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동독문학 69

토마스 브라쉬의 결투 (2)

마르시아스는 그들을 밀치면서 몸을 돌렸다. 그의 얼굴은 증오심으로 인해 너무나 일그러졌으므로, 피부에는 붉은 반점이 형성되고 있었다. 한 마디만 더 지껄이면, 마구 내리쳐서 아가리의 악취 나는 이빨을 모조리 박살내고 말 거야. 참말로 농사꾼이로구먼, 하고 그들은 말하며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이런 끔찍한 똥구멍들을 나에게 들이대는 모습 좀 보게, 하고 마르시아스는 외쳤다. 자넨, 그래 이런 여신들이 모든 걸 결정하기를 진심으로 원하는가? 하기야 자네 말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야, 하고 아폴론이 말했다. 그들이 아니라면 누가 그 일을 맡아야 한단 말인가? 우리는 이제 하나의 결론이 도달했어요. 마르시아스는 플루트 연주를 아직 마스터하지 못했어요. 만약 그가 양떼와 함께 있으면, 어쩌면 멋지게 연주할지도 ..

45 동독문학 2021.11.21

토마스 브라쉬의 '결투' (1)

토마스 브라쉬: 결투 마르시아스는 힘들게 터벅터벅 산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이러한 모습을 지켜보던 뮤즈들은 아폴론이 분명히 싸움에서 승리하리라고 느꼈다. 그의 걸음은 시작하기도 전에 패배하는 어느 남자의 그것과 같았으니까. 산의 중턱에 도달했을 때, 마르시아스는 마침 낮잠이라도 자려는 심사로 수풀 위로 덩실 몸을 던졌다. 한 쪽에서 다른 쪽으로 몸을 뒹굴더니, 다시 벌떡 일어나, 정상으로 향해 다시 서서히 올라갔다. 고원 지역의 마지막 암벽에 당도하였다. 이때 그들은 광채 없는 그의 눈과 허리에 달린 목자의 플루트를 바라보았다. 이때 그들은 확신했다. 이 남자가 바로 기다리던 바로 그 예술가라고. 그들은 서로 속삭이고 있었다. 마르시아스는 결투장으로 단장된 들판에 서서히 발을 내디뎠다. 이때에도 그들은 ..

45 동독문학 2021.11.20

서로박: 안나 제거스의 제 7의 십자가 (2)

8. 탈주의 과정 (3), 탈출한 죄수를 만나다. 파울 뢰더를 찾아가다: 게오르크는 도중에 프랑크푸르트의 어느 탑에서 함께 탈출한 죄수, 퓔그라베를 만납니다. 그는 상인으로서 오래 전부터 금전적으로 공산주의자들을 돕다가 수감된 사람이었습니다. 퓔그리베는 주인공에게 함께 자수하자고 종용합니다. 그러나 게오르크는 이러한 제안을 거절하고 다시 배회합니다. 게오르크는 자신을 버린 여자 친구 레니가 원망스러웠습니다.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독일을 떠날 수 없으므로, 그미의 도움을 절실하게 필요했던 것입니다. 자신의 가족 친척들을 찾아가는 것은 몹시 위험한 일이라고 판단되었습니다. 이때 주인공의 뇌리에 떠오르는 친구가 파울 뢰더였습니다. 파울은 평범하게 살아가는 친구로서 당국의 이목을 끌지 못하는 인물이라고 판단되었..

45 동독문학 2021.11.13

서로박: 안나 제거스의 체 7의 십자가 (1)

1. 놀라운 저항 문학: 오늘 독일의 소설가 안나 제거스 (Anna Seghers, 1900 - 1983) 의 소설, 『제 7의 십자가』를 다루려 합니다. 원고의 일부는 1939년 모스크바에서 간행되는 『국제 문학』에 발표되었습니다. 소설의 완성 본은 1942년 멕시코에서 발표된 바 있습니다. 안나 제거스는 이 작품을 독일에서 파시즘과 싸우다가 전사한 사람에게 바쳤습니다. 『제 7의 십자가』는 독일의 저항 문학 작품 가운데 수작으로 손꼽히며, 외국에서도 많은 호평을 얻었습니다. 제거스는 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에 프랑스에 체류하다가, 멕시코로 망명한 작가입니다. 그미의 작품 가운데 우리가 망각할 수 없는 명작으로 『통과비자 Transit』가 있습니다. 그런데 제거스의 동독 귀환 후에 남긴 작품들..

45 동독문학 2021.11.13

"당신처럼 생각한다면 차라리 죽는 게 낫다." 비어만과 쿠네르트

사회: 비어만 씨, 당신의 새 앨범은 한 권의 책과 다를 바 없는데, “내 심장 조각 하나를 씹어 먹어라. Eins in die Fresse, mein Herzblatt”라는 상당히 공격적인 제목을 달고 있습니다. 귄터 쿠네르트의 새로운 시집 제목은 전혀 다른 기상도에 의한 것으로서 “살인 조처 Abtötungsverfahren”입니다. 이는 두 개의 어떤 서로 다른 체험을 접하거나 마주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 아닐까요? 두 사람은 두 분단국가 독일에서 서로 유사한 경험을 지니고 있지 않습니까? 한 사람은 쫓겨나고, 다른 한 사람은 자의에 의해서 나라를 떠났으니까요. 그렇지만 비어만의 경우 주어진 현재의 현실에 깊숙이 개입하여 무언가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아주 투쟁적이며, 때로는 거대한 노여움..

45 동독문학 2021.11.11

서로박: 슈테판 하임의 "아하스베어"

슈테판 하임 (Stefan Heym, 1913 - 2001)의 장편 소설 "아하스베어"는 1981년에 간행되었다. 어째서 유대인들은 영원히 방랑하는 숙명을 지니는 것일까? 하임 역시 스스로 유대인이자 사회주의자로서 일찍이 나치 독일을 떠나야 했다. 그는 30년대에 체코를 거쳐 미국으로 망명하였다. 1947년에 미국에서 메카시 선풍으로 인한 반공산주의적 분위기에 혐오감을 느끼며, 구 동독으로 돌아왔다. 이로써 구 동독은 하임으로 하여금 수많은 갈등을 빚게 만든 고향이 되었다. 예컨대 1976년 비어만 추방령을 철회해 달라는 공개적 서한문에 서명하였다. 하임은 소설 "아하스베어"에서 창세기 이전의 신비로운 이야기를 추적하고 있다. 아하스베어는 원래 루치퍼와 함께 천사였다. 그는 불과 정령을 관장하는 존재이다..

45 동독문학 2021.10.17

서로박: 자라 키르쉬의 서정시 (2)

자라 키르쉬 (Sarah Kirsch, 1935 -)의 본명은 잉그리트 베른슈타인입니다. 베르슈타인이라는 이름에서 우리는 유대인의 흔적이 엿보입니다. 어쩌면 그미의 집안에 유대인의 피가 섞여 있었는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자라 키르쉬의 아버지는 이를 은폐하고 순수 독일인임을 자처했습니다. 나아가 그미의 할아버지는 모든 것을 교회 중심으로 사고하였습니다. 그에게 무신론이란 바로 죄악이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따라서 시인은 부계 혈통의 어리석은 생각을 징벌한다는 의도에서 자신의 이름을 일부러 유대인 특유의 “자라”로, 성을 “키르쉬”로 달았던 것입니다. 자라 키르쉬의 시는 거친 강렬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시인은 매끈한 문장, 조화롭고도 유연한 문체를 사용하는 적이 별로 없습니다. 실제로 작품에 나타나는 것은 호..

45 동독문학 2021.09.15

서로박: 자라 키르쉬의 서정시 (1)

자라 키르쉬 (1935 -)는 1965년 당시의 남편 라이너 키르쉬와 함께 엔솔로지 "공룡과의 대화 (Gespräch mit dem Saurier)"를 간행했는데, 이를 계기로 처음 시를 발표하였다. 그미는 대학에서 생물학을 공부했고, 1963년에서 1965년 사이에 라이프치히에 있는 요하네스 베혀 연구소를 다녔다. 초기 시의 경향은 새로운 서정적 자아의 일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는 동년배 시인 라이너 쿤체, 귄터 쿠네르트, 폴커 브라운 칼 미켈 등의 작가들이 공통적으로 추구하던 성향이기도 했다. 1965년 이래로 동독 문학의 새로운 서정적 음색은 당 문화 관료들의 저항에 맞서서 자신의 문학적 경향을 관철시켜야 했다. (1) 1970년에 간행된 "시골 체류 (Landaufenthalt)"는 그미의 첫..

45 동독문학 2021.09.15

서로박: 안나 제거스의 기이한 만남

안나 제거스 (A. Seghers, 1900 - 1983)의 단편 모음집, "기이한 만남 (Sonderbare Begegnungen)"은 1973년에 간행되었다. 이 작품 속에는 세 편의 단편, 「지상에 없는 존재에 관한 전설들」 (1970), 「약속 지점」 (1971), 「여행의 만남」 (1972)이 중요 작품에 해당한다. 제거스는 이 작품집을 통하여, 독자에게 예술이 일상 현실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가를 말하려고 하였다. 그미는 상상적 요소를 추적하면서, 오래 전부터 자신이 견지해온 창작 의향을 실현시키려고 하였다. “오늘날 내가 흥미롭게 생각하는 사실을 서술하는 일 그리고 여기에 동화적인 색채를 부여하는 일 - 나는 소설 속에서 무엇보다도 그것을 합치시키려고 하였습니다.” 「지상에 없는 존재에 관한..

45 동독문학 2021.07.14

서로박: 유렉 베커의 브론슈타인의 자식들

친애하는 B, 오늘은 유렉 베커의 소설 『브론슈타인의 자식들』에 관해서 말씀드릴까 합니다. 유렉 베커 (1937 - 1997)는 독문학사에서 특이한 행적을 지닌 작가입니다. 그의 부모는 유대인으로서 어린 시절 유대인 강제수용소에서 살았습니다. 어머니와 그 밖의 다른 유대인들은 가스실에서 처형당하고, 유렉은 힘든 시대에 아버지와 헤어진 채 살아남았습니다. 그의 아버지 막스 베커 (1900 - 1972) 역시 생존하여, 소련 군인들의 도움으로 아들을 찾았습니다. 그때 아버지는 서독 대신에 동독을 생활 근거지로 선택했습니다. 왜냐하면 동독은 반파시즘에 입각하여 건설된 나라라는 것이었습니다. 베커의 아버지는 소용돌이의 한복판이 의외로 안전하다고 믿으면서 동베를린에 정착하였습니다. 그는 아들에게 모국어인 폴란드어..

45 동독문학 2021.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