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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박: (2) 미셸 푸코의 '성의 역사'

(앞에서 계속됩니다.) 5. 권력의 차원에서 이해되는 성: 오늘날 사람들은 자신의 성을 활용할 수 있는 권력의 전략을 세워나가는데, 이에 대한 전제조건이 서서히 실제 현실에서 관철되기 시작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전략의 접점으로서 가족이라는 체제를 고찰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사람들은 가족이라는 체제를 통해서 가족 구성원들의 성을 억압하거나, 그들의 성을 향유하게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기에는 가부장주의의 기본적 토대가 은밀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가족이라는 체제는 18세기 중엽부터 새로운 권력 유형을 도입하는 계기로 작용합니다. 생물학은 그 자체 성을 조절할 수 있는 권력의 영역으로 자리매김합니다. 이를테면 생물학적 권력은 현대에 이르러 인구 조절이라든가 육체와 관련되는 제반 정책을 ..

33 현대불문헌 2024.12.15

서로박: (1) 미셸 푸코의 '성의 역사'

“윤리는 하나의 검투장이다,” (푸코) 1. 『성의 역사 』 제 4권이 간행되다.: 1918년 초에 드디어 놀라운 책이 간행되었습니다. 그것은 미셀 푸코의 『성의 역사Histoire de la sexualité』 제 4권, 『육체의 고백Les aveux de la chair』을 가리킵니다. 이 책은 푸코가 1984년 58세로 사망한 지 34년 만에 처음으로 파리에서 간행된 책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성의 역사Histoire de la Sexualité』를 살펴보는 것은 뜻 깊은 일일 것 같습니다. 『성의 역사』는 세 권의 분량으로 거의 6년의 간격으로 간행되었습니다. 제 1권 『앎을 위한 의지La volonté de savoir』는 1976년에, 제 2권 『쾌락의 활용L'usage des plaisirs..

33 현대불문헌 2024.12.15

페터 후헬의 시 '재판'

재판 페터 후헬 폭력의 비호 하에 살려고태어난 건 아니지만,나는 죄인의 무죄를 받아들였다. 강자의 권리로써정당성을 지닌 채판사는 무뚝뚝하게 내 서류를 뒤적이며자신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 관대한 처분을전혀 원치 않은 채나는 몰락하는 달의 가면 속 한계 앞에서재판정에 서 있었다. 벽을 노려보다가나는 기사 (騎士)를 바라보았다. 어두운 바람은그의 눈을 꽁꽁 묶어두었고,엉겅퀴의 포자 (胞子)들이 덜거덕거렸다.바람은 오리나무 아래에서 강을 부추기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시대의 여울 속에서의연히 걸어가지는 않는다.물은 대다수의 발아래에 놓인돌들을 이리저리 옮겨놓는다. 벽을 노려보는 동안에피 묻은 그 연기를그래, 여명이라고명명할 수는 없구나,나는 판사의 판결을 듣고 있었다,누렇게 바랜 서류 속에서나온, 찢겨진 문장..

21 독일시 2024.12.14

서로박: (2) 버지니아 울프의 '3 기니'

Jacques-Émile Blanche가 그린 버지니아 울프  (앞에서 이어집니다.) 5. 문제는 무의식적 히틀러주의에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버지니아 울프는 파시즘이라는 끔찍한 테러에 완강하게 저항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여성들이 가장 먼저 행해야 하는 것은 이러한 폭력을 가능하게 하는 가부장 중심의 세계관에 대항하는 투쟁이어야 합니다. 가령 잔인한 가부장 중심의 의식은 “무의식적 히틀러주의unconscious Hitlerism“라고 합니다. 무의식적 히틀러주의는 여성에 대한 차별, 권력 의지 그리고 남성적 의향을 방해에는 모든 것에 대한 선전포고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어쩌면 개개인의 의식 속에 이미 사도마조히즘적 특징이 도사리고 있는지 모른다고 합니다. 바꾸어 말해 지배 그리고 굴종은 버지니아 울..

36 현대영문헌 2024.12.12

서로박: (1) 버지니아 울프의 '3 기니'

Jacques-Émile Blanche가 그린 버지이아 울프 1. 버지니아 울프의 서간체 에세이: 오늘은 영국의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 (Virginia Woolf1882 – 1941)의 『3 기니』에 관해서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중수필에 해당하는 산문으로서 1938년에 간행되었는데, 그 내용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페미니즘 운동에서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울프는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의 시기에 전쟁의 소름 돋는 징후를 감지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지식인과 마찬가지로 그미는 어떻게 하면 유럽에서 군국주의를 도모하는 파시즘이 약화하고, 조만간 도래할 것 같은 전쟁의 참상을 막을 수 있을까 하고 고심했습니다. 전쟁 위기는 근본적으로 가부장적 남성들의 투쟁적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합니다. 이..

36 현대영문헌 2024.12.12

서로박: 어린 아이에게서 기관총을 빼앗아라

간밤에  계엄령이 선포되었다가 몇 시간 지나 해제되었다. 국가 비상사태도 아닌데, 그렇게 했던 것을 보면 굥이 좌불안석이었던 모양이다. 무엇이 그로 하여금 계엄이라는 칼을 빼들었을까? 이해할 수 없다. 다행히 아직 큰일이 벌어지지 않았지만,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당장 굥을 처단하지 않으면, 나라가 무사하지 못할 것 같다. 다섯 살 짜리 꼬마가 기관단총을 들고 사람들을 겨냥하는 형국이다. 이는 내가 지어낸 것이 아니라, 그의 측근이었던 명태균의 발언이다. 그런데도 국민의 힘 국회의원들은 굥의 탄핵에 반대하기로 당론을 모았다고 한다. 참으로 기막힌 결정이다. 국민이 위해를 당하는 것을 계속 지켜보란 말인가? 아무리 같은 편이라도 최소한 아이에게서 기관단총을 빼앗아야 하는 게 올바른 태도 아닌가?  ..

2 나의 잡글 2024.12.11

신영복: 먹물뜨기와 위악 (僞惡)에 관하여

지금까지 먹물뜨기, 즉 문신(文身)은 자신과의 약속 내지는 사랑의 징표로 활용된 적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굳건한 맹약이라고 하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그 의미는 퇴색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문신을 다시 지우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신 제작은 간단하나, 문신을 제거하는 데에는 여간 힘이 드는 게 아닙니디. 아래의 글 가운데 검은 색으로 표시된 것은 신영복 선생님의 말씀이며, 푸른 색으로 필자의 말씀입니다. (신영복: 담론, 돌베개 265쪽 - 274쪽을 참고하라.) 교도소 재소자들의 문신은 자기가 험상궂고 성질 사나운 인간임을 선언하는 것입니다. 위악(僞惡)입니다. 위선과는 정반대를 겨냥하고 있습니다. 마지 작은 벌레가 큰 동물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서 울긋불긋하고 끔찍한 색을 드러내듯이, ..

2a 남의 글 2024.12.11

(명시 소개) 서로박: (5) 함석헌의 'Avez-vous quelqu’un'

함석헌의 시 '그 사람을 가졌는가'를 독어와 불어로 번역해 보았습니다. 잘못된 점 발견되면 지적해주세요. 감사합니다.  Hast Du jemandHam Sokhon Hast Du jemand, denDu beauftragst, für Deine Familiiezu sorgen, bevor Du Dichauf den zu langen Weg machst. Hast Du jemand, derDir mit derselben Gesinnung traust,während die Welt Dir, einem Einsamenresolut den Rücken kehrt. Hast Du jemand, derDir bei einem sinkenden Schiffden Rettungsgürtel überläßt und sa..

19 한국 문학 2024.12.11

동양인들의 기이한 옥시덴탈리즘

팔레스티나 출신의 미국 평론가, 에드워드 사이드 (Edward Said, 1937 - 2003)는 1978년에 오리엔탈리즘이라는 책을 간행하였습니다. 그는 이 책에서 서구 국가들이 비서구 사회를 지배하고 식민화하는 과정에서 동양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태도를 어떻게 형성하고 확산시켜 왔는가를 분석했습니다. 서구에서 말하는 동양이나 동양적인 것은 사이드에 의하면 서구인들의 편견이 만들어낸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동양은 비합리적이고 열등하며 도덕적으로 타락되었고 이상하지만, 서양은 합리적이고 도덕적이며 성숙하고 정상이라는 식의 인식을 만들어오면서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은 동양에 대한 지배를 정당화해왔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서양 그리고 서양인에 관해서 올바로 알고 있는 것일까요? 서양을..

12 세계 문화 2024.12.10

(명시 소개) 서로박: (4) 함석헌의 '그 사람을 가졌는가'

(앞에서 계속됩니다.) 6. B: 그렇다면 종교적 의미에서 이해될 수 있는데요. 앞에서 언급한 강수택의 논문에서도 제기된 바 있듯이, 씨ᄋᆞᆯ이 일반 사람들 가리키는가, 지식인을 아우르는가? 하는 물음은 분명히 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A: 한마디로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함석헌의 “씨ᄋᆞᆯ”이라는 존재는 민초(民草)를 가리킵니다. 그렇지만 씨ᄋᆞᆯ이 인간의 몸 가운데 발이라면, 지식인은 신경세포가 집중되어 있는 인간의 뇌라고 말할 수 있지요. 그러나 신체조직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기능 역시 상호 작용하지 않습니까? 마찬가지로 지식인 가운데 씨ᄋᆞᆯ이 존재할 수 있지요. 함석헌의 “씨ᄋᆞᆯ은 생명체의 원형과 얼마든지 연결될 수 있습니다. 김경재는 씨ᄋᆞᆯ의 의미를 동학 운동을 벌이는 민초에서 발견..

19 한국 문학 2024.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