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동독문학

서로박: 프리스의 '비행선' (1)

필자 (匹子) 2022. 6. 5. 10:35

친애하는 F, 프리츠 루돌프 프리스 (1935 - 2014)의 『비행선 Das Luftschiff』은 이전의 발표된 작품, 『오블라두로 향하는 길 Der Weg nach Oobladooh』과는 달리 동서독에서 공히 1974년에 발표되었습니다. 비행선을 소재로 한 작품은 주로 20세기 이후 생텍쥐페리의 일련의 소설 외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으며, 독일문학 작품에서는 거의 드문 소재인데, 프리스가 이를 문학적으로 형상화시켰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생텍쥐페리의 소설과 프리츠 루돌프 프리스의 『비행선』을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따르리라고 판단됩니다. 왜냐하면 전자가 모성과 이에 대한 일탈이라는 심리학적 관점의 모티프를 제공하고 있다면, 후자는 시민주의 사회의 부자유와 이에 대한 일탈 욕구라는 어떤 사회학 관점의 모티프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소재가 유사하다고 해서 작품의 주제가 유사하리라고 짐작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프리스가 이 작품을 구동독에서 발표하는 데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왜냐하면 이전의 작품, 『오블라두로 향하는 길』이 오로지 서독에서만 간행되었기 때문에, 구동독의 문화 관료들은 이를 결코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당시는 제제 안주를 추구하는 도달 문학의 경향을 중시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비행선의 내용에서 드러나는 “비행” 내지 “떠남”이라는 모티프는 구동독의 문화정책의 권장 사항으로서 적합하지 않는 것으로 이해되었습니다. (참고로 구동독에서 간행되는 모든 출판물은 당국의 사전 임의과정을 거칩니다.)

 

작품 『비행선』의 부제는 “내 할아버지의 전기에 바탕을 둔 판타지에 관한 유작”입니다. 따라서 작품은 자전적 요소를 강하게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작품의 주인공은 프란츠 크사버 슈탄네바인입니다. 그는 공상의 천재였는데, 비행기 제작에 골몰하며 살아간 사람입니다. 프리스는 첫째로 그의 딸 폴로니아 Polonia의 기억 그리고 둘째로 주인공의 손자, 치코 요나스의 논평, 에 바탕을 두어 복합적인 시각에 근거하여 모든 것을 고찰하였습니다. 따라서 작품의 관점 역시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슈탄네바인의 딸, 폴로니아의 관점, 소설의 화자인 치코의 관점 그리고 작가의 관점이 그것입니다.

 

소설의 화자인 치코 요나스는 스토리를 신속하게 전개해 나갑니다. 슈탄네바인은 일찍이 조실부모하여 양부모 밑에서 성장하였습니다. 양부모는 그가 인쇄 기술을 배워서 살아가기를 바라지만, 주인공은 그럴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슈탄네바인은 어느 날 가출합니다. 왜냐하면 그는 소시민의 가정 및 협소한 주위환경에 답답함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의 관심은 오로지 비행선을 타고 여러 나라를 비행하는 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맨 처음에는 그를 매료시킨 것은 애드벌룬이었습니다. 어느 날 슈탄네바인은 비행선 모임에 가담하여 약간의 비행 기술을 익혔는데, 이때부터 그는 한 가지 사항에 집착하게 됩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날틀”을 직접 제작하고 조립하는 일이었습니다. 슈탄네바인은 어린 시절부터 날짐승을 몹시 부러워하였습니다.

 

슈탄네바인은 어느 여름에 에스파냐로 거주지를 옮깁니다. 그는 에스파냐의 빌바오에서 독일의 특허청의 사원으로 일합니다. 뒤이어 그는 도나 마틸데라는 에스파냐의 여성과 결혼하여 세 명의 딸을 거느리게 됩니다. 테레사, 폴로니아 그리고 플로라가 세 딸이었습니다. 그러나 주인공으로서는 자신의 한 가지 꿈을 도저히 접을 수 없었습니다. 비행선을 직접 제작하여 유명한 사람이 되는 것이 바로 그 꿈이었습니다. 슈탄네바인은 1917년과 1918년 사이에, 다시 말해서 제 1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에 “자신을 유혹하는 사명감에 부응하기 위하여” 독일로 떠납니다. (53쪽)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자신의 비행기 제작의 투자자를 찾기 위함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시의 독일 사업가들은 비행기 사업이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없는 무모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었습니다. 여러 번의 실패를 거듭한 슈탄네바인은 서서히 현실 감각을 상실한 채 꿈의 망상에 시달립니다. 가족과 친구를 에스파냐에 남겨두고 혼자서 독일에서 생활하는 고독이 그를 더욱더 심리적으로 고립시켰던 것입니다.

 

1931년 국회의사당 방화사건 이후로 독일에서는 히틀러가 집권하게 되고 독일 전역에 나치 세력들이 득세하게 됩니다. 나치당은 에스파냐에 비행장을 건설하기 위하여, 주인공에게 접근합니다. 독일의 산업체 사장은 비행장과 비행선 제작을 위한 재정적 도움을 주겠다고 말합니다. 너무나 기쁜 나머지, 슈탄네바인은 그가 내미는 계약서에 서명합니다. 사실 자신의 비행선은 처음부터 수직으로 작동되기 때문에 이착륙을 위한 비행장은 불필요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이 사실을 독일 산업체 사장에게 자세히 설명해야 옳았습니다. 이는 소리귀에타의 다음과 같은 말에서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당신의 투자자, 파코씨는 처음부터 당신을 속였어요. 전쟁을 염두에 두면서 활주로를 생각했으니까요. 당신의 발명품에 대해서 추호도 관심이 없었어요. 전쟁 야욕은 당신의 계획, 당신의 상상 그리고 인민 전체에 반하는 일입니다.” (383쪽). 1935년 에스파냐 내전이 발발했을 때, 슈탄네바인은 현실과 가상을 더 이상 뚜렷하게 구분하지 못합니다.

 

마치 돈키호테가 자신이 처한 현실을 지나간 기사의 시대로 착각하고 성스러운 전쟁에 참가하여 미치광이처럼 싸우듯이, 슈탄네바인 역시 비행선을 개발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을 뿐입니다. 주인공의 조수이자 제자인 소리귀에타는 비교적 현실적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합니다. 비행장을 독일 공군에게 임대하면 돈을 벌 수 있다고 충고했으나, 슈탄네바인은 이를 무시해버립니다. 주인공의 가족들은 슈탄네바인의 안위가 걱정되어, 소리귀에타를 독일로 보냅니다. 주인공은 소리귀에타와 함께 에스파냐로 되돌아옵니다.

 

소리귀에타는 정치적으로는 공화주의를 표방하는, 이른바 좌파 지식인에 속하는 인물입니다. 그가 독재자 프랑코에 대항하여 싸우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습니다. 어느 날 에스파냐 정부군은 소리귀에타의 집을 급습합니다. 이로써 소리귀에타는 체포되어 프랑코 독재자의 정치범이 되어 감옥에 수감됩니다. 바로 이 사건이 발발한 직후 슈탄네바인은 사태를 수습하려고 거사를 추진합니다. 소리귀에타를 프랑코 독재 체제의 허술한 감옥으로부터 빼내는 일이었습니다. 자신의 조수가 새로운 비행기의 설계도를 비밀 금고에 감추어두었기 때문에 소리귀에타가 없으면, 자신의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는 게 거사의 이유였습니다. 다시 말해서 에스파냐의 정치적 상황은 처음부터 주인공의 안중에도 없었습니다. 슈탄네바인은 자신이 만든 “수류탄 투척기 Mörser”라는 이름을 지닌 비행기를 타고 감옥으로 날아가서 소리귀에타 그리고 많은 정치범을 구출해냅니다.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