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념: “동화 (Märchen)” 혹은 “민담 (Volksmärchen)” 등의 개념은 그 자체 명확한 게 아닙니다. 보다 세밀한 개념은 그림 형제 (Brüder Grimm)에게서 유래합니다. 독일어 “메르헨 (Märchen)”은 요정 이야기로 번역되지만 반드시 요정이 등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까 좁은 의미에서 동화는 전설, 우화, 수수께끼 등의 이야기들과 구분되며, 그 자체 마법의 내용을 담은 이야기로 국한될 수 있습니다. 그렇에 동화는 어린이를 전제로 할 뿐 아니라, 초기 낭만주의의 노벨레와 연결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동화의 좁은 개념을 채택하기로 합니다. 동화는 다음과 같이 정의될 수 있습니다: “동화는 시간과 장소를 넘어서 자유로운 상상을 통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기이하고 놀라운 민속적인 내용을 짧게 그리고 재미있게 서술한 이야기이다.”
2. 창작 동화 (Kunstmärchen): 창작 동화는 독일 낭만주의 시대에 괴테, 루드비히 티크, 브렌타노, E. T. A. 호프만 등에 의해 집필되었습니다. 영국에서는 빅토리아 시대에 존 러스킨의 「황금 강의 강가」 (1851) 그리고 찰스 킹즐리의 「물 아기들」 (1863) 등이 이에 속합니다. 그러나 창작 동화는 지속적인 인기를 누린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창작 동화의 거장으로서 우리는 안데르센을 들 수 있습니다. 안데르센의 작품들은 민간 설화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나, 자신의 개인적 체험을 아울러 담고 있습니다. 문체가 독특하고 당대의 일그러진 현실을 풍자하지요. 그림 형제 (Brüder Grimm)는 구전된 동화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옛날이야기 (Kinder- und Hausmärchen)" (1812 - 1815)를 집대성하였습니다. 이로써 알려진 그림 동화집은 오늘날에도 널리 읽혀지고 있습니다.
3. 작업 개념 그리고 소재의 역사: 창작 동화와는 반대로 개별적 민담들은 확정된 형체를 지니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구전되어왔기 때문입니다. 민담들은 여러 가지 비슷한 유형으로 변조되었습니다. 한 가지 내용은 수백 가지 다른 유사한 이야기로 전개되었습니다. (z. B. 파우스트의 이야기) 가령 특정한 이야기의 변조된 수는 얼마나 넓게 얼마나 오래 퍼졌는가하는 물음과 정비례합니다. 주제 및 이야기의 전개 과정이 전체적 기준으로부터 벗어나지 않는 경우 우리는 이를 변조된 동화라고 간주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전체적인 기준은 “유형 (Typus)”입니다. (...) 동화 유형을 약간씩 달리 표현한 이야기들은 서로 고립된 게 아니라, 민족, 나라, 부족 그리고 삶의 영역 등과 같은 조건과 유기적 관련성을 지닙니다. 나아가 문학사는 어느 특정한 동화가 구전된 것인지 아니면, 글로 표현된 것인지를 분명히 구분합니다. (...) 여러 가지 유형의 동화는 여러 가지 모티브들을 지니고 있습니다. (1)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중시하는 사회적 모티브, (2) 서술자의 명시적으로 혹은 묵시적으로 나타나는 서술자의 종교관을 중시하는 믿음의 모티브 (3) 동화의 순서 내지는 구성을 중시하는 구성적 모티브 등이 그것들입니다. 사필귀정, 권선징악, 작은 것이 승리를 거둔다. 등등
5. 동화의 주제와 등장인물: 동화의 주제는 불가능에 가까운 고난의 극복에 관한 게 많습니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은 초자연적인 무엇으로부터 도움을 받습니다. 등장인물로서 우리는 가령 사악한 계모, 어리석은 도깨비, 잘 생긴 왕자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유럽의 동화는 방앗간 주인, 양복장이, 대장장이 농부 등과 같이 신분이 낮은 사람들의 삶을 반영합니다. 고대의 동화 속에는 모계 제도, 원시적인 출생과 결혼 풍습, 상속제도 등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동화 속의 주인공은 비록 찢어지게 가난하나, 아무런 어려움 없이 왕과 만날 수 있습니다. 그는 행운, 마술 그리고 총명함 등을 발휘하여, 아름다운 공주와 결혼합니다.
6. 동화의 유래: 동화의 유래를 따질 때 동화의 유형과 동화의 모티브를 구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동화의 인간학적 인류학적 이론은 모티브를 중시합니다. 왜냐하면 동화 속에는 전 인류의 정신적 영혼의 기반이 은근히 용해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낭만주의자들은 동화가 민족의 창조적인 정신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반해서 자연과학적 입장에서 연구하는 사람들은 동화가 공동체가 아니라, 서술자의 개별적인 창조 정신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합니다.
7. 동화의 구조 및 표현 양식: 인위적으로 모은 동화의 토대 하에서만 보편적인 양식을 찾는 것은 하나의 거짓입니다. 양식의 형태는 동화 속에 깔린 사고 형태를 모르고서는 결코 파악될 수 없습니다. 서술자는 소재를 도덕적으로, 풍자적으로, 보완하고, 치장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 동화의 표현 양식의 차이는 동화의 사용 연도 내지 동화의 사용 범위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 (1) 동화의 기본 구조는 제한 그리고 집중에서 발견됩니다. 이야기는 주인공의 체험이라는 단선적인 것으로 제한되어 이어져 나갑니다. 가령 주인공의 이야기가 모두 끝난 다음에 주변 인물들에 대한 처벌 혹은 포상 등이 뒤따릅니다. (2) 동화는 공동체의 문학입니다. 동화의 등장인물은 공동적 특성 (Gemeinschaftlichkeit)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유형적이지요. 왕, 공주, 부지런한 자, 게으른 자 등..(3) 동화의 내용은 얼마든지 만화로 형상화될 수 있습니다. (Zeichenhaftigkeit).
8. 동화의 특별 형태: (1) 노벨레 동화: 낭만주의 시대의 이야기. 이는 약 13세기부터 발달된 것으로서 마술의 모티브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2) 동물 동화: 비유럽 민족의 경우 동물과 사람 사이의 구별이 분명히 드러나지 않습니다. 이는 마술 동화의 요소를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동물과 식물의 유래에 관한 동화가 대부분입니다. (3) 전설 동화: 기독교 그리고 다른 고대 종교에서 파생된 전설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4) 해학극 동화: 주로 어리석음과 게으름을 풍자하는 이야기입니다.
9. 20세기 심리학자들, 특히 지그문트 프로이트, 카를 구스타프 융, 브루노 베텔하임 등은 동화의 요소들을 규명하였습니다. 이들의 견해에 의하면 동화 속에는 인간 동물의 보편적 두려움 그리고 욕망 등이 담겨 있다는 것입니다. 동화를 신앙적 그리고 심리학적 차원에서 깊이 천착한 학자로서 우리는 오이겐 드레버만 (E. Drewermann)을 들 수 있습니다. 그는 동화 속에 나타난 내용 그리고 인물의 특성 속에서 종교가 부여하는 힘 그리고 한계를 지적합니다. 이러한 능력 내지 한계는 근본적으로 심리적, 성적 문제와 연결되고 있습니다. 가령 "장미와 이카로스의 비밀" (고원 역)에서 드레버만은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어린 왕자에 나타난 장미는 사랑하는 임으로서의 어머니에 대한 상징물이며, 이카로스는 어머니의 세계와는 정 반대되는 “남성적 이상”으로 향한 일탈이라는 것입니다.
10. 특히 베텔하임은 "마법의 사용"이라는 저서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습니다. 민간에 전해 내려오는 옛날이야기 속에는 잔인하고 독단적인 이야기가 많은데, 이는 성장 단계에 있는 어린이에게 교육적으로 유익하기 기능한다고 합니다. 과연 베텔하임의 주장의 타당성에 관해서 지금까지 논란이 분분합니다. 베텔하임이 강조한 것이 동화의 부정적 기능이라고 한다면, 블로흐는 동화의 긍정적 기능을 강조하였습니다. 동화는 인간이 갈구하는 갈망의 상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합니다. 예컨대 알라딘의 이야기, 쥘 베른 (Jules Verne) 등의 공상적인 이야기는 나중에 자연 과학이 발전하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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