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한국 문학

(명시 소개) (4) 문창길 시인이 보내는 "북국독립서신"

필자 (匹子) 2022. 7. 19. 09:39

7.

너: 그래서 남녀 모두 당하는 객체에서 행하는 주체로 변해야 한다는 말씀이로군요. 「조선처녀 옥주뎐 2」그리고「샨족 처녀 메이저의 미소 2」의 주제도 이와 관련되겠군요.

나: 네, 첫 번째 작품은 국가의 폭력과 남성적 억압에 의한 강제적 욕구를 비판적으로 서술하고 있는 반면에, 두 번째 작품은 자연스러운 사랑의 유희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로써 시인은 여성 중심의 자발적이고 자연스러운 사랑이 만개하기를 갈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유희적인 삶이 모계 중심의 문화 내지는 여성의 권한이 향상된 모권이 확립된 상황 속에서 가능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너: 엥겔스는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Der Ursprung der Familie, des Privateigenthums und des Staats』 (1884)에서 태초에 모계사회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내세웠지요?

나: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스위스의 법철학자, 바흐오펜은 1861년에 이미 『모권Mutterrecht』이라는 책을 통해서 기원전 3000년 이전에는 모계사회가 존재했다는 가설을 기술했어요. 민속학자, 루이스 모건Lewis Morgan은 1877년에 『고대 사회Ancient Society』를 간행했는데, 엥겔스는 이 책에 자극을 받아서 자신의 책을 완성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인간은 기원적 약 3000년 전후에 농경사회로 정착하기 시작했는데, 이때 가족 사유권 그리고 국가의 개념이 생겨났다고 합니다. 이와 함께 가부장의 체제가 확립되었다는 것이지요.

 

너: 동양에서도 태고 시대의 모계의 전통이 남아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의 관심은 어째서 문창길의 시작품이 어째서 여성들의 자생, 자치 그리고 자활을 강조하고 있는가? 하는 물음으로 향합니다.

 

나: 시집을 읽으면, 고조선 이전의 마고 (麻姑) 신화가 떠오릅니다. 박제상의 『부도지』에 의하면 마고는 단군의 선조로서 자활과 자치 그리고 남녀평등을 실천했다고 합니다. 웅녀의 아들인 단군이 주장한 홍익인간(弘益人間)과 재세이화(在世理化)의 정신을 생각해 보십시오.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고, 세상에 있는 동안 사람과 함께 머물며 무언가를 깨우치게 하는 마음가짐이야말로 마고의 자생, 자치 그리고 자활에서 유래하는 것입니다. 만약 세상이 남성적 전투적 수직적 구도로 공고하게 이루어져 있다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무기를 거머쥐어야 합니다. 스파르타쿠스를 생각해 보세요. 노예제도에 대항해서 싸우다가 8000명의 전우와 함께 “로마로 향하는 길 Via appia”에서 십자가에 못 박힌 그 역시 “선한 여신Bona Dea”을 모시는 모계사회인 트라키아 출신이었습니다.

 

너: 시집의 제목 “북국 독립 서신”도 자유와 평등 그리고 사랑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자세와 관계되겠네요?

나: 그렇습니다. 고조선은 문화적으로 강대했으며, 인접 국가에 자치권을 부여하고, 사랑과 평화를 전파했다고 합니다. 가령 단군 2세 부루는 기원전 2240년에 임금이 되었는데, 가장 현명한 성군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국의 우왕이 부루에게 찾아와서 물 다스리는 법을 배워갔는데, 이로써 황하를 장악하는 데 성공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문창길 시인은 사랑과 평화에 근거한 중립적인(?) 통일 국가를 염두에 두면서 시집 제목을 그렇게 정했다고 생각합니다.

너: 장시간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