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근대독문헌

서로박: 레싱의 민나 폰 바른헬름 (1)

필자 (匹子) 2021. 10. 4. 08:52

1. 전업 작가, 레싱: 친애하는 L, 고트홀트 에프라임 레싱 (1729 - 1781)은 독일 계몽주의 시대에 가장 빛나는 작가로 손꼽힙니다. 또한 그는 독일 최초의 “전업 작가 der freie Schriftsteller”이기도 합니다. 그의 우스꽝스러운 극작품 「민나 폰 바른헬름 혹은 군인의 행운」은 5막 극으로서 1763년에 집필되었고, 4년 동안 원고를 묵혀두었다가, 1767년에 발표, 그해에 함부르크 극장에서 초연되었습니다. 특히 주목해야 하는 것은 동시대의 소재에 대한 희극적 형상화입니다. 여기서 극작가는 애써 애국적 태도를 강조하지는 않습니다.

 

레싱은 1759년에 단막극 「필로타스 Philotas」에서 주인공의 탈 영웅적 태도를 은근히 암시한 바 있는데, 이는 나중의 작품의 주인공을 염두에 둔 것입니다. 가령 레싱은 동료 작가의 전쟁 광분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당시에 민족주의적 입장이 대두되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습니다. “나는 조국의 사랑에 대해서 어떠한 생각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내게는 기껏해야 영웅적 나약성에 불과한 것이므로, 기꺼이 배격하고 싶습니다.” (1759년 글라임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인간은 이성을 지닌 세계시민이어야 하는데, 자그마한 땅을 놓고 애국, 승리 등을 부르짖는 것은 소인배의 몫이라는 것입니다.

 

2. 7년 전쟁의 부산물: 작품은 7년 전쟁 (1756 - 1763)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당시에 독일 전역은 많은 공국으로 분할되어 있었습니다. 권력자들은 애국심을 부추기고 수많은 사람들을 전쟁터로 내몰고 있었습니다. 작센과 프로이센은 베를린 지역 주변에 위치한 자그마한 공국이었는데, 7년 동안 피비린내 나게 싸웠습니다.

 

레싱은 7년 전쟁동안 프로이센의 슐레지엔 점령군 사령관이었던 폰 타우엔치엔의 비서로 일한 적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의 친구 가운데 에발트 폰 클라이스트라는 소령이 있었습니다. 이들을 통해서 레싱은 군국주의 국가, 프로이센의 의향 그리고 프로이센의 생리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프리드리히 2세는 7년 전쟁을 승리로 이끎으로써 국민적 영웅으로 부상하게 됩니다. 자그마한 공국이었던 프로이센은 작센 공국을 무찌름으로써 나중에 거대한 왕국으로 거듭나게 되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었습니다.

 

1803년에 간행된 극작품 민나 폰 바른헬름

 

3. 텔하임 소령: 주인공 텔하임 소령은 면직 당했지만, 프로이센의 자존심이 강한 고결한 장교입니다. 그는 하인 유스트와 함께 베를린의 여관에 묵고 있습니다. 그는 강제로 퇴역 당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치욕으로 여기고 거대한 불명예라고 간주합니다. 게다가 텔하임은 전쟁의 와중에 팔 하나를 잃었습니다. 친애하는 L, 인간의 특정한 행동은 좋은 의미로 받아들이기도 하고, 때로는 나쁜 의미로 수용될 수도 있습니다. 설령 그것이 선행이라고 하더라도, 사악한 사람들은 선행을 나쁜 의미로 곡해하곤 하지요.

 

텔하임은 튀링겐 지역에 거주하는 작센 사람들을 도우려고 자신의 돈을 지불하고, 그곳 귀족으로부터 어음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가 베를린 은행에서 어음을 돈으로 바꾸려고 하였을 때, 은행은 현금 지불을 거절합니다. 왜냐하면 튀링겐 지역의 귀족들이 돈을 갚지 않기 위해서 주인공을 횡령 혐의로 고발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로 인하여 그는 귀족 신분마저 박탈당하고 병졸로 강등되고 말았습니다.

 

오늘날 시각으로 보면, 상류층에 속하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병신이 되고, 자신의 재산과 직장을 모조리 잃은 셈입니다. 참으로 비참하고 절망적인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텔하임 소령은 고결한 마음 그리고 관대한 자세를 취합니다. 자신에게 돈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전사한 친구의 아내에게 거액을 전하기도 합니다.

 

4. 작센 출신의 약혼녀, 민나 폰 바른헬름: 텔하임 소령은 프로이센 출신이었지만, 이전에 작센 출신의 귀족의 딸과 약혼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미는 민나 폰 바른헬름이라는 처녀였습니다. 그러나 텔하임 소령은 자신의 처지로 인하여 사랑하는 약혼자와 이별하는 게 낫다고 판단합니다. 소령은 그미를 깊이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돈, 직장, 귀족 신분 그리고 자신의 팔 하나를 잃었으므로, 민나를 행복하게 해줄 게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일방적으로 모든 연락을 두절하고, 베를린의 여관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현재 주인공은 돈이 없어서 고통스럽게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지냅니다. 그렇지만 그는 자존심이 매우 강해서, 과거에 군대에서 부하로 일했던 친구인 파울 베르너가 돈을 빌려주겠다는 것을 거절합니다. 매달 자신의 통장으로 입금되는 이자마저 과부가 된 마를로프 부인에게 돌려줄 정도로 의리 있는 사내이지요. 그미의 남편은 생전에 주인공으로부터 돈을 꾸어간 뒤에, 은행이 텔하임 소령에게 매달 일정 금액의 이자를 입금하도록 조처했던 것입니다.

 

연극의 한 장면. 민나는 유스트를 바라보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5. 가난한 텔하임, 반지를 잡혀서 여관비를 지불하다: 심지어는 여관비를 낼 수 없게 된 텔하임은 하인, 유스트를 시켜서, 약혼반지를 여관 주인에게 건네주도록 조처 합니다. 여관 주인은 텔하임에게 가장 허름하고 볼품없는 방을 제공합니다. 왜냐하면 돈 많은 작센 귀족 여성인 민나 폰 바른헬름이 그미의 하녀, 프란치스카와 함께 이곳으로 도착하기로 되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민나는 전쟁 후에 약혼자로부터 소식이 끊긴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이를 수소문하기 위하여 베를린으로 오게 되었던 것입니다. 민나가 자신이 묵고 있는 여관에 당도하리라는 소식을 접한 텔하임 소령은 다시금 어디론가 떠나려고 결심합니다. 그는 민나 폰 바른헬름을 깊이 사랑하지만, 그미의 행복을 위해 이별을 택하려 하는 것입니다. 제 2막 9장에서 텔하임 소령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현재의 상황에서 “이성과 필연성은 민나를 깨끗이 잊으라고 명령하고 있네.”

 

6. 민나, 약혼남의 반지를 발견하고 임을 만나다: 민나는 맨 처음 여관에 도착했을 때 우연히 텔하임의 약혼반지를 목격하게 됩니다. 이로써 민나는 죽은 줄 알았던 약혼자가 여관에 묵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텔하임의 반지를 돈으로 교환한 다음에, 그미는 여관주인에게 텔하임 소령을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극작품의 여주인공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작센 출신의 귀족 처녀, 민나는 “이성의 신봉자”이자, 동시에 해방된 여성입니다. 게다가 기지를 발휘할 줄 아는 꾀주머니가 바로 민나입니다.

 

드디어 두 사람 사이의 만남이 이루어집니다. 민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당신은 나를 사랑하나요, 텔하임?”하고 묻습니다. 이때 텔하임은 이에 대답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에 자신이 처한 처지를 전합니다. 즉 명예를 잃고, 돈도 없으며, 나아가 아무런 가치 없는 팔 병신이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비참한 처지를 사랑하는 여인 앞에 드러내야 하는 게 속이 쓰릴 정도로 고통스럽습니다. 텔하임 소령은 순간적으로 어디론가 뛰쳐나가고 맙니다. 요약하건대 텔하임의 고결한 자존심은 그미와의 결혼을 도저히 허락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