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한국 문학

서로박: (3) 문창길의 시, 꽃의 상징성

필자 (匹子) 2024. 1. 9. 09:35

(앞에서 계속됩니다.)

 

5.

: 한마디로 문창길의 시, 메꽃 1 그리고 메꽃 2는 자연스러운 사랑과 작위적인 사랑을 대치시키고 있습니다.

: 시어 역시 이런 식으로 대칭을 이루고 있어요 1. “발뿌리” - “혓잎” (꽃과 여성의 상관관계), 2. “메마른 핏줄” - “속살 (열정의 크기), 3. ”칼칼한 목구멍“ - ”헐어빠진 가랑이“ (메꽃의 실제 모습), 4. ”꽃대궁“ - ”실뿌리 같은 주먹손“ (메꽃의 외연), 5. ”바람“ - ”들개미“ (주위의 남성성), 6. ”꽃술“ - ”꽃잎“ (여성의 외모), 7. ”무심 - ”슬픔“ (시적 감흥)

 

: 세밀한 지적입니다. 문창길 시인에게 의 이미지는 무엇을 상징하고 있을까요?

: 한마디로 단언하기는 곤란합니다만, 문창길의 문학에서 꽃이라는 시어는 주로 여성에 대한 객관적 상관물임에 틀림 없습니다.

: 두 권의 시집에서는 망초꽃, 통일꽃, 장미꽃, 흙장미, 논꽃, 들꽃, 물꽃, 사르비아, 별꽃, 분꽃, 진달래, 메꽃 등의 시어가 등장합니다. 꽃의 종류는 그리 다양하지는 않아요. 문창길 시인이 식물에 대한 생물학적 관심보다는 꽃의 상징성, 즉 여성성을 중시하는 게 틀림없습니다.

 

: 동의합니다. 시작품에서 묘사되는 꽃 (여성성)은 다음과 같이 분류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순수하고 발랄한 마치 하얀 빛으로 빛나는 처녀를 가리킵니다. (“통일꽃 우리 하나인 것을, “서울로 떠난 옥이 가시내 한강에서, “저 싱싱한 십팔세 소녀가 못다 핀 꽃으로 만발하는 것을 오월, 무등을 타던 소녀, “싸리꽃 떨어지는 가을 산길을 따라 금정아, 봉화야 내 딸들아). 두 번째는 억척스럽고 생활력이 강한 중년의 여성 (“생선 칼을 다루는 연희 엄마 삼양동 사람들, “방어진 상회의 언양댁 언양댁, “필동아줌마 나팔꽃)

: 선생님의 두 번째 지적 사항은 생명력 넘치는 야생화를 떠올리게 합니다. 문창길 시인은 들꽃의 찬란하고도 끈질긴 생명력을 애호하는 게 아닐까요?

 

: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시인은 다음과 같은 여성의 모습을 긍휼히 여기고, 그들의 처지가 변화되기를 갈망하고 있어요. 셋째로 꽃의 상징성은 이를테면 미군들을 상대하는 양공주 내지는 화류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가리킵니다. (“금촌 2리 양공주 금촌 가시내, “매향반도 누이들 매향리에서) 등의 작품은 미군을 상대하는 여성들이 등장하며, (“어엿한 포주가 된 경옥 서울 텍싸쓰본동, “삼양동 진희 겨울 골목길에서는 후자의 여성들이 묘사되고 있습니다. 네 번째는 특히 북국 독립 서신에 등장하는 정신대에 끌려간 할머니들을 가리킵니다. (“제 몸에서 진달래 피는 줄 모르고 꽃보다 아름다운 조선누이. 이옥선 할머니의 단편일기 2, “열여섯 꽃처녀 이파리 이파리 조선처녀 옥주뎐 2)

 

: 그렇다면 시인은 세 번째와 네 번째에 해당하는 여성들을 부정적으로 고찰하고 있을까요?

: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과연 우리가 어찌 화류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에게 마구잡이로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옳든 그르든 간에 하나의 직업일 뿐입니다. 다만 한 가지: 돈이 개입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를 특별 케이스로 이해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각설, 문창길 시인은 첫 번째와 두 번째 유형의 여성들이 누리는 자발적 사랑의 삶을 칭송하지만, 폭력과 성폭력이 자행되는 현실적 조건에 대해서 완강하게 저항하는 자세를 취합니다.

 

: 문창길 시인의 관점은 여성주의를 반영하는 것 같습니다. 문창길의 시문학은 페미니즘과 어떠한 관련성을 지니고 있을까요?

: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시인이라면 누구든 페미니즘을 거부할 수 없을 것입니다. 문창길 시인은 사랑의 기쁨을 자연스레 누리지 못하는 생명체에 대해 연민의 감정을 드러냅니다. 여기서 연민(憐愍)”이라는 단어는 불행한 분에게서 감지되는 측은지심이 아닙니까? 그것은 독일어에 의하면 타자의 불행을 함께 괴로워하는 마음 (mit + leiden)”을 가리킵니다 연민이야 말로 문 시인이 현실에서 포착하고 하는 창작 모티프이며, 그 때문에 가장 격렬한 저항을 도출해낸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 .

 

: 어쨌든 선생님의 질문에 대해 당장 답하기란 성급할 것 같아요. 문학 작품은 다양한 의미를 표방하기 때문에 거기서 어떤 사상에 대한 시인의 견해를 명료하게 도출하기란 참으로 어렵습니다.

: 솔직히 말하면 젠더와 여성주의 그리고 페미니즘 운동에 관해서 잘 모릅니다. 이에 관한 문헌을 뒤져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서양의 페미니즘은 놀랍게도 무척 다양한 흐름으로 전개되어 나갔더군요 (역주- 페미니즘의 흐름은 다음과 같이 분류된다. (1) 술라미스 파이어스톤 Shulamith Firestone의 급진적 페미니즘, (2) 엘리스 슈바르처Alice Schwarzer의 평등과 화해를 추구하는 페미니즘, (3) 차별과 다양성을 강조하는 뤼스 이리가레Luce Irigaray의 페미니즘, (4) 여성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케럴 실리간Carol Gilligan의 여성중심의 페미니즘, (5) 지구의 모성을 중시하는 우테 시란 Ute Schiran의 영성주의의 페미니즘, (6) 도나 해러웨이Donna Haraway의 에코 페미니즘 내지는 사이버 페미니즘, (7) 줄리아 크리스테바Julia Kristeva의 정신분석 페미니즘, (8) 사회주의와 무정부주의를 추구하는 마지 피어시Marge Piercy의 페미니즘, (9) 주디스 버틀러Judith Butler의 해체주의 페미니즘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러한 구분은 일도양단적이 아니라, 포괄적으로 겹치기도 한다.) 놀라운 것은 서구의 페미니즘의 운동에서 남성이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 그렇지만 동양에서는 페미니즘의 가장 중요한 사상적 모티프를 제공한 분들은 주로 남성들이었습니다. 최시형(崔時亨)의 동학사상, 후천개벽(後天開闢)과 관련하여 여성 해방을 예견한 증산(甑山) 강일순(姜一淳), 그리고 최근에 김지하의 율러 사상 등에서는 여성주의의 관점이 거의 공통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우리는 페미니즘의 섹트주의를 극복해야 하며, 아울러 문창길 시에 나타난 여성성 그리고 페미니즘의 특징을 차제에 깊이 탐색해야 할 것입니다.

: 장시간 말씀 감사합니다.

 

(끝.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