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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브라쉬의 극작품들 (4) 도미노

필자 (匹子) 2020. 9. 29. 11:34

친애하는 T, “유럽은 죽어가고 있는가?” 토마스 브라쉬가 이렇게 외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그는 1977년의 극작품 「카르고 32. 가라앉는 배 위에서 흥분하여 어쩔 줄 모르는 시도 Cargo 32. Versuch auf einem untergehenden Schiff aus der Haut zu fahren」에서 유럽의 패망을 경고한 바 있습니다. 1982년에 공연된 영화 「도미노 Domino」도 유럽의 몰락의 가능성을 주제화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흑백 영화로 구성되어 있는데, 작품에는 주로 많은 실험적 사진 작품들이 활용됩니다. 브라쉬는 영화를 통해서 유럽에서 도래할지 모르는 거대한 실업의 사태를 경고하려고 합니다.

 

작품의 주인공은 리자 Lisa 입니다. 그미는 성격상으로 「사랑스러운 리타」의 여주인공과 무척 유사합니다. 리자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그것은 먼 훗날 가수로 성공하고 것입니다. 어느 날 그미는 정신 이상의 남자를 우연히 만나 그를 예의 주시합니다. 남자는 서구의 수백만의 실업자 행렬에 관해서 언급합니다. (작품의 제목 “도미노”는 수많은 실업자 행렬의 쓰러지는 모습을 상징합니다.) 어느 순간 리자는 실업자 행렬이 남쪽으로 이어지다가 사라지는 모습을 목격합니다. 다시 장면이 바뀝니다. 장면과 장면 사이에는 수많은 에피소드가 삽입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에피소드는 꿈 그리고 환시의 장면들 그리고 순간적 흔적들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우리가 정확한 작품의 줄거리를 포착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리자 역을 맡은 카타리나 탈바흐

 

그럼에도 작품의 주된 내용은 세 사람의 관계 속에서 전개됩니다. 이를테면 레르터, 리자 B 그리고 브룬케가 주요 등장인물입니다. 레르터 Lerter는 베를린의 헵벨 극장 das Hebbel-Theater에서 일하는 감독입니다. 헵벨 극장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하여 거의 방치되어 있습니다. 레르터는 마치 폐허나 다름이 없는 극장 안에서 아예 거주하면서, 괴테 Goethe의 극작품 「스텔라 Stella」를 무대에 올리려고 계획합니다. 작품의 여주인공으로서 적합한 인물로서 아무래도 리자 B가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극작품을 현대적인 의미로 공연하려고 하니까, 아무래도 극작가가 원고를 수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작업을 위해서 발탁된 사람이 바로 이름 없는 극작가 브룬케였습니다. 세 사람은 1981년 스텔라 공연을 위해서 밤낮으로 연습합니다. 리자 B는 이 자리에서 브룬케와 극단에서 일하는 여자들을 사귀게 됩니다. 그들 가운데 일부는 너무 가난하여 밤에는 창녀로 일하면서 생활비를 법니다. 모든 사람들은 극단에서 제각기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살아가는 이기주의의 군상들입니다.

 

리자는 극단에서 촐너 Zollner라는 남자와 애정 관계를 맺습니다. 그는 연애 경력이 많은 배우입니다. 촐너는 어느 날 리자에게 다음과 같은 경험담을 들려줍니다. “언젠가 17세의 프랑스 처녀를 사귄 적이 있어. 그미는 몸 씻기를 거부했지. 이전에 그미는 무척 아름다웠지만, 자신의 존재가 무슨 의미를 지녔는지 모르고 있었어. 이제 그미는 상처입고 병들었지만, 스스로 살아 있다는 것을 느껴. 약간 폭력적이기는 하지만 말이야.” 자신에게 부여된 역할만을 수행하다보면, 인간은 자신의 고유한 존재의 의미를 망각하기 십상입니다.

 

아름다운 처녀가 외모에 신경 쓰면, 남성들은 그미에게 추파를 던지곤 합니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여자의 고유한 본질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여자의 겉모습을 대하면서, 사랑의 감정 혹은 욕정을 느낍니다. 이 경우 처녀는 남자의 사랑에 응하는 이용가치로서의 도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차라리 몸을 씻지 않으면, 자신의 몸에서 냄새를 풍기게 될 테고, 그러면 헐떡 수캐들은 접근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 목욕하지 않는 행위는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벗어던지는 좋은 수단이 됩니다.

 

리자는 자유인이 되고 싶어 합니다. 이를 위해서 그미는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의무감을 저버려야 합니다. 1981년 12월 31일 그미는 베를린 실베스터 축제 당시에 눈밭을 돌아다니다가, 그만 정신을 잃고 쓰러집니다. 새해가 도래하면 인간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전개될까요? 아무도 이에 관해서 대답하지 않고, 그저 한해를 보내면서 폭죽을 터뜨리거나, 술을 벌컥 들이킬 뿐입니다. 한마디로 작품 「도미노」는 미래를 상실한 인간들의 연쇄적인 절망감 그리고 주어진 역할로 인하여 자아를 상실한 인간들의 느낌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