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현대불문헌

서로박: (3) 미셸 투르니에의 '쌍둥이 행성'

필자 (匹子) 2024. 3. 27. 03:48

(앞에서 계속됩니다.)

 

11. 소설의 구조적 특징: 소설의 관점의 측면에서 우리는 다음의 사항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즉 작품의 첫 부분에서는 주로 일기 형식의 서술로 등장인물의 다양한 관점이 복합적으로 드러납니다. 이러한 서술은 정태적 사진처럼 평이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의 관점은 소설의 중간 부분부터 서서히 폴. 한 사람의 관점으로 좁혀집니다. 사건의 흐름 역시 역동적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소설의 진행이 정태적 상황의 서술로부터 역동적 사건의 서술로 변한다는 점을 간파할 수 있습니다.

 

그밖에 소설의 두 가지 사건, 다시 말해서 알렉상드르의 이야기 그리고 장과 폴의 이야기는 상호 보완적인 의미를 지니는데, 주제를 고려할 때 서로 상반하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장과 폴은 두 개의 쌍둥이 행성으로 비유되는데, 알렉상드르는 이 행성들 주위로 회전하는 위성으로 비유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여러 등장인물의 의향과 행동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장과 폴이 처음에는 영혼의 교감을 통해서 일심동체로 공존하지만, 나중에는 서로 결별하여 독자적인 면모를 드러내고 맙니다. 이에 반해 알렉상드르의 심리상태는 처음에는 분산된 상태로 사랑의 파트너를 찾아 모험을 거듭했는데, 나중에는 두 조카의 사랑을 목격하고, 자신 역시 하나의 완벽한 자신의 반려를 발견하여 안온한 사랑의 상태로 환원되기를 바랍니다.

 

12. 인간 삶의 방향, 원심력과 구심력: 상기한 내용을 고려할 때 투르니에의 『쌍둥이 행성Les Météores』은 인간 정서의 방향에 관해서 철학적으로 구명하려는 작품입니다. 한 사람은 익숙한 공간으로부터 타향으로 향하려고 하고, 다른 한 사람은 낯선 이질적인 세계에서 고향으로 되돌아가기를 바랍니다. 사실 인간은 누구든 삶의 행복을 얻기 위해 외부 세계 내지는 다른 지역으로 떠나지만, 나중에 장년이 되면 자신이 살던 고향으로 회귀하려는 귀소본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두 개의 서로 어긋나는 방향은 폴과 알랙상드르에게서 명징하게 나타납니다. 폴은 처음에는 장과 같은 존재이지만, 나중에는 하나의 동떨어진 타자임을 깨닫고, 이전의 쌍둥이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저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반해 알렉상드르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코끼리의 코와 이빨인데, 이는 자신의 남근 중심적인 성욕에 대한 객관적 상관물입니다. 알렉상드르는 처음에는 외부로 향해 뛰쳐나가지만, 완전한 반려와 언젠가 조우할 경우에 반드시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작심하고 있습니다. 전가의 경우가 외향적 원심력이라면, 후자의 경우는 내향적 구심력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언젠가 철학자 셸링은 인간 삶의 두 가지 방향을 호메로스의 작품에 견주어서 설명한 바 있습니다. 인간 의지의 원심력, 즉 분산 내지는 확장은 『일리아스』에서 발견되는 반면에, 인간 의지의 구심력, 즉 환원 내지는 회귀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서 엿보인다는 것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일리아스에서는 맹폭한 장수, 아킬레우스가 더 많은 땅을 정벌하려고 하지만, 오디세이아에서 신중한 장수, 오디세우스는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13. 또 다른 해석의 가능성: 작품은 신과 인간, 남편과 아내, 동거하는 두 연인, 부치와 팸, 사랑하는 자와 사랑받는 자 사이의 관계를 탐색해나가고 있습니다. 인간은 –동성애든 이성애든 간에- 자신의 사랑을 성취하고 싶어 합니다. 영원히 떨어져 있지만, 언젠가는 합치되리라는 믿음이 사람하는 두 사람의 영혼을 하나로 맺어지게 합니다. 친애하는 T, 이 자리에서 필자는 미셸 투르니에의 작품을 문헌학적으로 정밀하게 해석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것은 어쩌면 당신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작품을 분석하려는 당신은 아마도 차제에 다음과 같은 관점에서 작품을 접할 수 있을 입니다. 첫째로 성령의 바람은 기독교 영지주의의 관점에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미셸 투르니에의 심리적 사적인 경험 그리고 도마 복음서 속에 도사린 사회 개혁의 특징이 사회심리학적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밝혀져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투르니에가 견지하는 성령의 심리적 의향과 성령이 원초적으로 품고 있는 “법적 고발Goel”이라는 자연법적 차원에서의 의향 사이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간파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로 “쌍둥이 행성”의 주제는 고대 신화의 관점에서 비교될 수 있습니다. 가령 쌍둥이 별자리에 속하는 카스토르와 폴룩스 그리고 로물루스와 로무스의 신화의 관점에서 분석될 수 있습니다. 주인공 장과 폴 사이의 내밀한 심리 그리고 영성의 관계는 이러한 신화를 통해서 구체적 의미를 획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당신은 핀다로스의 작품 등 서양의 여러 문학 작품들을 동시에 접목시켜야 할 것입니다.

 

셋째로 투르니에의 소설은 주제의 측면에서 헤르만 헤세의 『나르치스와 골트문트Narziß und Goldmund』(1927)와 비교될 수 있을 것입니다. 비록 헤세의 작품에서 점성술의 신화 그리고 동성연애의 특징은 나타나지 않지만, 휴지(休止)를 중시하는 내면적 인간 그리고 외향적 방랑인 사이의 행적과 세계관을 비교하는 작업은 충분히 가능하리라고 여겨집니다.

 

(끝. 감사드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