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분트 (1890 - 1928)는 독일의 시인이자 극작가로 활동했는데, 일찍 폐결핵으로 요절하였다. 그의 본명은 알프레트 한시케 (Alfred Hanschke)이다. 클라분트는 특히 아시아 문학을 수용하여 좋은 작품을 많이 남겼다. 그의 극작품 「분필 원 (Der Kreidekreis)」은 중국의 전설에 바탕을 둔 것인데, 브레히트의 「코카사스의 분필 원」이 집필되는 계기로 작용하였다.
사랑의 노래
클라분트
멋지게 원 그렸던 너의 입,
나를 스쳐 지났던 너의 미소,
나를 포옹했던 너의 눈빛,
나를 따뜻하게 하던 너의 앞섶,
나를 휘감았던 너의 팔,
내 주위에서 울려 퍼졌던 너의 말,
내가 안으로 자맥질하던 너의 머리칼,
나를 헉헉 숨쉬게 했던 너의 호흡,
너의 심장, 거친 망아지,
아무 숨김이 없는 영혼,
내게 속해, 모든 건 내 꺼야 하고
입술들이 아마 신음하고 있을 때,
마구 동동거려야 했던 발들,
극도의 사랑이 무언지 내가 모른다면,
천당과 지옥은 베풀지 않을 거야,
하나와 모든 것, 모든 것과 하나를.
Liebeslied von Klabund: Dein Mund, der schön geschweifte,/ Dein Lächeln, das mich streifte,/ Dein Blick, der mich umarmte,/ Dein Schoß, der mich erwarmte,/ Dein Arm, der mich umschlungen,/ Dein Wort, das mich umsungen,/ Dein Haar, darein ich tauchte,/ Dein Atem, der mich hauchte,/ Dein Herz, das wilde Fohlen,/ Die Seele unverhohlen,/ Die Füße, welche liefen,/ Als meine Lippen riefen-:/ Gehört wohl mir, ist alles meins,/ Wüßt’ nicht, was mir das Liebste wär’,/ Und gäb nicht Höll’ noch Himmel her:/ Eines und alles, all und eins.
(질문)
1. 만약 당신이 상기한 시를 썼다면, 어떠한 제목을 붙이고 싶은가요?
2. 원문과 번역을 제각기 세 번씩 읽어보세요. 당신은 어떠한 느낌을 받습니까?
3. 인용 시에서는 문맥상 생경하게 들리는 단어 하나가 있습니다. 그것은 무엇일까요?
3. “하나와 모든 것, 모든 것과 하나”라는 구절을 설명해 보세요.
(해설)
고대 그리스의 의사, 갈레노스 (Galen, 129 - 216)에 의하면 “모든 동물은 교접 후에는 쓸쓸함을 느낀다. (Omne animal triste post coitum).”고 합니다. 모든 생명체는 지상에 일시적으로 살아갑니다. 성행위로 인한 쾌락은 어쩌면 유한한 목숨을 보상받기 위함인지 모릅니다.
인용 시는 사랑하는 연인의 황홀감을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남자의 감각이 사랑하는 여자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닿지 않는 곳은 없습니다. 마지막 3행을 제외한다면, 13행에서 우리는 점점 빠르게 격정적으로 변화되는 시적 자아의 감정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에는 “모든 게 나의 것”이라는 성스러운 탄식이 백일하에 드러납니다. 이로써 두 남녀는 상대방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고, 쾌감을 맛봅니다. 남녀의 “신비로운 결합 (Unio mystica)”, 즉 성 행위 장면이 노골적으로 묘사되는데도 불구하고, 어째서 천박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일까요? 인용 시에서 “아마 (wohl)”라는 단어는 무척 생경하게 느껴집니다. 사랑하는 행위는 그 자체 진정한 사랑을 확인하는 일입니다.
어째서 시적 자아는 사랑의 상실에 대해 그토록 불안해할까요? 우리는 이에 대한 해답을 클라분트의 사진 한 장에서 유추할 수 있습니다. 사진은 스위스 다보스의 눈 덮인 어느 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클라분트는 아내인 카롤라 네어 (Carola Neher, 1900 - 1942)와 나란히 서 있습니다. 이 사진은 토마스 만 (Thomas Mann, 1875 - 1955)의 소설 『마의 산 (Der Zauberberg)』에 문학적으로 묘사되었습니다. 사진 속의 카롤라는 불타는 눈동자의 타타르 여인, 소시아 부인으로, 클라분트는 준수한 용모의 주인공, 한스 카스트로프로 등장합니다.
클라분트는 폐결핵을 앓고 있었습니다. 1925년 그는 브레히트의 서클의 배우, 카롤라와 결혼한 다음, 스위스의 다보스 요양소에 은거합니다. 카롤라는 브레히트의 극단과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연기에 몰두했습니다. 그미는 틈만 나면 남편을 만나기 위하여 베를린에서 다보스로 향해 자동차로 달려왔다고 합니다. 1928년 클라분트는 세상을 떠납니다. 카롤라 네어는 극단에서 일하다가, 신변의 안전을 고려해서 루마니아 출신의 기술자 아나톨 베커와 정략적으로 결혼하였습니다. 이들 부부는 나치를 피해서 1936년 모스크바로 망명했는데, 그미의 남편은 트로츠키주의자로 몰려 처형당했고, 1942년 그미는 불행하게도 소련 수용소에서 병으로 사망하였습니다.
클라분트가 숨 막힐 듯 그려낸 놀라운 관능의 노래는 죽기 직전에 집필된 것입니다. 그렇기에 클라분트의 마지막 삶의 이야기는 시 속에 담긴 우울과 고통의 흔적을 우리에게 시사해줍니다. 그래, 비련의 시인이 아름다운 여인을 사랑할 수 있었던 시기는 불과 3년, 그것도 주말의 몇 시간밖에 할애되지 않았습니다. 고트프리트 벤 (G. Benn, 1886 - 1956)은 오랜 친구의 주검 앞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합니다. “시인들은 국가가 남긴 눈물입니다.” 하고. (Reich-Ranicki 2000: 164).
https://www.youtube.com/watch?v=GN3jfga8n5A&list=PL3pMAXlUrdbFg0pOIa3gfumdZ5-awLQj5&index=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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