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낙선작이 더 위대할 수 있다. 고대 그리스의 희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의 「구름νεφελεί」은 기원전 423년 아테네에서 개최된 디오니소스 축제 당시에 처음으로 공연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고대 그리스에서 수백 년을 이어 공연되었는데, 이 가운데에 시리아 출신의 작가이자 연출가인 필로니데스Philonides의 공연이 가장 훌륭하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필로니데스는 자신의 연출을 위해서 아리스토파네스의 「벌σφήκες」, 「개구리βάτραχοι」 그리고 두 편의 유실된 작품을 심도 넘치게 연구한 바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리스토파네스의 「구름」은 디오니소스 축제에 당선작으로 선정되지는 못했습니다. 심사위원들은 크라티노스Kratinos의 「술병πυτίνη」가 일등 작품으로, 아메입시아스Ameipsias의 「코노스」가 이등 작품으로 선택되었기 때문입니다. 훌륭한 명작 가운데에는 의외로 낙선작이 많습니다. 가령 우리는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이등상을 받았고, 아이스킬로스의 조카, 필로클레스Philokles의 극작품이 일등 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러나 필로클레스의 작품은 오늘날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2. 작가 자신이 꼽은 대표작: 아리스토파네스는 자신의 작품이 낙선되자, 엄청난 충격과 실망감을 금치 못했습니다. 왜냐면 그는 오랜 기간에 걸쳐서 작품의 완성에 심혈을 기울였으며, 스스로 자신의 대표작으로 여길 정도로 「구름」을 애지중지했습니다. 작가의 실망감 그리고 좌절은 이후의 시대에 개작(改作)에 착수하게 하였습니다. 아리스토파네스의 수정 작업은 아마도 기원전 421년에서 417년 사이에 행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지만 새롭게 개작된 작품은 안타깝게도 당대에는 공연되지 않았으며, 나중에 알렉산드리아의 학자들만이 새로운 작품을 문헌으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 전해 내려오는 문헌인 수정본에는 원본에 관한 중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수정본에는 등장인물들의 정의를 둘러싼 갈등과 대립이 첨가되어 있고, 간간이 “파라바제Parabase”, 즉 “관객으로 향하는 작가의 직접적인 발언으로서의 합창”이 가미되었으며, 마지막 방화(放火)의 장면이 대폭 수정되어 있습니다.
3. 교육이란 무엇인가? 거짓은 어느 정도의 범위에서 활용될 수 있는가? 작품 「구름」은 아테네에서 새로운 유행으로 나타난 교육적 이상을 비판하려고 합니다. 이러한 주제는 427년 디오니소스 축제에서 이등상을 수상한 아리스토파네스의 첫 작품 「향연의 친구Δαιταλης」과 유사한 것입니다. 아테네에 살던 소피스트들은 젊은이들의 교육에 관해서 터무니없는 주장을 내세웠는데, 아리스토파네스는 이 점을 비판하려고 했습니다. 고대인들은 특히 사기꾼이라든가, 허풍을 떠는 농부에 관한 민담을 소극으로 공연하곤 하였습니다. 이를테면 그들은 꾀주머니와 같은 영리한 자가 교활한 술수에 자기 스스로 넘어가는 이야기를 소극으로 공연했는데, 고대인들은 이러한 풍자의 이야기를 소극으로 접하면서 웃음을 터뜨리곤 하였습니다.
4. 파산한 농부, 계략을 꾸미다: 주인공은 작품의 주인공은 시골 출신의 남자, 스트렙시아데스입니다. 그는 오래전에 자신의 분에 넘치는 여염집 규수를 반나 혼례를 치렀습니다. 그의 아들, 파이디피데스는 어머니의 사치스럽고 헤픈 생활방식을 답습하여, 그의 관심사는 오로지 말(馬) 그리고 전차 경주로 향하고 있습니다. 아들과 아내의 사치스러운 살림살이로 인하여 파이디피데스는 경제적으로 몰락합니다. 수많은 빚쟁이가 그를 찾아옵니다. 그래서 한 가지 계략을 꾸밉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프론티스테리온”이라는 강습소에서 변론술을 배우는 일이었습니다. 그곳에는 소크라테스와 카이레폰이라는 철학자가 청년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젊은이들은 그들에게서 “법정에서 나쁜 일을 좋은 일로 둔갑시키는” 놀라운 말솜씨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만 파이디피데스에게는 게으름이 거의 생활 습관으로 굳어져 있었으므로, 무언가를 배운다는 게 부담스러워 했습니다. 그래서 스트렙시아데스는 어떻게 해서든 솔선수범하려 공부하는 방식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원치 않았지만, 과거 학생 시절을 떠올리면서 강습소로 향합니다.
5. 소크라테스, 학생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가르치고 있다. 그렇지만 강습소 사람들은 나이든 수강생을 반겨주지 않습니다. 그곳에서는 무언가를 배우려는 순수한 열정이 거의 없었습니다. 천문학 수업 시간이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태양을 관찰하기 위해서 걸이형 침대, 즉 해먹에 누워, 몸을 치켜들고 있었으며, 학생들은 땅바닥에 앉아서 킥킥거리면서, 눈과 코를 동원하여 지구과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천체의 움직임을 보여주기 위해서 자신의 주먹을 엉덩이 부위로 이전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몸이 높은 곳에 머물러야 마음 또한 더 높은 곳에 도달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를테면 구름은 새로운 시대의 신입니다. 왜냐면 구름은 “우리에게 변증법과 논리, 단어의 마법과 푸른 안개, 이중성, 공허한 문구 및 속임수를 제공하는 생각, 아이디어, 개념”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입니다. 소크라테스는 새로운 방식의 몇 가지 사항을 실험하고 있었는데, 이는 자신의 교육 방식이 새로운 유행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하늘의 구름은 신들의 권능을 완화하게 하는 무엇이며/ 사고와 이념 그리고 개념들은 우리에게 변증법과 논리학을 전해주는데/ 푸른 연기와 같은 마법적인 말씀은 거짓과 허구 그리고 속임수를 위한 것이지요.”
6. 파이디피데스, 두 명의 선생과 마주하다: 두 번째 막에서 소크라테스는 나이 많은 입학생이 너무 멍청하고 건망증이 심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심지어는 아주 간단한 문법조차도 파악하지 못하므로, 그에게는 고차원적인. 난해한 학습 내용을 받아들일 능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스트렙시아데스는 강습소에서 쫓겨나게 되는데, 이번에는 아들이 나서야 합니다. 간단한 면접을 치른 다음에 파이디피데스는 강습소의 학생이 됩니다. 그는 세상의 모든 문제에 별반 관심이 없고, 오로지 변론술을 발휘하여 빚쟁이들을 어떻게 물리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에만 골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소크라테스는 파이디피데스의 입학을 허가합니다. 파이디피데스는 수업을 등한시하고, 편안한 다른 생각에 침잠해 있습니다. 파이디피데스는 자신이 직접 좋은 선생을 선택하려 합니다. 그는 자신의 이상을 언어로 증명하기 위해서 웅변 대화에 참석하려고 합니다. 파이디피데스에게 나타난 선생은 “올바름을 옹호하는 자logos dikaios” 그리고 “거짓을 옹호하는 자logos adikos” 두 사람이었습니다.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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