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한국 문학

(명시 소개) (1) 문창길 시인이 보내는 "북국독립서신"

필자 (匹子) 2022. 7. 15. 10:51

 

: 언젠가 선생님은 문창길을 저항과 꿈이라는 이중주를 연주하는 시인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인지요?

: 왜냐면 시인은 오랫동안 극한의 저항 그리고 찬란한 미래의 희망을 추구해왔기 때문입니다. 시집 『북국독립서신』(2019. 들꽃세상)을 처음 접했을 때의 감흥이 잊히지 않습니다. 시집을 읽을 때 마르크스의 다음과 같은 문장이 떠올랐습니다. “힘들게 살아가고, 무거운 짐을 지며, 모욕당하고 경멸당하는 자들이 존재하지 않는 구체적 현실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 그 문장은 『헤겔 법철학 비판』 서언에 실려 있지요?

 

: 그렇습니다. 짓밟히는 풀꽃에 대한 깊은 애정이 없으면, 이 문장은 제대로 이해되지 않을 것입니다. 실제로 문 시인이 집중적으로 관심을 기울인 것은 평화, 상생 그리고 통일이라는 거대하고도 필연적인 대의(大義)였습니다. 저항과 꿈은 삶에 대한 시인의 근본적 자세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살펴보려는 두 편의 시 역시 이러한 자세와 직결되는 것입니다.

: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문창길 시집에서 훌륭한 시편들이 많은데, 왜 하필이면 「조선처녀 옥주뎐 2」「샨족 처녀 메이저의 미소 2」두 편을 선택했는지요?

 

: 왜냐면 두 편의 작품에서 꿈을 갈구하며 저항하는 시인의 간절함이 돋보이기 때문입니다. 20세기의 자본의 전쟁 이후로 “힘들게 살아가고, 무거운 짐을 지며, 모욕당하고 경멸당하는 자들”은 주로 여성들이었습니다. 이를 고려할 때 시인이 (성)폭력 그리고 여성의 자유와 사랑에 관한 문제에 집중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입니다. 첫 번째 시편은 일본군 성노예로 끌려간 여성의 가장 비극적인 울분을 담고 있으며, 두 번째 시편은 미얀마 여성의 자발적인 사랑의 정서를 아름답게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2.

: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한국 여성들에 관한 시작품은 여성들이 통상적으로 당하는 치욕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것 같습니다.

나: 그렇습니다. 작품의 주제는 일회적으로 출현한 비극적 사건에 국한될 수 없습니다. 전쟁, 성차별 그리고 성폭력 등은 오늘날의 남성 우월주의와 결착되어 있는데, 시인은 이러한 주제의 관련성을 염두에 두고 시를 집필한 것 같습니다.

: 놀라운 것은 일련의 시작품이 거짓 없는 개인의 체험에 근거한다는 사실입니다. 문 시인의 작품들은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할머니들의 증언에 바탕을 둔다는 점에서 공감을 배가시키는 것 같습니다.

나: 미리 한 가지 사항을 언급할 게 있습니다.

 

너: 무엇인지요?

: 전쟁이 발발하면, 피해당하는 자들은 주로 여성들과 아이들입니다. 지금도 우크라이나에서 아녀자들의 죽음과 죽임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폭격으로 살해당하기도 하고, 성폭력의 희생양이 되기도 합니다.

: 역사적으로 수없이 발생하는 비극이지요.

: 네, 미하일 숄로호프의 대작, 『고요한 돈강Тихий Дон』(1928) 에는 다음의 시구가 실려 있습니다. “거위들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들은 배를 타고 떠났지/ 배들은 어디로 갔는가?/ 처녀들을 징집하러 갔지./ 처녀들은 어디에 있는가?/ 강제 혼인으로 겁탈당했지/ 남자들은 어디에 있는가?/ 모두 전쟁터로 향했지.”

 

: 조안 바에즈 (Joan Baez)의 노래로 잘 알려진 「모든 꽃은 어디로 갔는가? Wherer have all the Flowers gone?」가 떠오르네요.

: 미국의 포크 가수 피트 시거 (Pete Seeger, 1919 - 2014)가 1955년 오슬로행 비행기에서 작사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는 나중에 우크라이나 민요, 「콜로다와 파이프 Колода-дуда」에서 이 곡을 빌어왔다고 술회한 바 있습니다.

 

: 그런데 한 가지 지적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쟁으로 인하여 아녀자들은 그야말로 끔찍한 핍박과 고초를 당해왔습니다. 그러나 국가 정책적인 차원에서 여성들을 강제로 동원하여 성노예로 삼은 경우는 일본이 유일무이합니다.

나: 그 점이 가장 중요해요. 일본인들의 성의 유린과 도륙 행위는 일제 강점기뿐 아니라, 조선 말기에도 비일비재했습니다. 그 때문에 동학의 창시자, 최제우는 『용담유사』에서 일본 군인들을 “개 같은 왜적놈”들이라고 일갈하였습니다. 그들의 잔악한 행위는 입으로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끔찍하고 지속적으로 자행되었습니다.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