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한국 문학

(명시 소개) (3) 문창길 시인이 보내는 "북국독립서신"

필자 (匹子) 2022. 7. 17. 11:31

5.

너: 잘 알겠습니다. 시인은 오래전부터 미얀마의 예술 그리고 문화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이로써 일련의 시작품이 탄생했습니다. 다음 작품은 문창길의 명시, 「샨족 처녀 메이저의 미소 2」의 전문입니다.

 

그녀의 춤은 그리움에 사무친 샨의 영혼

아메의 아메적부터 온 생애를 바쳐

몸으로 몸으로 이어온 바람의 역사

메이져는 오늘도 원시의 성전에서

바람의 순교를 찬양하며 춤을 추고 있다

 

그녀는 무대에서 최고의 샨처녀 도모우였다

목에 두른 순결의 푸른 비단천은 사랑을 갈구하는

우소유의 눈빛을 흐리게 하였다

간절한 몸짓으로 롱지자락을 휘날리는

사내의 발동작에 자연의 친구인 홀씨들

열병에 들끓고 있다

 

도모우는 이내 사랑의 화신 메이져가 되었다

그녀의 짝꿍 우소유보다 더 애절한 이방인들은

벌써 고원궁궐 벌새떼로 몰려들고 있다

저마다의 무대 조명들 서서히 뭇별처럼 사라지고

누구랄 것 없는 홀씨들은 모진 짝사랑에

무거운 시간을 밟고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돌아서는 메이져의 뒷그림자가

순박한 희망으로 부풀어 오른다

부풀어오른 희망만큼 그녀의 미소가

끝내 닫히지 않는 무대 한가운데에서

응웨빵으로 피어나고 있다

 

: 독자들의 이해를 위해서 몇몇 시어에 관해서 설명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사실 미얀마 문화에 관해서 나 자신 많이 알지 못합니다.

: 무슨 겸손의 말씀을...

: 겸손이 아니라, 사실이 그렇습니다. “샨”은 주로 미얀마의 동부에 거주하는 버마족을 가리키지요?

: 네, 이들의 일부는 태국, 중국의 국경의 고원지대에 거주합니다. 백과사전을 뒤져보니, 이들은 약 400만에서 600만 정도라고 하네요. 샨족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소승 불교 및 정령 신앙에 의존하는데, 시인은 소박하고 애틋한 정을 지닌 샨족 사람들에게서 무한한 애정을 발견합니다.

 

: 특히 「샨족 마을 동승 샨쀼의식을 보며」는 어린아이의 미래와 꿈을 기리는 작품입니다. “짧지만 긴 불가의 세계는 높은 산 저 안개 밭보다/ 무궁한 고행을 어린 도반에게 수행케 하리라.”라는 구절은 자식을 지닌 부모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합니다.

: 좋은 말씀입니다만, 인용 시에 관해서 논의하는 게 어떨까요?

 

6.

: 그렇게 하지요. 제 1연은 샨족 처녀 메이저의 춤에 관해서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미는 춤을 통해서 사랑을 표현합니다. 이 경우 춤은 몸의 표현으로서 진실한 것입니다. 말 속에는 거짓이 담겨 있을 수 있지만, 인간의 행동 속에는 거짓이 자리하지 않으니까요?

: 춤이란 “그리움에 사무친 샨의 영혼”이지만, 그 속에는 다른 감정도 담겨 있지요?

: 물론입니다. 사랑의 배반으로 인한 분노와 사랑의 결핍으로 나타나는 우울, 사랑으로 인해 나타나는 미움과 질투 그리고 사랑에 대한 불안 등은 네 가지 부차적인 감정일 것입니다. 춤은 이러한 부차적 감정을 떨치는 매개체가 됩니다. 이러한 유형의 부차적인 감정에 사로잡힌 여성은 빌헬름 라이히Wilhelm Reich에 의하면 오르가슴 능력을 지닐 수 없다고 합니다.

 

: 재미있는 것은 메이저의 춤이 “아메의 아메적부터” 전해 내려온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나: “아메”는 엄마를 가리키는 미얀마어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미얀마의 전통문화가 처음에는 모계 중심으로 출발했다는 사실을 간파할 수 있습니다. 시인은 샨의 영혼이 여성성의 “몸으로 이어온 바람의 역사”라고 표현합니다.

: 두 번째 연은 도모우와 우소유의 만남과 사랑의 춤에 관해서 서술하고 있습니다.

 

: 네, 두 남녀는 미얀마 고전에 등장하는 선남선녀를 가리킵니다. 놀라운 점은 작품 내의 작품에서 두 인물의 외모가 서술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두 사람의 관계에서 겉모습은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도모우의 태도가 바뀐다는 사실입니다. 처음에는 우소유는 도모우를 그저 사랑의 대상으로 “소유”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미의 “순결의 푸른 비단천”을 바라보는 순간, “우소유의 눈빛”은 변하게 됩니다.

: 그렇다면 메이져의 외모 대신에 “춤”과 “미소”를 강조하는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 예리한 지적이로군요. 가령 여성의 겉모습 내지는 정태적 아름다움은 중요하지 않고, 오히려 역동적인 움직임 내지는 적극적인 성품이 중요합니다. 여기서 시인은 여성의 수동적인 미 대신에 웃음과 배려 등과 같은, 여성의 능동적 특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 두 사람의 사랑의 유희는 선남선녀들을 감동하게 합니다. 우소유의 “롱지자락을 휘날리는” 춤은 “홀씨”들을 열병 속으로 빠뜨리고 있습니다.

나: 메이저는 자연스러운 사랑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사랑의 화신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애절한 이방인은 마치 “벌새떼”와 같이 “고원궁궐”로 몰려듭니다. 공연이 끝난 뒤에 메이져 역시 사랑의 실현에 대한 희망을 품고 돌아서는 시점에, 그미의 환한 미소는 마치 미얀마의 아름다운 꽃인 “응웨빵”처럼 환하게 피어나고 있습니다.

: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메이저의 “”과 “미소”인 것 같은데, 이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나: 춤과 미소는 자연스러운 사랑을 가로막는 분노, 우울, 미움 그리고 불안 등을 극복하고, 사랑을 통해서 편안함, 즐거움, 배려 그리고 정서안정 등을 되찾게 합니다.

: 네.

: 샨족 처녀 메이저는 능동적이고 활달한 여성상을 보여줍니다. 그미는 숄로호프의 『고요한 돈강』의 여주인공, “악시냐”를 연상케 하고, 마지 피어시Marge Piercy의 소설 『그, 그미 그리고 그것 Er, She and It』에 등장하는 여주인공의 어머니, “말카”를 떠올리게 합니다. 한국의 시인 황진이도 이에 해당할 수 있지요. 자신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서 능동적으로 거침없이 행동하는 여성이 바로 그들이기 때문입니다.

 

: 그런데 비약이 심한 것 같은데요? 우리는 메이져를 사랑을 갈구하는 청순한 처녀로 이해하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마치 「랑군의 꽃 파는 처녀」와 같은 “소녀 보살”처럼 말입니다.

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작품 속에는 시인이 갈구하는 여성상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메이져는 춤과 미소로써 자신의 사랑을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여성입니다. 여기에는 남성적 폭력도, 돈과 권력의 영향도 자리하지 않습니다. 시인은 오늘날 형해화된 “사랑”의 의미와 기능을 복원시키기 위해서는 남자가 아니라, 여성이 사랑과 성의 칼자루를 쥐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