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 33

서로박: 빌란트의 "아가톤의 이야기" (2)

아가톤은 델피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오르페우스 종교에 의해 교육받았다. 오르페우스 종교는 하나의 시스템이며, 이에 의하면 창세기가 세계의 창조자만큼이나 측량할 수 없다고 한다. 열여덟 살 되던 때에 어느 여자가 아가톤에게 애정을 품는다. 그미는 피티아라고 불리는 나이든 여 사제였다. 당시 아가톤은 프시케를 사랑하는 순정남이었다. 질투심에 사로잡힌 피티아는 천진난만한 프시케를 추방시키고, 아가톤 또한 델피를 떠나도록 조처하였던 것이다. 델피를 떠난 아가톤은 아테네 풀신의 어느 부유한 관료와 친구 관계를 맺게 된다. 관료는 주인공의 아버지와 잘 아는 사이였으며, 아가톤이 고향에서 높은 명예를 얻도록 도와준다. 그렇지만 그 관료의 동료 제자들은 주인공의 경력에 대해 몹시 질투심을 느낀다. 그리하여 아가톤은..

40 근대독문헌 2022.01.18

서로박: 횔덜린의 "히페리온" (3)

(앞에서 계속됩니다.) (8) 제 1부, 히페리온의 아테네 서한: 제 1권의 마지막 편지는 흔히 “아테네 서한” 내지 “아테네 연설”이라고 명명되는데 소설의 주제를 파악하는 데 핵심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히페리온은 여기에서 아테네 사람들을 자신과 주위 사람들을 구분할 줄 모르는 어린아이처럼 스스로 자라났다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그들은 세계와의 행복한 일치감 속에서 생활했다는 것입니다. 고대인들은 신과 일치되는 본원적인 존재로 부족함이 없다는 것입니다. 히페리온은 고대인들이 의식한 “칼로카가티아 καλοκἀγαθία”의 이상을 디오티마에게서 발견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선과 아름다움은 구체적으로 드러난 절대성으로서 현실화된 유토피아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히페리온은 그것을 인간과 세계를 결합시키는..

40 근대독문헌 2022.01.02

Lindenberg: (2) 천사의 유혹에 관하여

브레히트는 천사를 의도적으로 비아냥거리기 위해서 시를 집필하였습니다. 천사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천상의 존재입니다. 그는 남성이지만, 여성처럼 치장하고 있습니다. 아니, 천사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불분명합니다. 브레히트는 천사를 비아냥거림으로써 기독교가 하나의 이데올로기로서 유럽 사회에서 얼마나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치는가를 고발하려고 했습니다. 사실 기독교에서 죄는 언제나 성 Sex과 관련됩니다. 가령 모든 죄를 포괄하는 존재는 바빌로니아의 창녀로서 상징화되고 있습니다.  바빌로니아의 창녀는 성스러운 결혼식의 신부입니다. 고매한 쌍으로서의 해와 달의 삭망에 관한 비유를 생각해 보세요. 해와 달이 서로 만나 합치면 (개기일식, 혹은 개기월식), 고대 사람들은 이를 해와 달의 결혼식으로 수용했습니다. 해와 달의..

8 Lindenberg 2021.12.02

서로박: (1) 렌츠의 가정교사

친애하는 L, 오늘은 독일의 문화적 황금 시기에 좌절과 가난으로 고통스럽게 살아간 한 작가의 작품 하나를 고찰하려고 합니다. 야콥 미하엘 라인홀트 렌츠 (Jakob Michael Reinhold Lenz, 1751 - 1792)의 「가정교사」라는 희극작품이 그것입니다. 작품의 제목은 어쩌면 “접장”이라고 번역되는 게 타당할지 모릅니다. 왜냐하면 당시의 가정교사는 주로 고위 귀족층의 자녀들을 가르치는 지식인들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처음부터 신분상의 차이를 감내하지 않으면 안 되었지요. 보수가 너무나 박한 것은 물론이요,  시도 때도 없이 귀족들로부터 푸대접을 받았습니다. 헤겔, 실러를 비롯하여 평민 출신의 수많은 젊은 지식인들이 가정교사 직을 통해서 생계를 이어가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40 근대독문헌 2021.10.04

서로박: 소네트 패러디 (1)

다음의 글은 나의 논문 "고상한 소네트에서 조야한 소네트로"의 일부이다. 나: 소네트는 현대인의 사랑과 성을 담기에는 진부한 형식, 다시 말해 헌 부대에 불과하지요. 현대인들이 목숨 건 사랑을 체험하는 경우는 이제 드뭅니다. 사랑을 가로막던 장애물들이 오늘날 거의 철거되었기 때문입니다. 사랑의 비극을 처절하게 노래할 필요성이 사라졌어요. 이에 반해 과거에는 구태의연한 관습, 도덕 그리고 법이 온존하였으므로, 죽음을 각오하는 사랑의 열정은 실제로 출현했고, 이는 소네트를 통해 묘사될 수 있었습니다. 예컨대 아벨라르와 엘로이즈의 사랑을 생각해 보세요. 피에르 아벨라르 (1079 - 1142)는 엘로이즈라는 아리따운 처녀의 가정교사로 일했는데, 그들은 활활 타오르는 연정을 주체하지 못하다가, 끝내 살을 섞었습..

22 외국시 2021.09.05

서로박: 에우리피데스의 "이피게니에"

친애하는 P, 오늘은 에우리피데스 (BC. 484 - 406)의 극작품 하나를 살펴보기로 합시다. 에우리피데스는 아이스킬로스 그리고 소포클레스에 비해서 신의 권능 및 이로 인한 인간의 비극적 숙명 등으로부터 멀어져 있었습니다. 나아가 그는 비교적 인간적 영욕에 대해 호의적 태도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에우리피데스는 고대 그리스 비극 시인들 가운데 가장 현대적인 면모를 보여줍니다. 그가 특히 여성들에 대해 동정적인 태도를 취한 것도 특징적입니다. “타우리스 섬의 이피게니에”는 후세에 라신 (Racine), 괴테 (Goethe)의 작품에 의해서 더욱더 잘 알려진 작품입니다. 이 작품이 언제 탄생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학자들은 창작 동기라든가 연극의 구조 등을 감안하여 작품의 집필 시기..

37 고대 문헌 2021.08.19

커피. 신의 선물 (1)

오늘날 커피는 대중적 음료수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달면서 쓴 맛은 우리의 감각을 기분 좋게 만들지요.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에다 집중력을 향상시켜줍니다. 카페인의 성분은 이렇듯 작은 양일 경우라도 우리를 매혹시키지요, 커피의 어원은 Kahve 인데, 이는 아라비아어로 "기분 좋게 하는 음료수"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카페인이 담긴 검고 뜨거운 음료수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사진은 커피의 열매를 보여줍니다. 커피나무는 아프리카에서 생겨났다고 합니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기원전부터 자생하는 열매를 으깨어, 동물성 지방과 함께 경단 모양으로 빚어서 가지고 다니면서 먹었다고 합니다.그런데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지는 500년 정도 된다고 합니다. 이슴람 종교의 창시자, 무함마드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가..

12 세계 문화 2021.04.16

순수한 영혼의 눈 - 천국의 사물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시를 읽고 오르가슴을 느끼려면, 우선 시를 대하는 우리의 마음을 갈고 닦아야 합니다. "제 눈에 안경"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간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가까이하려고 하고, 이에 애착을 느낍니다. 또한 그 말은 자신의 그릇 내에서 모든 것을 인식하는 한계성을 암시하기도 합니다. 기억이 나지 않지만 괴테 역시 어느 시에서 그렇게 묘사했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시를 읽기 전에 우리 자신의 그릇을 크고 순수하게 가꾸어야 합니다. 리영희 교수는 감옥의 똥통을 닦으며, 더럽다는 느낌을 씻으려 했습니다. 똥통이 더럽게 보이는 것은 우리의 눈이 더러움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깨끗하게 해야 하는 것은 똥통이 아니라, 선입견으로 가득 찬, 제한된 우리의 오관입니다. 플로티노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만..

22 외국시 2021.04.13

서로박: 단테의 신곡 (1)

친애하는 J, 오늘은 중세 이탈리아의 시성으로 알려진 단테 알리기리 (1265 - 1321)의 “신곡 (La divina commedia)” (1300 - 1321)에 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무려 21년이라는 기나긴 창작 과정을 지니고 있는데, 맨 처음 책으로 간행된 것은 1472년이었습니다. 오늘 어째서 이탈리아어로 씌어진 문학 작품이 다루어지는가? 하고 당신은 의아하게 생각하겠지요? 얼핏 보기에는 독일 문학과 무관한 것 같지만, 본질적으로는 기독교 정신을 그대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서양 문학의 두 개의 문화적 토대 (그리스 로마의 문화 그리고 기독교 문화) 가운데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단테 알리기리의 “신곡”은 사상적 배경 및 이후의 영향을 고려할 때 결코 서양 문학..

38 중세 문헌 2021.01.25

(명시 소개) 박현수의 시, "'응'이란 말" (1)

나: “지금 나하고 하고 싶어?” 너: “응”. 나: “응”이라는 대답 속에는 동의가 숨어 있군요.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라는 말에는 주종 관계가 자리하는 반면에 “응”이라는 대답은 이와는 다른 것 같아요. 아이들의 천진난만함 그리고 동등한 관계를 연상시키니까요. 너: 요즈음 젊은이들은 카톡을 주고받을 때 응이라는 단어 대신에 그냥 동그라미 이응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응이라는 단어 속에는 수긍하고 동의한다는 의미가 은밀하게 내재해 있군요 나: 문정희 시인의 시 「응」의 전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햇빛 가득한 대낮 지금 나하고 하고 싶어? 네가 물었을 때 꽃처럼 피어난 나의 문자(文字) “응” 동그란 해로 너 내 위에 떠 있고 동그란 달로 나 네 아래 떠 있는 이 눈부신 언어의 체위 오직 심..

19 한국 문학 2021.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