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현대불문헌

서로박: (2) 미셸 투르니에의 '마왕'

필자 (匹子) 2023. 9. 13. 10:36

(앞에서 이어집니다.)

 

작품에는 괴테의 이야기시 「마왕Der Erlkönig」 이 인용되고 있습니다. 이야기 시, 즉 “담시Ballade”에는 아이를 안고 있는 아버지가 등장합니다. 아버지는 미몽에서 깨어나니, 품 안에 있던 아이가 마왕에 의해서 목숨을 잃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립니다. 사실 괴테의 마왕은 여러 관점으로 해석됩니다. 첫째로 마왕은 인간이 인지하지 못하는 자연의 힘을 상징합니다. 둘째로 마왕은 하늘로 상징되는 신적 존재와는 반대되는 "지구 내부의 영혼 âme chtonienne 내지는 자연의 마력을 가리킬 수 있습니다.

 

가령 괴테는 『파우스트』제 1권에서 “지령 Erdgeist”에 관해서 언급한 바 있습니다. 셋째로 마왕은 성폭력을 당한 사람의 꿈에서 나타나는 가해자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마왕은 의인화된 팔루스 (남근에 대한 시니피앙 - 라캉)인데, 꿈에 나타나 다시금 피해자를 괴롭히는 악령이라고 합니다. 넷째로 마왕은 동화 “하멜의 쥐잡이Rattenfänger von Hameln”를 떠올리게 합니다. 어느 쥐잡이는 쥐를 잡아주었는데도 보상을 해주지 않자, 그곳의 청소년소녀들을 어디론가 데리고 떠납니다. 작가 투르니에는 마왕의 해석 가운데 네 번째 사항을 중시한 것 같아 보입니다.

 

주인공 티포주는 괴테의 답시 마왕을 접할 때, 자신의 유아 세례 당시의 신화적 기억을 소해냅니다. 자신의 이름 “티포주Tiffauges”는 “깊은 눈”, “심원한 눈빛”이라는 어원을 지니고 있습니다. 작가는 “아벨”라는 이름을 통해서 역사에서 끝없이 반복되는 카인과 아벨의 싸움 그리고 “티포주”라는 이름을 통해서 피비린내 나는 형제 간의 살육을 “깊이 투시하라.”고 은근히 호소하고 있습니다. 다시 줄거리로 돌아가겠습니다. 산지기 장교는 주인공이 자동차 정비에 소질이 있음을 간파하고, 그를 운전수 그리고 자동차 정비의 일을 맡깁니다. 그는 티포주와 함께 근처에 있는 사냥 구역 “로민터 하이데”으로 데리고 갑니다.

 

그곳을 관장하고 있는 사람은 “로민터의 식인(食人)”으로 잘 알려진 헤르만 괴링 (Hermann Göring, 1893  1946)이었습니다. 괴링은 나치 고위장성으로서 동물의 분뇨를 연구하곤 했습니다. 사람들은 그가 개최한 사냥 후의 향연에 참가하여, 맛있는 음식과 술로 유흥을 즐기곤 하였습니다. 괴링은 사슴을 사냥한 뒤에 자신이 키우는 사자와 함께 사슴 생고기를 아귀아귀 먹어치웁니다. 피 묻은 입을 닦는 괴링의 모습은 젊은 인간을 마구 먹어치우는 괴물을 연상시킵니다.

 

주인공은 산지기 장교의 소개로 올덴부르크에서 일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티포주는 SS 훈련소에서 동유럽의 루테니아의 마을에서 아리아 인종의 푸른 눈을 지닌 아이들을 차출하여 SS 대원으로 교육하는 일을 담당하게 됩니다. 마음의 농부들은 티포주에 대해 전전긍긍합니다. 그들은 그의 단호한 행동에 치를 떨면서 주인공을 “칼텐보른의 괴물”이라고 명명합니다. 그렇지만 티포주로서는 자신이 바라던 인생의 목표에 마침내 도달했다고 믿습니다. 히틀러의 군대가 러시아 전역으로 진군하여 아무런 저항 없이 영토를 차지할 무렵, 티포주는 검은 말 바르베 블뢰를 타고다니면서, 아리안 인종의 청소년들을 차출하여 대도시의 군사학교에 보내곤 합니다.

 

 

현재 그는 약 400명의 젊은이들과 함께 동고동락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른 새벽부터 소등 시간까지 힘들게 자신이 맡은 소임을 다하면서, 자신이 체험한 바를 있는 그대로 기술합니다. 차출된 400명의 유소년은 전투에 직접 참여하기에는 나이가 어린 십대의 소년들입니다. 티포주는 거대한 침실에서 잠이 든 유소년들을 바라보면서, 에로틱한 망상을 품으면서 황홀해 합니다. 말하자면 거대한 “괴물 Ogre”, 히틀러는 이런 식으로 푸른 눈을 지닌 게르만 청년들 모두를 죽음으로 이끌어갔습니다.

 

전쟁이 지속되자, 동유럽으로 진군하던 독일군은 퇴각하고, 러시아 군인들이 탱크를 몰고 반격을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젊은 군인들은 니벨룽겐의 충직함을 고수하면서 자신의 진지를 사수하고 있습니다. 티포주는 젊은 병사들이 마치 거대한 침실에서 누워 잠자듯이 죽은 시신으로 차가운 동토에 쓰러져 있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망연자실합니다. 이때 그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차례로 불러봅니다.

 

마지막 장 “별들을 안고 있는 자L’astrophore”에서 주인공의 운명은 마침내 끝나게 됩니다. 언젠가 티포주는 유대 출신의 소년, 에프라임을 몰래 구출하서, 그곳의 진지의 지하에 숨겨 두었습니다. 소년은 하마터면 유대인 수용소로 끌려갈 뻔했는데, 주인공의 도움으로 생존할 수 있게던 것입니다. 주인공은 유대 출신의 소년과 함께 어디론가 떠나려고 합니다. 티포주와 에프라임은 가슴에 다윗의 별을 달고, 장갑차, 러시아 군인들 그리고 도망자들 사이로 이리저리 방랑하다가, 마침내 동프로이센의 슾지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소설의 가장 중요한 주제로 삼아야 할까요? 그것은 나이 어린 소년들을 차출하여 총알받이로 활용하는 나치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주인공 아벨 티포주는 이름에서 암시되듯이 다음의 사항을 상징적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즉 인간은 끊임없이 자신의 형제를 살해하고 수탈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폭력과 성폭력의 잔악함을 알면서도 외면하거나 직접적으로 저지르고 있습니다. 작가는 인류 평화를 위해서는 이러한 사항을 “깊이 투시해야 한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주인공 아벨 티포주가 두 가지 특징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 하나는 식인종과 같은 파괴적인 본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며, 다른 하나는 작가가 주인공의 페도필리아, 즉 “청소년에 대한 애착pedophilia”에 대해서 동정적으로 서술한다는 점입니다.

 

사실 주인공이 고찰하는 미소년에 대한 애착이 너무나 과하게 다루어지고 강조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로써 작가가 추구하는 반전 평화의 메시지 그리고 이러한 의지는 작품 속에서 반감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독자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독일의 평론가들은 바로 이 점 때문에 미셀 투르니에의 작품 『마왕』을 비판하였습니다. 가령 장 아메리Jean Amery는 다음과 같이 비판했습니다. 즉 투르니에의 작품이 나치 이데올로기의 야만을 교묘하게 미화하고 있으며, 로젠베르크의 아리아 인종과 관련된 신화가 미학적으로 아름답게 포장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지만 장 아메리는 유대인 출신으로서 전쟁과 대학살이라는 끔찍한 기억을 고수하면서 자살로써 한많은 삶을 마감했습니다.

 

그런데 투르니에는 장 아메리의 이러한 비판을 수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다음과 같은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나는 이러한 야만을 미화시킬 필요가 없었습니다. 왜냐면 그것은 처음부터 미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Je n'avais pas besoin d'esthétiser cette barbarie. puisqu'il était déjà de nature esthétique” 마왕은 -폭력을 사용해서라도- 아이를 유혹하려 했습니다. 미소년들을 유혹하여, 죽음의 구렁텅이로 빠져 들게 하는 것 - 이것이 바로 나치정부가 의도했던 상징적 의향이라고 합니다. 물론 작품에 묘사된 이야기는 보편적 신화 내지는 상징적 유사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실제로 나치들은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를 감상하면서, 남성적 나르시시즘을 찬탄하곤 하였습니다. 그렇기에 비판의 화살은 바로 이러한 나치의 심미적 관점과 인종적 신화로 향해야 하지, 문학작품으로 향해서는 곤란하다는 게 투르니에의 지론이었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