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동독문학 65

서로박: 제거스의 '통과 비자' (1)

1. 작품의 제목이 문제다.: 안나 제거스의 소설 『통과Transit』는 1944년에 영어판으로 발표되었습니다. 독일어 원본으로는 1948년에 간행되었습니다. 필자는 작품의 제목을 처음에는 “경유 ”로 번역했습니다. 그러나 “경유経由”라는 표현이 낯선 한자라는 이유에서 “통과 비자”로 고치기로 했습니다. 부디 나의 실수에 대해 관용을 베풀기 바랍니다. 작품, 『통과 비자』는 제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나”는 27세의 독일 남자입니다. 이탈리아 음식점에서 누군가에게 자신의 체험을 이야기해줍니다. 그는 전쟁 시기에 참으로 혹독하게 살았습니다. 그는 독일에서 프랑스로 도주했습니다. 전쟁이 발발하게 되자 프랑스 당국에 의해 체포되어 강제 수용소로 차출됩니다. 주인공은 다시 그곳에서 도..

45 동독문학 2022.05.10

서로박: 하이너 뮐러의 피록테트

뮐러는 주로 60년대 후반부터 신화적 소재를 다루었습니다. 그는 「건설」 그리고 「농부들」 등의 작품으로 인하여 당 문화 관료로부터 신랄하게 비판당했습니다. 구동독의 현실을 직접 다루려는 극작가의 의지는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친 셈입니다. 뮐러는 「피록테트」를 1958년 1964년 사이에 집필, 1968년에 서독에서 발표하게 했습니다. 작품은 1977년 라이프치히의 사설 극단에서 초연, 1977년 구동독에서 공식적으로 공연되었습니다. 「피록테트」는 맨 처음 소포클레스에 의해 집필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뮐러는 소포클레스의 작품 내용을 그대로 답습하지는 않습니다. 그리스인 오디세우스와 아킬레우스의 아들, 네오프톨레모스는 무인도 섬인 렘노스로 향합니다. 그곳에서는 나이든 장수, 피록테트가 수년전부터 은거하고 있..

45 동독문학 2022.04.12

서로박: 뮐러의 "아이아스" (초록)

1. 뮐러가 장시 몸젠의 블록 그리고 이를테면 아이아스를 집필하게 된 게기 하이너 뮐러는 통일된 독일에서 한 편의 극작품도 집필하지 않았습니다. 집필하고 싶은 욕구는 있었지만, 주위의 여건이 참담했습니다. 독일이 통일된 다음부터 서독의 문화계는 동독 작가들에게 부정적 시선을 보냈습니다. 서독의 문화계 사람들은 오히려 구동독을 떠나지 않은 작가, 이를테면 크리스타 볼프, 하이너 뮐러, 그리고 폴커 브라운 등으로 향해서 비판의 화살을 지속적으로 발사했습니다. 이를테면 볼프, 뮐러 그리고 브라운 등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독서 국가 der künstlich gemachte Lesestaat”인 동독에서 특권을 누리면서 살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동독 문학논쟁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동서독이 통일..

45 동독문학 2022.01.20

서로박: 헤름린의 스카르다넬리

1970년 「의미와 형식」에 발표된 슈테판 헤름린 (1915 - )의 방송극 "스카르다넬리"는 횔덜린의 다른 이름이다. “스카르다넬리 Scardanelli”, 그는 누구인가? 실제로 살았던 자기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 횔덜린인가? 부오나로티 Buonarotti, 살바토레 로자 Salvatore Rosa는 이름과는 달리 세상을 붉게 구원하지 못하고 사라진, 당시 19세기의 무명 시인, 횔덜린의 가명이었다. 제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슈테판 헤름린은 프랑스 팔레스티나 등지를 돌아다니며, 반 나치 저항 운동가로 활약하였다. 전후 구동독 지역에 정착한 그는 "대도시에 관한 12개의 담시들" 및 반파시즘 활동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탁월한 중단편 소설들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헤름린은 구동독 지역에서 여러 명의 문화 ..

45 동독문학 2022.01.05

서로박: 토마스 브루시히의 우리 같은 영웅들

친애하는 H, 브루시히는 이 작품에서 30대 중반에 해당되는 남자, 울츠트를 등장시킵니다. 구동독이라는 나라 자체가 주인공에 의하면 패러디의 대상입니다. 클라우스 울츠트는 -50년대 이후에 태어난 구동독 사람들을 대변하고 있는데- 사회주의 운동에 관해 어떠한 관심도 표명하지 않습니다. 가령 맑스는 주인공에게는 100마르크 지폐에 그려진 자이고, 엥겔스는 50마르크 지폐에 그려진 자일뿐입니다. 주인공의 톤은 스페인의 악한 소설을 연상시킬 정도로 유머러스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그렇기에 독자는 이 소설을 (상기한 두 편의 작품과는 달리) 흥미롭게 읽을 수 있습니다. 자칭 미래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 클라우스 울츠트는 1968년 8월 소련군의 탱크가 프라하로 진군할 때 거실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소..

45 동독문학 2021.12.26

토마스 브라쉬의 결투 (2)

마르시아스는 그들을 밀치면서 몸을 돌렸다. 그의 얼굴은 증오심으로 인해 너무나 일그러졌으므로, 피부에는 붉은 반점이 형성되고 있었다. 한 마디만 더 지껄이면, 마구 내리쳐서 아가리의 악취 나는 이빨을 모조리 박살내고 말 거야. 참말로 농사꾼이로구먼, 하고 그들은 말하며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이런 끔찍한 똥구멍들을 나에게 들이대는 모습 좀 보게, 하고 마르시아스는 외쳤다. 자넨, 그래 이런 여신들이 모든 걸 결정하기를 진심으로 원하는가? 하기야 자네 말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야, 하고 아폴론이 말했다. 그들이 아니라면 누가 그 일을 맡아야 한단 말인가? 우리는 이제 하나의 결론이 도달했어요. 마르시아스는 플루트 연주를 아직 마스터하지 못했어요. 만약 그가 양떼와 함께 있으면, 어쩌면 멋지게 연주할지도 ..

45 동독문학 2021.11.21

토마스 브라쉬의 '결투' (1)

토마스 브라쉬: 결투 마르시아스는 힘들게 터벅터벅 산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이러한 모습을 지켜보던 뮤즈들은 아폴론이 분명히 싸움에서 승리하리라고 느꼈다. 그의 걸음은 시작하기도 전에 패배하는 어느 남자의 그것과 같았으니까. 산의 중턱에 도달했을 때, 마르시아스는 마침 낮잠이라도 자려는 심사로 수풀 위로 덩실 몸을 던졌다. 한 쪽에서 다른 쪽으로 몸을 뒹굴더니, 다시 벌떡 일어나, 정상으로 향해 다시 서서히 올라갔다. 고원 지역의 마지막 암벽에 당도하였다. 이때 그들은 광채 없는 그의 눈과 허리에 달린 목자의 플루트를 바라보았다. 이때 그들은 확신했다. 이 남자가 바로 기다리던 바로 그 예술가라고. 그들은 서로 속삭이고 있었다. 마르시아스는 결투장으로 단장된 들판에 서서히 발을 내디뎠다. 이때에도 그들은 ..

45 동독문학 2021.11.20

서로박: 안나 제거스의 제 7의 십자가 (2)

8. 탈주의 과정 (3), 탈출한 죄수를 만나다. 파울 뢰더를 찾아가다: 게오르크는 도중에 프랑크푸르트의 어느 탑에서 함께 탈출한 죄수, 퓔그라베를 만납니다. 그는 상인으로서 오래 전부터 금전적으로 공산주의자들을 돕다가 수감된 사람이었습니다. 퓔그리베는 주인공에게 함께 자수하자고 종용합니다. 그러나 게오르크는 이러한 제안을 거절하고 다시 배회합니다. 게오르크는 자신을 버린 여자 친구 레니가 원망스러웠습니다.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독일을 떠날 수 없으므로, 그미의 도움을 절실하게 필요했던 것입니다. 자신의 가족 친척들을 찾아가는 것은 몹시 위험한 일이라고 판단되었습니다. 이때 주인공의 뇌리에 떠오르는 친구가 파울 뢰더였습니다. 파울은 평범하게 살아가는 친구로서 당국의 이목을 끌지 못하는 인물이라고 판단되었..

45 동독문학 2021.11.13

서로박: 안나 제거스의 체 7의 십자가 (1)

1. 놀라운 저항 문학: 오늘 독일의 소설가 안나 제거스 (Anna Seghers, 1900 - 1983) 의 소설, 『제 7의 십자가』를 다루려 합니다. 원고의 일부는 1939년 모스크바에서 간행되는 『국제 문학』에 발표되었습니다. 소설의 완성 본은 1942년 멕시코에서 발표된 바 있습니다. 안나 제거스는 이 작품을 독일에서 파시즘과 싸우다가 전사한 사람에게 바쳤습니다. 『제 7의 십자가』는 독일의 저항 문학 작품 가운데 수작으로 손꼽히며, 외국에서도 많은 호평을 얻었습니다. 제거스는 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에 프랑스에 체류하다가, 멕시코로 망명한 작가입니다. 그미의 작품 가운데 우리가 망각할 수 없는 명작으로 『통과비자 Transit』가 있습니다. 그런데 제거스의 동독 귀환 후에 남긴 작품들..

45 동독문학 2021.11.13

"당신처럼 생각한다면 차라리 죽는 게 낫다." 비어만과 쿠네르트

사회: 비어만 씨, 당신의 새 앨범은 한 권의 책과 다를 바 없는데, “내 심장 조각 하나를 씹어 먹어라. Eins in die Fresse, mein Herzblatt”라는 상당히 공격적인 제목을 달고 있습니다. 귄터 쿠네르트의 새로운 시집 제목은 전혀 다른 기상도에 의한 것으로서 “살인 조처 Abtötungsverfahren”입니다. 이는 두 개의 어떤 서로 다른 체험을 접하거나 마주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 아닐까요? 두 사람은 두 분단국가 독일에서 서로 유사한 경험을 지니고 있지 않습니까? 한 사람은 쫓겨나고, 다른 한 사람은 자의에 의해서 나라를 떠났으니까요. 그렇지만 비어만의 경우 주어진 현재의 현실에 깊숙이 개입하여 무언가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아주 투쟁적이며, 때로는 거대한 노여움..

45 동독문학 2021.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