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동독문학 111

서로박: 슈트리트마터의 '기적을 행하는 자'

에어빈 슈트리트마터 (1912 - 1994)의 "기적을 행하는 자 Wundertäter"는 3권으로 집필된 장편 소설인데, 1957년에서 1980년 사이에 집필되었습니다. 이 작품에서 작가 슈트리트마터는 동독 초기의 역사적 전제 조건 그리고 시대적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여기서 그의 관심사는 “인간의 이질적 태도”, 인간의 갈등 및 극복 과정으로 향합니다. 슈트리트마터는 1951년에 처녀작 ?황소를 끄는 남자?에서 자전적 이야기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순진한 화자는 구체적인 언어 풍자와 아이러니를 담은 화법으로 이야기를 개진하는데, ?기적을 행하는 자? 역시 이러한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천민에 가까운 소시민 출신 슈타니스라우스 뷔드너입니다. 제 1권은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섞어가면서..

45 동독문학 2024.08.28

서로박: 울리히 샤흐트와 황장엽

1.대부분 사람은 고유한 체험에 입각하여, 자신의 견해를 설정하곤 합니다. 이러한 견해들은 나름대로의 이유를 지니며, 아울러 주어진 현실적 배경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와는 달리 한 인간의 체험은 그의 세계관을 수립하는 데 얼마든지 악재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에 관한 예를 당신에게 들려드릴까 합니다. 오늘은 구동독 출신의 작가, 울리히 샤흐트에 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그는 1951년 호에네크에 있는 여성 형무소에서 태어났습니다. 왜냐하면 그의 어머니가 그곳에 수감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22세가 되었을 때 샤흐트는 구동독에 대한 반체제적 선동 혐의로 재차 감옥에 갇혔습니다. 젊은 작가에게 주어진 형량은 7년이었습니다. 3년 동안 감옥 생활을 보낸 그는 1976년 구서독에 “팔렸습니다.” 구..

45 동독문학 2024.08.14

서로박: 브라쉬의 '아버지 이전에 아들이 죽는다.'

오늘은 다재다능한 비련의 작가, 토마스 브라쉬 (Thomas Brasch, 1945 - 2001)에 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토마스 브라쉬는 시, 단편 소설, 장편 소설, 극작품, 시나리오, 평문 등을 집필하였을 뿐 아니라, 배우, 연출가, 영화감독으로도 활동했습니다. 게다가 놀라운 것은 브라쉬가 다루는 문학적 주제가 결코 한두 가지의 틀에 얽매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의 문학적 주제는 국가의 문제, 현대인의 소외된 삶, 예술에 관한 성찰, 자연 파괴의 문제 등 무척 다양합니다. 이러한 다재다능한 그의 능력은 아쉽게도 찬란하게 만개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오랫동안 이른바 정겹지만 폐쇄적인 동독에서 작품 발표의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외부의 검열 체계는 오랜 기간 동안 작가의 의..

45 동독문학 2024.07.01

서로박: 프리스의 '브라디스라바의 수녀들'

분명히 동독 출신의 작가, 프리츠 루돌프 프리스의 뇌리에는 수많은 가능성들로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작품에 묘사되는 이야기는 대체로 그의 상상력에 의해서 직조된 것이니까 말이다. 마치 16세기 말에서 17세기 초 사이에 독서계를 주름잡던 작가, 마테오 알레만 (Mateo Alemán 1547 - 1613)이 20세기에 다시 태어난 것처럼 여겨진다. 마테오 알레만 은 에스파냐의 작가로서 세계문학에서 가장 유명한 악한 소설, 『알파라치의 구즈만』을 집필 발표한 사람이다. 그의 작품은 간행된 지 6년 만에 유럽 전 지역을 휩쓸다시피 하였다. 그런데 프리스의 작품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을까? 하는 물음에는 쉽사리 수긍하기 어렵다. 문제는 오늘날의 독자의 독서 욕구를 어떻게 접목시킬 수 있는가? 하는 물..

45 동독문학 2024.06.18

서로박: (2) 야나 헨젤의 '동쪽 지역 아이들'

(앞에서 계속됩니다.) 친애하는 H, 문학 작품집 한 권이 베스트셀러가 되면, 해당 작가는 반드시 찬란한 영광을 누리지는 않습니다. 성공이 오히려 작가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지요. 야나 한젠은 순식간에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작품은 포에지 앨범을 방불케 한다.” “주인공은 자기만족, 자기 합리화에 혈안이 되어 있다.” “역겹다.” “서독 작가라면 아무 것도 아닌 내용을 그렇게 시시콜콜 서술하지 않았을 것이다.” “모든 것이 불명료하고, 지독한 아이러니로 가득 차 있다.” 심지어 몇몇 비평가들은 야나 헨젤을 “과거 극복의 문제에 해악을 끼치는 아마추어 작가”라고 분류하게 하였습니다. 작품을 신랄하게 비판한 사람들은 대부분 구동독 출신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동독 출신의 젊..

45 동독문학 2024.06.16

서로박: (1) 야나 헨젤의 '동쪽 지역 아이들'

친애하는 H, 오늘은 전환기 이후의 작품으로서 2002년에 약 35만부가 팔려나갔던 베스트셀러 소설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베스트셀러라면 으레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대체로 수준 이하의 저질 문학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 소설이 베스트셀러의 작품으로 선정되었다는 것은 의외의 반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작품은 야나 헨젤 Jana Hensel의 『동쪽지역 아이들 Zonenkinder』입니다. 야나 헨젤은 1976년생으로서 라이프치히 출신입니다. 그미는 2002년의 시점에서 고찰할 때 13년을 구동독에서 살았고, 13년을 통일된 독일에서 살았습니다. 다시 말해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때 그미의 나이는 불과 13세였습니다. 통일이 되었으나, 어느 누구도 아이에게 변화된 현실, 아니 변화되어야 했던 이유..

45 동독문학 2024.06.16

박설호: (5) 우베 텔캄프의 '탑'

(앞에서 계속됩니다.) (26) 제목의 의미 (1): 친애하는 T, 지금까지 우리는 작품의 주제 및 내용을 살펴보았습니다. 작품의 제목인 “탑”은 여러 가지의 의미를 지닙니다. 첫째로 그것은 드레스덴의 가상적 도시구역을 가리킵니다. 텔캄프는 집필 당시에 실제로 존재하는 “바이서 히르쉬” 지역을 염두에 두었다고 합니다. 둘째로 제목은 상아탑 내지 동독의 교양 있는 시민계급의 삶의 영역을 지칭합니다. 작가는 작가 그룹 내지 의사들이 살아가는 지역으로서 “탑 속에서”를 설정하였습니다. 학식을 지니고 삶의 모든 측면을 비판적으로 그리고 합리적으로 판단할 줄 알았던 계급은 1977년 비어만 사건 이후로 더 이상 정치에 관여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사회 참여를 거부하고 실내음악에 몰두하는 등 사적인 삶에 몰입..

45 동독문학 2024.05.19

박설호: (4) 우베 텔캄프의 '탑'

(앞에서 계속됩니다.) (19) 세 번째 화자, 멘노 로데: 이번에는 세 번째 화자를 다루기로 하겠습니다. 멘노 로데는 안네보다 다섯 살 나이 어린 남동생으로서 1940년 모스크바에서 쿠르트 로데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나중에 높은 정치적 경력을 쌓은 분이었습니다. 멘노는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동물학을 전공했는데, 루터교의 학생 종교단체에 속했기 때문에 전공에 맞추어서 바로 취업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출판 일을 전전하며 지냈습니다. 멘노는 하나라는 이름을 지닌 여의사와 결혼했으나, 이혼한 경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전부인은 현재 프라하에 있는 동독 대사관 주재의 의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멘노의 직장은 베를린에 있는 헤르메스 출판사의 드레스덴 지점이며, 그곳에서 편집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45 동독문학 2024.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