..

19 한국 문학 2023.02.22

(명시 소개) (1) 사랑과 평화를 위한 진혼곡. 문창길의 시 「지돌이할머니를 추모하며」

문창길 시인의 시평을 다시 한번 정리하여 올립니다. 양해 부탁드리면서 OTL ..................... B: 오늘은 연대하는 민족시인 문창길의 시 「지돌이할머니를 추모하며」를 다루기로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시집 『북국독립서신』(2019. 들꽃세상)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A: 문창길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은 『철길이 희망하는 것은』(들꽃 2002) 이후에 17년 후에 간행된 귀중한 시 모음집입니다. 시인은 평화, 상생 그리고 통일이라는 거대하고도 필연적 과업에 집중적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북국독립서신』은 민족의 아픔과 한이라는 주제에서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B: 시집의 전반부에는 일본군에게 끌려가 온갖 고초를 겪은 할머니들에 관한 증언의 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를 놀라게 하는 ..

19 한국 문학 2023.02.22

(명시 소개) (4) 문창길 시인이 보내는 "북국독립서신"

7. 너: 그래서 남녀 모두 당하는 객체에서 행하는 주체로 변해야 한다는 말씀이로군요. 「조선처녀 옥주뎐 2」그리고「샨족 처녀 메이저의 미소 2」의 주제도 이와 관련되겠군요. 나: 네, 첫 번째 작품은 국가의 폭력과 남성적 억압에 의한 강제적 욕구를 비판적으로 서술하고 있는 반면에, 두 번째 작품은 자연스러운 사랑의 유희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로써 시인은 여성 중심의 자발적이고 자연스러운 사랑이 만개하기를 갈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유희적인 삶이 모계 중심의 문화 내지는 여성의 권한이 향상된 모권이 확립된 상황 속에서 가능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너: 엥겔스는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Der Ursprung der Familie, des Privateigenthums und des Staats』 (..

19 한국 문학 2022.07.19

(명시 소개) (3) 문창길 시인이 보내는 "북국독립서신"

5. 너: 잘 알겠습니다. 시인은 오래전부터 미얀마의 예술 그리고 문화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이로써 일련의 시작품이 탄생했습니다. 다음 작품은 문창길의 명시, 「샨족 처녀 메이저의 미소 2」의 전문입니다. 그녀의 춤은 그리움에 사무친 샨의 영혼 아메의 아메적부터 온 생애를 바쳐 몸으로 몸으로 이어온 바람의 역사 메이져는 오늘도 원시의 성전에서 바람의 순교를 찬양하며 춤을 추고 있다 그녀는 무대에서 최고의 샨처녀 도모우였다 목에 두른 순결의 푸른 비단천은 사랑을 갈구하는 우소유의 눈빛을 흐리게 하였다 간절한 몸짓으로 롱지자락을 휘날리는 사내의 발동작에 자연의 친구인 홀씨들 열병에 들끓고 있다 도모우는 이내 사랑의 화신 메이져가 되었다 그녀의 짝꿍 우소유보다 더 애절한 이방인들은 벌써 고원궁궐 벌새..

19 한국 문학 2022.07.17

(명시 소개) (2) 문창길 시인이 보내는 "북국독립서신"

3. 너: 시인의 시작품들은 오로지 사실에 근거하여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경험담을 있는 그대로 전하고 있습니다. 나: 바로 그 점이 가장 중요합니다. 시작품 「조선처녀 옥주뎐 2」에서 문옥주라는 이름을 지닌 여성은 일본에 잠시 머뭄 다음에 슬리퍼 공장에 다니다가 1940년 일본군에게 붙잡혀 강제로 기차를 타고 중국의 도안성 근처의 외딴 마을에 있는 일본군 위안소로 끌려가게 됩니다. “(...) 그 뒤로 참으로 무지렁한 순박쟁이 옥주년 일본군하고 자면 자는 것이지 무슨 운명의 장난이 크게 닥칠끼가 이해 못할 속셈으로 쪽방 하나 차지하고 몸을 풀자 하마 몇 시간도 안 되어 시커먼 일본군 큰칼 차고 들어와 바지가랭이 푸는둥 마는 둥 열여섯 꽃처녀 이파리 이파리 첫순정 무너지는데 눈앞이 캄캄하고 기가 막혀 ..

19 한국 문학 2022.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