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싱 19

서로박: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친애하는 Y, 오늘은 로마의 시성으로 알려져 있는 베르길리우스 (Vergil, BC. 70 - BC. 19)의 불멸의 서사시 “아이네이스”를 다루어보기로 합시다. 베르길리우스는 죽기 직전 12년에 걸쳐 이 작품에 매진하였고, 자신이 세상을 떠나는 바로 그 날까지 책상 위에는 원고와 펜이 얹혀져 있었다고 합니다. 따라서 “아이네이스”는 위대한 미완성 작품입니다. 친애하는 Y, 나는 미완성 작품을 몹시 사랑합니다. 미완성은 어떤 가능성을 담보로 하기 때문입니다. 이탈리아의 천재 조각가, 미켈란젤로는 자신의 천재성에 관한 질문에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내가 한 일이라고는 다만 대리석에서 다만 불필요한 부분을 깎아낸 일밖에 없습니다.”이라고 말입니다. 미켈란젤로는 완성 작품을 유독 싫어했습니다. 그토록 심혈..

37 고대 문헌 2025.01.16

서로박: (3) 레싱의 '현인 나탄'

(앞에서 계속됩니다.) 기사단원은 예루살렘의 기독교 종주를 찾아가서, 조언을 구합니다. 당시 기독교 종주는 부패한 관리였습니다. 그러나 기사단원은 이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기독교 종주는 나탄과 그다지 좋은 사이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나탄을 위험에 빠뜨리기 위해서 수사 한사람을 그에게 보냅니다. 수사는 18년 전에 나탄에게 레하를 떠맡긴 바로 그 장본인이었습니다. 18년 전에 나탄은 끔찍한 불행을 겪었습니다. 당시 기독교도들은 그의 일곱 아들과 아내를 살해했던 것입니다. 나탄은 순식간에 사랑하는 가족 모두를 잃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기독교 출신의 젖먹이 아이 한 명을 자신의 양녀로 받아들여, 애지중지 키웠습니다. 바로 여기서 우리는 놀라울 정도로 고매한 주인공의 인간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40 근대독문헌 2023.10.24

서로박: (2) 레싱의 '현인 나탄'

(앞에서 계속됩니다.) 이제 줄거리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유대인 나탄은 부유한 장사꾼입니다. 사업차 오랫동안 외유하고 집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 사이에 그의 딸, 레하는 불타 죽을 위기에 처한 적이 있었습니다. 집에 화재가 발생하였는데, 레하는 어느 젊은 기사에 의해서 구출됩니다. 그미와 보모, 다야는 화재에도 기적적으로 살아나게 되었던 것입니다. 젊은 기사는 어느 기독교 교단에 속하는 십자단원이었습니다. 레하와 십자단원은 서로 호감을 품습니다. 나탄은 화재 사건을 전해 듣고, 언젠가는 반드시 십자단원에게 딸을 구해준 데 대해 보답하기로 작심합니다. 그 사이에 십자단원 기사는 살라딘에게 체포됩니다. 당시 예루살렘에서는 여러 종파 사람들이 서로 피비린내 나게 싸우고 있었습니다. 이슬람을 신봉하는 살라딘으로..

40 근대독문헌 2023.10.24

서로박: (1) 레싱의 '현인 나탄'

친애하는 J, 당신의 임이 어느 순간 당신과 남매지간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게 된다면, 당신의 마음속에 어떠한 느낌이 들까요? 적어도 당신이 젊은이라면, 당신의 열정이 마치 김빠진 맥주처럼 일순간에 허망하게 사라지는 것을 감지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 혈연지정은 어느 종교에서든 간에 애정보다 우선적인 관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부부는 헤어지면 남이 되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남이 될 수 없는 관계가 부모와 자식 간의 그리고 남매 사이의 관계가 아닌가요? 어쩌면 애정관계와 혈연관계는 동질적인 것인지도 모릅니다. 사랑은 본질적으로 하나이니까요. 레싱은 『현인 나탄 Nathan der Weise』에서 이 점을 강조하려고 했는지 모릅니다. 또 한 가지 우리가 망각해서는 안 될 사항이 있습니다. 그것은 계..

40 근대독문헌 2023.10.24

서로박: 혐오에서 연민으로

우리는 현재 분노의 사회에서 살고 있습니다. 일용직 노동자들은 박한 월급에 인간 이하의 취급을 당한다고 분노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빈부차이로 인한 경제적 박탈감으로 분노하며, 중산층 사람들은 자식 교육을 생각하면서 SKY를 우선시하는 학벌 중심주의에 분노하고, 여성들은 남성들에 의해서 차별당하며 살아야 하는 극한적 현실에 분노하며, 농민들은 더 이상 수입을 기대할 수 없게 만드는 국가의 세계화 정책이 분노하고, 학생들은 불투명한 미래와 수수방관하는 사회에 분노하며 살아갑니다. 이러한 분노가 계기가 되어 결국 마음속에는 점점 혐오가 쌓여갑니다. 내면에서 분노가 축적되면, 자신과 다른 처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외면하고 혐오하는 감정만 남게 됩니다. 그저 상대방을 무시하고 외면할 뿐이지요. 무시와 혐오의 감..

2 나의 잡글 2022.07.05

서로박: 레싱의 "에밀리아 갈로티" (1)

친애하는 J, 오늘은 레싱의 5막 극, 에밀리아 갈로티에 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작품은 1757년에 집필되어서 1771/72년에 발표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1772년 3월 13일에 브라운슈바이크에서 처음으로 공연되었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극작품이 운문으로 기술된 데 비하면, 이 작품이 산문으로 집필된 것은 과히 전통을 깨뜨리는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에밀리아 갈로티」는 과거에 주로 사용되던 극작품의 모티브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가령 고대의 역사가 리비우스 (Livius)에 의하면 젊고 순결한 로마의 처녀 비르기니아는 어처구니없게도 그미의 아버지 비르기니우스에 의해서 살해당합니다. 왜냐하면 그는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음탕한 남자 디셈비른 아피우스 클라우디우스 (Dicemvirn Appius C..

40 근대독문헌 2022.01.23

서로박: 라이제비츠의 "율리우스 폰 타렌트"

친애하는 L, 작품 하나로 문학사에 남은 작가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라이제비츠의 경우가 그러했습니다. 요한 안톤 라이제비츠 (1752 - 1806)는 하노버에서 포도주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1770년에서 1774년까지 그는 예나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시인 뷔르거 Bürger, 횔티 Hölty 보이에 Boie 등과 사귀었습니다. 1775년 브라운슈바이크에서 변호사로 일했습니다. 레싱과 친교를 맺었습니다. 1776년 베를린으로 거주지를 옮겨서 프리드리히 니콜라이와 교우 관계를 맺습니다. 그는 생계를 위해서 1785년 브라운슈바이크 영지의 비서로 일했습니다. 1780년 바이마르에서 괴테, 빌란트, 헤르더 등을 만났습니다. 1781년 라이제비츠는 소피 자일러와 결혼합니다. 1785년 브라운슈바이크-..

40 근대독문헌 2021.12.12

서로박: (1) 천일야화, 세계의 비밀과 사랑

1. 우리의 인식 능력은 제한적이다.: 우리는 지구가 태양을 돌고, 달이 지구 주위를 회전한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 사람들은 태양이 지구를 돈다고 믿었습니다. 갈릴레이의 이전 시대에는 지구 중심설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인간은 해가 동쪽에서 뜨고 서쪽에 기운다는 사실을 두 눈으로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인간의 인지 능력은 편협하고 제한적입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과거 사람들은 다른 물질로 금을 창조해낼 수 있다고 지레짐작하였습니다. 연금술사들은 단순한 기술자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목욕재계한 다음에 수없이 실험에 임했습니다. 이를 위해 사용된 것은 수많은 다른 물질들이었습니다. 황Sulphur은 물질을 태우고, 수은Merkur은 물질을 용해시키며, 소..

38 중세 문헌 2021.11.24

서로박: (2) 레싱의 민나 폰 바른헬름

(앞에서 이어집니다.) 7. 레싱 문학의 위대함은 극작품의 구성에 있다. 레싱 문학의 강점은 한마디로 말해서 극작품의 구성에 있습니다. 이야기의 전개 과정은 텔하임 소령과 민나 사이의 얽혀있는 관계의 실타래를 풀어내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예로서 우리는 막간극을 들 수 있습니다. 레싱은 막간을 이용하여, 프랑스 장교, 리코 델라 마리니예를 등장시킵니다. 막간 장면을 통해서 레싱의 희극은 오히려 비극적 모티브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리코는 우연히 여성들의 방에 잘못 들어와, 텔하임 소령을 찾는다고 말합니다. 텔하임에게 전해줄 소설 작품 한 권을 들고 왔는데, 만약 그가 소설을 읽으면, 매우 기뻐할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리코는 자신이 텔하임과 마찬가지로 군인으로서의 명예를 상실하고, 거지 신세..

40 근대독문헌 2021.10.04

서로박: (1) 레싱의 민나 폰 바른헬름

1. 전업 작가, 레싱: 친애하는 L, 고트홀트 에프라임 레싱 (1729 - 1781)은 독일 계몽주의 시대에 가장 빛나는 작가로 손꼽힙니다. 또한 그는 독일 최초의 “전업 작가 der freie Schriftsteller”이기도 합니다. 그의 우스꽝스러운 극작품 「민나 폰 바른헬름 혹은 군인의 행운」은 5막 극으로서 1763년에 집필되었고, 4년 동안 원고를 묵혀두었다가, 1767년에 발표, 그해에 함부르크 극장에서 초연되었습니다. 특히 주목해야 하는 것은 동시대의 소재에 대한 희극적 형상화입니다. 여기서 극작가는 애써 애국적 태도를 강조하지는 않습니다.  레싱은 1759년에 단막극 「필로타스 Philotas」에서 주인공의 탈 영웅적 태도를 은근히 암시한 바 있는데, 이는 나중의 작품의 주인공을 염두에..

40 근대독문헌 2021.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