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근대독문헌

서로박: 레싱의 "에밀리아 갈로티" (1)

필자 (匹子) 2022. 1. 23. 10:18

친애하는 J, 오늘은 레싱의 5막 극, 에밀리아 갈로티에 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작품은 1757년에 집필되어서 1771/72년에 발표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1772년 3월 13일에 브라운슈바이크에서 처음으로 공연되었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극작품이 운문으로 기술된 데 비하면, 이 작품이 산문으로 집필된 것은 과히 전통을 깨뜨리는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에밀리아 갈로티」는 과거에 주로 사용되던 극작품의 모티브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가령 고대의 역사가 리비우스 (Livius)에 의하면 젊고 순결한 로마의 처녀 비르기니아는 어처구니없게도 그미의 아버지 비르기니우스에 의해서 살해당합니다. 왜냐하면 그는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음탕한 남자 디셈비른 아피우스 클라우디우스 (Dicemvirn Appius Claudius)로부터 딸을 보호하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미의 죽음은 차제에 민중 폭동의 계기로 작용하였습니다.

 

리비우스의 소재에 관해 레싱은 (약간 거리감을 둔 채) 1758년 1월 21일 니콜라이 Nicolai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작품 계획을 다음과 같이 기술합니다. “젊은 비극 작가인 그는 (레싱 자신을 지칭함 - 역주) 로마의 비르기니아의 이야기를 이를테면 국가 전체를 흥미롭게 만드는 일로부터 완전히 분리시켰습니다. 그는 다음의 사실을 믿었습니다. 즉 아버지에 의해 살해당하는 어느 딸의 운명을 고려할 때 그미가 지닌 미덕은 그미의 삶보다도 더 가치가 있다는 점 말입니다. 그미의 비극은 영혼 전체를 뒤흔들어놓을 정도로 비극적이고 감동적이니까요. 설령 국가의 법체계가 이로 인해서 전혀 전복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이러한 구성은 지극히 비정치적입니다. 그러나 나중에 레싱은 이를 부분적으로 포기했습니다. 「에밀리아 갈로티」는 독일 문학에서 첫 번째 정치 극으로서, 뒤이어 나타날 질풍과 노도 (특히 실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괴테는 이 작품에 대해서 약간의 거리감을 취했지만, 통째로 매도하거나 거부하지는 않았습니다. 예컨대 베르테르의 주인공은 작품 내에서 스스로 자살하기 전에 에밀리아 갈로티를 읽는 대목이 나옵니다.

 

이제 작품의 줄거리를 말씀드리겠습니다. 헤토레 곤차가는 동시대 (17세기)의 이탈리아 소공국, 구아스탈라의 왕자입니다. 그는 매력적으로 생긴 남자이지만, 비양심적이고 파렴치하게 행동하는 인물입니다. (“구아스탈라”는 레싱이 살던 시대에 실제 이탈리아 소 공국으로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순간 그는 자신의 연인 오르시나 백작 부인에 대해 싫증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말하자면 에밀리아 갈로티라는 평민 출신의 아름다운 처녀가 그를 완전히 매혹시킨 것입니다. 막이 오르면, 곤차가 왕자는 백성들의 하소연이 기록된 장궤를 읽고 있습니다.

 

이때 화가 콘티가 두 개의 초상화를 들고 방으로 들어옵니다. 한 개의 초상화에는 오르시니 백작 부인이, 다른 하나의 초상화에는 에밀리아 갈로티라는 처녀의 초상이 그려져 있습니다. 곤차가는 에밀리아를 바라보고 황홀감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그미의 모습은 왕자의 넋을 나가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왕자는 그림을 구매하면서,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에밀리아를 자신의 여자로 만들겠다고 굳게 결심합니다. 곤차가 왕자는 시종 마리넬리에게 자신의 이러한 마음을 전합니다. 그러나 마리넬리는 에밀리아가 빠른 시일 안에 아피아니 백작과 결혼식을 올리려고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을 왕자에게 전합니다. 에밀리아 갈로티는 귀족이 아니라, 평민계급에 속하는 젊은 여성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워낙 절세미인이라서 아피아니 백작이 청혼하였고, 그미는 이를 수락했던 것입니다.

 

곤차가는 이 사실을 접하고, 고민에 빠집니다. 어떻게 하면 백작과의 결혼식을 파기하게 하고, 에밀리아를 자신의 연인으로 삼을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합니다. 이때 마리넬리는 하나의 책략을 떠올립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그미의 결혼식을 연기하게 하는 게 바로 그 책략이었습니다. 그리하여 곤차가는 아피아니 백작에게 왕의 사절로 잠시 해외에 나가라고 명령합니다. 그러나 아피아니는 왕의 이러한 명령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정중하게 거절합니다. 왕자의 부탁을 들어주기에는 자신의 결혼이 우선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신하 가운데 하필이면 자신이 순식간에 선택된 게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이로 인하여 왕자는 골머리를 앓습니다. 이 와종에서 왕자의 시종인 교활한 마리넬리는 주인의 암묵적인 묵인 하에 어떤 암살 계획을 세웁니다. 말하자면 결혼식에 참여하려고 길을 떠나는 예비부부를 급습하는 일이 바로 암살계획이었습니다.

 

마리넬리의 부하들은 자객으로 변신하여 도중에 신랑신부의 행렬을 급습합니다. 이때 대로에서 칼부림이 발생하고, 아피아니 백작은 결투 끝에 살해당하고 맙니다. 마리넬리의 부하들은 에밀리아 그리고 그미의 어머니를 가까운 성에 끌고 가서 그곳에서 머물게 합니다. 그곳은 “도살로”라고 불리는 은밀한 성 城이었습니다. 그곳은 왕자가 자주 이곳에 머물면서 여자들과 쾌락을 즐기던 장소였습니다. 곤차가는 미리 그곳에 당도하여 에밀리아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미가 모든 것을 우발적인 사건이라고 여기도록 모든 것을 조처해놓았던 것입니다.

 

에밀리아는 도살로 성에서 왕자와 조우합니다. 이때 에밀리아는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이미 아침에 교회에서 마주친 곤차가는 자신에게 사랑을 고백하지 않았던가요? 에밀리아의 일행은 순식간에 성에 갇히게 됩니다. 왕자는 살인 사건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에밀리아가 자신의 부하 그리말디오의 보호를 받도록 조처합니다. 클라우디아 (에밀리아의 어머니)는 모든 것을 예리하게 간파합니다. 즉 곤차가가 자신의 신부를 차지하기 위해서 아피아니 백작을 죽였다는 사실 말입니다.

 

이윽고 오르시나 백작 부인 그리고 (에밀리아의 아버지인) 오도아르도는 뒤늦게 도살로 성에 당도합니다. 오르시나 백작부인은 격분한 마음으로 아피아니 백작의 죽음을 알리면서 오도아르도에게 단검을 건네줍니다. 억울하게 살해당한 신랑, 아피아니 그리고 과부가 된 불쌍한 신부를 구하기 위해서는 단도로 젊은 권력자 내지 음탕하고 매력적인 바람꾼, 곤차가를 찔러 죽여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오르시나 백작 부인을 격분하도록 작용한 것은 정의로움이 아니라, 어떤 질투심이었습니다.

 

에밀리아의 아버지, 오도아르도는 비록 귀족은 아니지만 공명정대한 시민이었습니다. 그는 오르시나 백작 부인으로부터 단검을 건네받기는 하였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 적이 없었습니다. 살인, 그것도 왕자를 살해하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 마리넬리의 설득대로 자신의 딸을 고분고분 곤차가에게 맡긴다는 것은 자신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딸을 수도원으로 보내려고 작심합니다.

 

에밀리아는 처음부터 곤차가 왕자를 혐오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자신이 그의 품에 안기게 되면, 그의 유혹을 거부하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미는 아버지에게 단검을 건네줍니다. 곤차가의 애인으로 살아가느니, 차라리 아버지의 칼에 찔려 죽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말하자면 에밀리아는 자결을 선택합니다. 에밀리아는 신랑인 아피아니 백작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품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미는 결혼 전에 남자를 사귄 적이 없으며, 그저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결혼식을 올리려고 했든데, 안타깝게도 아피아니가 도중에 결투로 인하여 살해당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에밀리아는 순결한 처녀입니다. 그렇지만 사랑과 성 그리고 인간의 욕망이 무엇인지 게슴츠레 유추하고 있습니다. 그미는 마지막에 다음과 같이 토로합니다. “폭력! 폭력! 누가 이러한 폭력을 가라앉힐 수 있을까요? 폭력이라고 불리는 것은 무 無나 다름이 없어요. 유혹이야말로 진정한 폭력이에요. 아버지, 내게는 피가 있어요. 하나의 폭력으로서의 젊고 따뜻한 피 말이에요. 나의 감각 또한 감각이지요. 나는 아무 것도 약속할 수 없어요. 나는 무에 끌려가게 될 거에요. 그리말디의 집을 잘 알아요. 그것은 쾌락의 집입니다. 어머니가 보는 앞에서 그곳의 한 시간... 나의 영혼 속에서 많은 것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어요. 신앙의 엄격한 훈련으로 이러한 헝클린 감정을 달래는 데에 수 주일이 걸릴 것 같아요... 주세요, 아버지, 단검을 나에게 건네주세요.”

 

어쩔 줄 몰라 머뭇거리던 오도아르도는 로마의 비르기니우스처럼 딸을 찔러 죽입니다. 곤차가는 에밀리아의 죽음에 너무나 놀랍니다. 그는 내심 자신의 죄를 깨닫지만, 연이은 살해 사건에 대한 책임을 자신의 시종에게 전가시킵니다. 그리하여 마리넬리는 영원히 왕자의 곁을 떠납니다. 레싱은 연극의 삼일치 법칙을 준수하고 있습니다. 극적 행위는 아침에서 그날 저녁 사이에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극적 장소는 궁정, 에밀리아의 집 그리고 도살로 성으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레싱은 자신의 『함부르크 연극론 Hamburgische Dramaturgie』에서 주제 상으로 그리고 극의 구성에 있어서 탁월한 작품이 집필되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렇게 해야 독일 연극이 셰익스피어의 예술과 같은 강렬함 그리고 진지함을 획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후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