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독일시

로만 리터의 시 "우체국에서 낯선 사람 끌어안기"

필자 (匹子) 2023. 11. 4. 18:45

우리는 차타고 돌아간다,

한 두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

휴게소에서 커피 마시고

테이블 가장자리의 맥주 깔개를 높이 던졌다가

공중에서 붙잡았다.

나중에 운전은 교대될 것이다.

 

밤이다, 약간 비가 내리나,

자동차 안은 따뜻하다.

운행 중에 들리는 바람의 파열음,

계속 둔탁하게 들리는 바퀴소리

완충기 장치의 무게는

피곤하게 만드나, 잠이 오지는 않는다.

 

나는 자신의 가죽 속의 짐승처럼 느낀다.

어떤 동굴, 어떠한 물기도

스며들지 않는 가죽 속의 어느 동물, 두렵지 않다.

내 어깨에 기대고 있는 어느 여자

꼼짝하지 않고, 커브를 돌 때

그녀는 무겁기도 가볍기도 하다.

이러한 애무를 위해서

손을 건드릴 필요도 없다.

 

신속하게 지나가는 불빛

서서히 스쳐가는 붉은 빛들,

그건 다른 차들이다. 통상적인

위험에 해당한다, 그러나

안전거리 확보로 얼마든지 관망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믿을 만한 것은

차도에 그려진 하얀 점선이다.

전조등이 순간적으로 포착한 것은

우리 뒤에 놓이기 전에 잊혀진다.

부릅뜬 눈으로 나와 비슷하게 생긴 누군가

멀리서 파괴될 수 없는 눈길로 바라본다.

달은 뒤편의 구름을 비춰준다.

뒤에 아무 것도 감추지 않은 어느 조용한 면사포.

 

어떤 감정은 마치 여자의 따뜻함처럼

나의 몸, 이쪽에서 퍼져나간다,

둥둥 뜬 채, 혼란스럽지 않으나, 소리 없이.

내 생에 단 한번 조용히

애드벌룬을 타고 숲과 폭포 위를 비행하고 싶다.

한 번 우체국에서 낯선 사람을 끌어안고 싶다.

단 한번 두려움 없는 하루하루를 생각하고 싶다.

 

두 시간 지나면 우리는 도착할 것이다.

방안에 둔탁한 냄새가 배여 있겠지.

머리카락이 먼지와 함께 바닥에 있겠지.

그렇지만 우리는 도중에 있다. 여자는 다시 느껴진다.

달은 앞에서 비친다. 운행 중에 바람이 소리 낸다.

 

Einen Fremden im Postamt umarmen von Roman Ritter: Wir fahren zurück./ Auf eine oder zwei Stunden kommt es nicht an./ Wir haben einen Kaffee getrunken in der Raststätte/ und ausgelassen Bierfilze vom Tischrand hochgeschlagen/ und in der Luft gefangen./ Nachher werden wir uns am Steuer ablösen.

 

Es ist Nacht, und es regnet leicht,/ aber im Auto ist es warm./ Das Zischen des Fahrtwinds,/ das beständige Orgeln der Reifen,/ das Wiegen der Stoßdämpfer/ macht müde, aber nicht schläfrig.

 

Ich fühle mich wie ein Tier in seinem Fell,/ ein Tier in einer runden Höhle, in einem Fell,/ durch das keine Nässe dringt und keine Angst./ An meiner Schulter lehnt ein Mädchen,/ bewegungslos, in den Kurven/ wird es leichter oder schwerer./ Für diese Zärtlichkeit/ muß sich keine Hand rühren.

 

Die schnell vorbeifliegenden weißen Lichter/ und die langsam vorbeiziehenden roten Leuchten,/ das sind die anderen. Sie gehören dazu,/ mit dem üblichen Risikofaktor,/ aber überschaubar und auf Distanz./ Es gibt nichts Verläßlicheres/ als die weißen Streifen am Fahrbahnrand./ Was die Scheinwerfer einen Augenblick lang erfassen,/ ist vergessen, bevor es hinter uns liegt./ Durch meine offenen Augen schaut einer,/ der mir ähnlich ist, mit einem weiten und unzerstörbaren Blick./ Der Mond bescheint die Wolken von hinten./ Ein stiller Schleier, hinter dem sich nichts verbirgt.

 

Ein Gefühl macht sich breit/ wie die Wärme des Mädchens an meiner Seite,/ schwebend, unbeirrbar, tonlos:/ Ich möchte einmal in meinem Leben/ mit einem Ballon still über Wälder und Wasserfälle fliegen./ Ich möchte einmal einen Fremden im Postamt umarmen./ Ich möchte einmal ohne Angst an jeden Tag denken.

In zwei Stunden kommen wir an./ Im Zimmer wird der dumpfe Geruch hängen./ Haare mit Staubflocken werden am Boden liegen./ Aber noch sind wir unterwegs. Das Mädchen wird wieder spürbar./ Der Mond scheint von vorn. Der Fahrtwind rauscht.

 

출전: 박설호, 작은 것이 위대하다. 독일 현대신 읽기, 울력 2007.

 

 

삶의 노정이란 어느 파트너와 함께 겨울밤 차를 몰고 가는 과정일까요? 로만 리터의 시는 주로 일상의 삶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의 애환과 꿈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인용시도 예외는 아닐 것입니다.

시에서 시적 자아가 누군지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의 직업은 알 수 없습니다. “테이블 가장자리의 맥주 깔개를 높이 던졌다가/ 공중에서 붙잡”는 것으로 미루어, “나”는 분명히 젊은이인 것은 분명합니다. 독자는 그들이 어디서 출발하여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겨울밤에 어디론가 차를 타고 가는 중입니다.

 

그들이 편안한 여행에서 고향으로 되돌아오고 있는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나”는 자동차 안에서 마치 “가죽 속의 짐승처럼” 편안함을 느끼며, 중얼거립니다. “나는 두렵지 않다.” 어쩌면 시적 자아는 힘든 일을 하며 살아왔는지, 제대한 군인인지도 모릅니다. 어느 여자가 자신에게 기댄 채 잠들어 있습니다. 분명히 동승한 미지의 여자입니다.

 

제 4연에서 시적 자아는 도로 상태, 주행 상황 그리고 다른 차량의 운전자 등을 세밀하게 묘사합니다. 제각기 어디론가 향하고 있는데, 시적 자아는 그들이 누군지를 누설하지 않습니다. “나와 비슷하게 생긴 누군가/ 멀리서 파괴될 수 없는 눈길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두 남녀는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잠깐 동행한 범인 (凡人)이란 말인가요?

 

시인은 5연에서 뇌리에 떠오르는 세 가지 갈망을 서술합니다. “애드벌룬을 타고 숲과 폭포 위를 비행하고 싶다./ 한 번 우체국에서 낯선 사람을 끌어안고 싶다./ 단 한번 두려움 없는 하루하루를 생각하고 싶다.” 왜 시인은 우체국에서 낯선 사람을 끌어안고 싶은 것일까요?

 

세상은 개별적 인간에게 고립되어 있으며, 두려움을 안겨줍니다. 이 세상에서 우리의 친구는 불과 몇 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낯선 사람들을 경원하지 않고, 모두 친구로 여기는 태도는 각박한 세상에서는 정말로 불가능한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