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한국 문학

(명시 소개) (2) 문창길 시인이 보내는 "북국독립서신"

필자 (匹子) 2022. 7. 16. 09:07

3.

: 시인의 시작품들은 오로지 사실에 근거하여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경험담을 있는 그대로 전하고 있습니다.

: 바로 그 점이 가장 중요합니다. 시작품 「조선처녀 옥주뎐 2」에서 문옥주라는 이름을 지닌 여성은 일본에 잠시 머뭄 다음에 슬리퍼 공장에 다니다가 1940년 일본군에게 붙잡혀 강제로 기차를 타고 중국의 도안성 근처의 외딴 마을에 있는 일본군 위안소로 끌려가게 됩니다.

 

“(...) 그 뒤로 참으로 무지렁한 순박쟁이 옥주년

일본군하고 자면 자는 것이지 무슨 운명의 장난이 크게 닥칠끼가

이해 못할 속셈으로 쪽방 하나 차지하고 몸을 풀자

하마 몇 시간도 안 되어 시커먼 일본군 큰칼 차고 들어와

바지가랭이 푸는둥 마는 둥

열여섯 꽃처녀 이파리 이파리 첫순정 무너지는데

눈앞이 캄캄하고 기가 막혀 까무라쳤지예

아 이곳이 옥주년 첫 순결 무참히도 찢겨나간 운명의 바람촌이었을 줄 누가 알았으리오

이 옥주년 백의민족 하얀 무명저고리 검정치마 붉은 피 흥건히 적실 줄 어떻게 알았으리오

이 딸년 조선가시내로 마냥 무너미 무너미로 무너지는

그 서투른 이름 후미하라를 쓰다 쓰다 버리고

나미코라 왜식 이름 또 지어

서투르고 서툰 삶을 살았을줄 누가 알았으리오 (...).”

 

너: 이러한 겁탈의 장면은 「고 김순덕 할머니의 난중일기 1, 2」「꽃보다 아름다운 조선누이. 이옥선 할머니의 단편일기 1, 2」에서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 성폭력은 당한 여성들이 죽을 때까지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가정을 꾸리고 살아갈 가능성이 박탈당했으며, “몸 버리고 돌아온 계집”에 대한 주위의 냉대 또한 이루 말할 수 없었지요,

: 그런데 문제는 일본군인 가운데에서 지금까지 단 한 명도 과거의 죄를 고백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참으로 기이하지 않습니까?

 

: 소름을 돋게 하네요. 알렉산더 미처리히Alexander Mitscherlich는 자신의 책 『반성할 줄 모르는 무능력Die Unfähigkeit zu trauern』에서 과거의 죄를 더 이상 기억하지 않으려는 독일인들의 집단적 망각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 유대인에 대한 독일 나치의 학살을 가리키지요?

나: 여기서 말하는 “반성할 줄 모르는 무능력”은 반드시 학살을 저지른 사람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히틀러 정책에 단순 가담한 사람들도 이러한 심리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합니다. 유대인들에게 해악을 끼쳤던 독일 사람들은 수치심을 의도적으로 은폐하고 이러한 감정으로부터 회피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과거의 죄는 나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마음가짐은 독일인들의 내적 감정을 차단하는 심리적 방어기제가 된다는 것입니다.

 

: 그래도 독일인 가운데에는 자신의 죄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사죄하는 몇 명의 사람들이 나타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일본 군인들 가운데에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양심 고백한 사람이 없다는 사실은 우리의 모골을 송연하게 만듭니다.

: 만약 일본군인 한 명이 전쟁 이후에 여성들을 능욕하고 살해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밝히면, 당사자는 일본 사회에서 완전히 매장된다고 합니다. 설령 혼자 공개적으로 이를 드러내면, 주위 사람들이 이를 용서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4.

: 일본 사회에서 내부 고발자가 거의 출현하지 않는 것도 군국주의 문화 풍토에 기인하겠군요?

. 이미 언급했듯이, 국가 정책의 차원에서 타국의 여성들의 성을 유린한 적은 일본군인들 외에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일본 국가는 군인들이 출정하기 전에 성행위를 하도록 조처했습니다. 그렇게 해야 승리를 구가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지요.

너: 그렇군요. 만약 자신의 죄악을 공개적으로 밝힌다는 것은 바로 사무라이의 정신 내지는 국가의 정책 자체에 반기를 드는 행동이라고 합니다.

: 여기서 한 가지 사항을 짚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시인은 일련의 작품을 통해서 할머니들의 육성을 있는 그대로 전하고 있습니다.

 

: 바로 그 점이 중요합니다. 문창길 시인은 르포 문학의 특수성을 최대한 살리고 있습니다. 자고로 문학은 가능한 현실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아무리 실제 현실을 충실하게 다루었다 하더라도, 문학 작품은 실제 현실과는 다른 차원이라는 것입니다.

너: 그가 문학의 강점이자, 한계일 수 있겠네요.

: 아무리 진실을 말해도 일반 사람들은 작품 속의 진실을 -오로지 문학이라는 이유로- 배척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르포 문학은 이와는 다릅니다. 오로지 진실에 근거한, 다시 말해 강제로 일본군 위안부로 일했던 사람들의 구체적인 육성은 그 자체 진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너: 일본 정부뿐 아니라, 남한의 우익 단체도 일본의 위안부 강제 동원이 사실과는 다르다고 주장하며, 한국에서의 소녀상 설치에 격렬하게 반대하는 실정입니다.

: 그렇습니다. 문창길 시인은 2005년부터 경기도 광주의 나눔의 집에 계시는 일본군 위안부로 고통받은 할머니들과 연속적으로 인연을 이어왔습니다. 문창길 시인은 진실만을 오로지 진실만을 전하기 위해서 그들의 육성을 그대로 전한 것으로 이해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