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근대독문헌

서로박: (2) 레싱의 '현인 나탄'

필자 (匹子) 2023. 10. 24. 16:45

이제 줄거리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유대인 나탄은 부유한 장사꾼입니다. 사업차 오랫동안 외유하고 집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 사이에 그의 딸, 레하는 불타 죽을 위기에 처한 적이 있었습니다. 집에 화재가 발생하였는데, 레하는 어느 젊은 기사에 의해서 구출됩니다. 그미와 보모, 다야는 화재에도 기적적으로 살아나게 되었던 것입니다. 젊은 기사는 어느 기독교 교단에 속하는 십자단원이었습니다. 레하와 십자단원은 서로 호감을 품습니다. 나탄은 화재 사건을 전해 듣고, 언젠가는 반드시 십자단원에게 딸을 구해준 데 대해 보답하기로 작심합니다.

 

그 사이에 십자단원 기사는 살라딘에게 체포됩니다. 당시 예루살렘에서는 여러 종파 사람들이 서로 피비린내 나게 싸우고 있었습니다. 이슬람을 신봉하는 살라딘으로서는 기독교를 믿는 기사를 살려둘 리 만무했습니다. 처형의 위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그런데 살라딘은 젊은 기사단원을 바라보았을 때, 오래 전에 죽은 동생의 얼굴이 떠오르는 게 아니겠습니까? 마치 동생이 살아 돌아와서 자신 앞에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살라딘은 기사단원을 사면합니다. 레하는 기사단원의 사면 소식을 접하고 몹시 기뻐합니다. 자신을 구출해 준 기사 단원에게 감사의 정을 표하고 싶었습니다. 나탄은 자신의 지혜를 이용하여, 딸을 구해준 기사 단원에게 만나서 대화를 나누자고 제안합니다.

 

  극적 진행과정은 복합적으로 전개됩니다. 나탄은 살라딘의 부탁을 받게 됩니다. 살라딘은 심각한 재정적 어려움에 처해 있었습니다. 여동생 시타는 여러 정황을 간파한 다음에 나탄에게 돈을 빌리라고 충고합니다. 살라딘은 이교도인 장사꾼에게 돈을 빌리는 게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으나, 나탄을 초대합니다. 일단 “진정한 종교는 무엇인가?” 하고 물음으로써 유대인의 능력을 시험한 다음에, 상호 금전적인 계약을 맺으려고 계획합니다. 드디어 살라딘과 나탄 사이의 만남이 이루어집니다. 두 사람의 만남은 극작품의 가장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으며, 여기서 극작가가 지향하려는 계몽적 휴머니즘의 이상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살라딘이 진정한 종교가 무엇인가? 하고 물었을 때, 나탄은 “반지의 우화”를 들려줍니다.

 

 

 

 

레싱의 초상화. 자고로 머리통이 우뚝 솟은 사람은 관상학적으로 위대한 영웅으로 살게 된다고 한다.

 

어느 남자는 귀한 반지 하나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이 반지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로서 가장 사랑하는 자식에게 물려주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남자에게는 세 명의 아들이 있었습니다. 그는 세 아들을 똑같이 사랑하였으므로 누구에게 반지를 물려줄지 몰랐습니다. 고심하다가 세공업자 한 사람을 불러다가 두 개의 똑같은 복제품을 만들게 했습니다. 아버지가 죽은 다음에 세 아들은 자신의 반지가 진품이라고 우겼습니다. 결국 세 아들은 진위를 가리기 위하여 법정에 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때 법관은 다음과 같이 판결합니다. 각자 아버지의 공평하고 편견 없는 사랑을 본받도록 하라. 너희들은 각자 앞을 다투어 자기 반지에 박힌 보석의 신통력을 현현하도록 하라. 온유함과 진정한 화목과 옳은 행동과 신에 대한 진정한 복종으로써 그 신통력을 돕도록 하라.” 상기한 사항은 나탄이 이슬람의 술탄에게 전해준 반지 우화의 줄거리입니다. 살라딘은 내용에 감탄하면서 이 이야기가 자신과 직결된다고 믿게 됩니다. 세 개의 반지가 유대교, 기독교 그리고 이슬람교를 암시한다는 것을 예리하게 깨달은 것입니다. 이로써 어떤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여 가장 절대적 신앙을 찾으려던 살라딘 자신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갑니다. 살라딘은 열광적으로 손을 내밀면서, 그와 친구 관계를 맺습니다.

 

다른 한편 기사단원은 비록 처녀를 구해주었지만, 그미의 아름다운 얼굴을 뇌리에서 떨치지 못합니다. 어느새 레하에게 연정을 품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기사단원은 레하에게 자신의 아내가 되어달라고 고백합니다. 나탄 역시 그의 구혼 소식을 접합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나탄이 딸의 혼인에 소극적 태도를 취하는 것이었습니다. 나탄은 혹시 그가 레하의 친척이 아닐까? 하고 의구심을 품었던 것입니다. 기사단원은 자신의 프로포즈가 어색한 결과를 낳게 되었을 때 몹시 당황스러움을 느낍니다. 이윽고 그는 다야를 통해서 다음과 같은 비밀을 접하게 됩니다. 즉 레하가 나탄의 친딸이 아니라, 기독교 출신의 고아라는 게 바로 그 비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