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 36

순수한 영혼의 눈 - 천국의 사물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시를 읽고 오르가슴을 느끼려면, 우선 시를 대하는 우리의 마음을 갈고 닦아야 합니다. "제 눈에 안경"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간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가까이하려고 하고, 이에 애착을 느낍니다. 또한 그 말은 자신의 그릇 내에서 모든 것을 인식하는 한계성을 암시하기도 합니다. 기억이 나지 않지만 괴테 역시 어느 시에서 그렇게 묘사했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시를 읽기 전에 우리 자신의 그릇을 크고 순수하게 가꾸어야 합니다. 리영희 교수는 감옥의 똥통을 닦으며, 더럽다는 느낌을 씻으려 했습니다. 똥통이 더럽게 보이는 것은 우리의 눈이 더러움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깨끗하게 해야 하는 것은 똥통이 아니라, 선입견으로 가득 찬, 제한된 우리의 오관입니다. 플로티노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만..

22 외국시 2021.04.13

서로박: 단테의 신곡 (1)

친애하는 J, 오늘은 중세 이탈리아의 시성으로 알려진 단테 알리기리 (1265 - 1321)의 “신곡 (La divina commedia)” (1300 - 1321)에 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무려 21년이라는 기나긴 창작 과정을 지니고 있는데, 맨 처음 책으로 간행된 것은 1472년이었습니다. 오늘 어째서 이탈리아어로 씌어진 문학 작품이 다루어지는가? 하고 당신은 의아하게 생각하겠지요? 얼핏 보기에는 독일 문학과 무관한 것 같지만, 본질적으로는 기독교 정신을 그대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서양 문학의 두 개의 문화적 토대 (그리스 로마의 문화 그리고 기독교 문화) 가운데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단테 알리기리의 “신곡”은 사상적 배경 및 이후의 영향을 고려할 때 결코 서양 문학..

34 이탈스파냐 2021.01.25

(명시 소개) 박현수의 시, "'응'이란 말" (1)

나: “지금 나하고 하고 싶어?” 너: “응”. 나: “응”이라는 대답 속에는 동의가 숨어 있군요.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라는 말에는 주종 관계가 자리하는 반면에 “응”이라는 대답은 이와는 다른 것 같아요. 아이들의 천진난만함 그리고 동등한 관계를 연상시키니까요. 너: 요즈음 젊은이들은 카톡을 주고받을 때 응이라는 단어 대신에 그냥 동그라미 이응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응이라는 단어 속에는 수긍하고 동의한다는 의미가 은밀하게 내재해 있군요 나: 문정희 시인의 시 「응」의 전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햇빛 가득한 대낮 지금 나하고 하고 싶어? 네가 물었을 때 꽃처럼 피어난 나의 문자(文字) “응” 동그란 해로 너 내 위에 떠 있고 동그란 달로 나 네 아래 떠 있는 이 눈부신 언어의 체위 오직 심..

19 한국 문학 2021.01.15

서로박: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

1979년에 간행된 미하엘 엔데 (Michael Ende, 1929 - 1995)의 『끝없는 이야기 Die unvollendete Geschichte』는 괴테 Goethe의 『파우스트』, B. 슐링크의 『책읽어주는 남자』와 함께 독일에서 가장 즐겨 읽히는 청년소설입니다. 미하엘 엔데의 소설은 일본에 많이 소개되었으나 (미하엘 엔데의 두 번째 부인이 일본여인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엔데는 초현실주의 화가로 활동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예술적 상상력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그의 작품은 60년대부터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를테면 1973년에 발표된 『모모 Momo』는 작가에게 독일 청년문학상을 안겨주었지요. 일단 작품의 줄거리를 살펴보겠습니다...

44 20후독문헌 2020.11.27

토마스 브라쉬의 극작품들 (4) 도미노

친애하는 T, “유럽은 죽어가고 있는가?” 토마스 브라쉬가 이렇게 외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그는 1977년의 극작품 「카르고 32. 가라앉는 배 위에서 흥분하여 어쩔 줄 모르는 시도 Cargo 32. Versuch auf einem untergehenden Schiff aus der Haut zu fahren」에서 유럽의 패망을 경고한 바 있습니다. 1982년에 공연된 영화 「도미노 Domino」도 유럽의 몰락의 가능성을 주제화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흑백 영화로 구성되어 있는데, 작품에는 주로 많은 실험적 사진 작품들이 활용됩니다. 브라쉬는 영화를 통해서 유럽에서 도래할지 모르는 거대한 실업의 사태를 경고하려고 합니다. 작품의 주인공은 리자 Lisa 입니다. 그미는 성격상으로 「사랑스러운..

48 최신독문헌 2020.09.29

서로박: 조이메의 "시라쿠스로 향한 도보여행"

조이메의 초상화 일찍이 조실부모한 요한 고트프리트 조이메 (Seume, 1763 - 1810)는 어느 후원자의 도움으로 신학을 공부하였다. 20세 무렵에 군대에 징집되어, 캐나다로 떠난다. 탈영 후 그는 프로이센으로 귀국하여 프로이센의 병사가 된다. 나중에 조이메는 러시아 대신의 비서로 그리고 괴센 출판사의 Lektor로 일하기도 했다. 조이메의 여행기, "시라쿠스로 향한 도보여행"은 부분적으로 비일란트의 잡지 "Neue Teutsche Merkur"에 발표되고, 전편은 나중에 (1803) 책으로 간행되었다. 조이메는 1801년 10월 6일 라이프치히를 출발하여, 1802년 8월 14일 시라쿠스까지 걸어서 여행하였다. (시라쿠스는 시칠리아 섬에 있는 수도이다.) 그러니까 "시라쿠스로 향한 도보여행"은 저..

40 근대독문헌 2020.07.03

서로박: 동화, 혹은 가벼움 속의 무거움 (1)

1. 개념: “동화 (Märchen)” 혹은 “민담 (Volksmärchen)” 등의 개념은 그 자체 명확한 게 아닙니다. 보다 세밀한 개념은 그림 형제 (Brüder Grimm)에게서 유래합니다. 독일어 “메르헨 (Märchen)”은 요정 이야기로 번역되지만 반드시 요정이 등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까 좁은 의미에서 동화는 전설, 우화, 수수께끼 등의 이야기들과 구분되며, 그 자체 마법의 내용을 담은 이야기로 국한될 수 있습니다. 그렇에 동화는 어린이를 전제로 할 뿐 아니라, 초기 낭만주의의 노벨레와 연결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동화의 좁은 개념을 채택하기로 합니다. 동화는 다음과 같이 정의될 수 있습니다: “동화는 시간과 장소를 넘어서 자유로운 상상을 통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기이하고 놀라운 민속적..

17 (독일)동화 2020.04.29

서로박: 괴테의 타우리스 섬의 이피게니에

이 작품은 1779년에서 1787년 사이에 괴테가 네 차례의 수정을 거듭한 대표적 고전극입니다. 특히 마지막 제 4원고는 고전주의 드라마에 합당한 자유 무운격 (Blank-vers)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괴테는 에우리피데스의 同名의 극에서 나온 합창을 과감하게 생략했고, 등장 인물들의 대화 그리고 독백을 특히 강조하였습니다. 이로써 사건은 주로 여주인공의 관점에 의해 개진되고 있습니다. 그밖에 괴테는 (에우리피데스 극의) 신비로운 주위 배경을 바꾸어, 리얼리티를 살림으로써 인간의 영향력을 강조하였습니다. 이피게니에의 노여움 아가멤논의 딸, 이피게니에는 제물이 되어 죽음에 직면합니다. 그러나 그미는 아폴로 신의 도움으로 타우리스 섬에서 살아남습니다. 이곳의 왕, 토아는 이방인 여자를 살려둡니다. 왜냐면 그..

40 근대독문헌 2019.12.10

서로박: 뷔히너의 렌츠

친애하는 J, 위대한 천재 작가는 불과 서너 편의 작품만을 남깁니다. 그럼에도 그것들은 백년이 지난 지금에도 명작으로 읽히곤 합니다. 가령 게오르크 뷔히너 (1813 - 1837)의 단편 「렌츠」가 그러하지요. 이 작품은 1839년에 유작으로 발표되었습니다. 뷔히너는 작품의 제목을 정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신부인 미나 예글레는 1837년 9월에 뷔히너의 복사본을 카를 구츠코 Karl Gutzkow에게 송부했는데, 1839년 1월 『독일 전보 Telegraph für Deutschland』에 “렌츠. 게오르크 뷔히너의 유작.”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습니다. 뷔히너의 동생 루드비히 뷔히너 (1824 - 1899)는 이 원고를 토대로 1850년에 유고집을 간행한 바 있습니다. 오늘날 뷔히너의 친필 원고는 남아..

41 19전독문헌 2019.10.09

서로박: 클라이스트의 펜테질레아 (1)

1. 여성 국가 속에서 싸우고 사랑하는 여성 사랑과: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 (Heinrich von Kleist, 1777 - 1811)의 「펜테질레아 (Penthesilea)」는 24 장면으로 이루어진 운문 비극입니다. 이 작품은 1808년에 처음으로 공연되었습니다. 1876년 5월에 베를린에서 재연되었는데, 이 공연은 그해 4월에 베를린 국립 극장에서 공연된 무언극 원고에 바탕을 둔 것입니다. 선사 시대에 에티오피아 부족들은 스키타이 지역을 습격하여, 그곳의 모든 남자들을 살해한 다음에 스키타이 지역의 여성들을 소유합니다. 노예가 된 여성들은 피로 복수하리라고 결심합니다. 어느 날 밤에 그들은 야밤을 타서 에티오피아 부족의 침입자들을 살해하고, 아마존 여성의 국가를 건립합니다. 국가의 생존을 위해서..

40 근대독문헌 2019.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