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철학 이론

서로박: 푸코의 "광기와 비-이성"

필자 (匹子) 2023. 2. 18. 11:37

1. 일단 푸코의 문헌에 관해서 가급적이면 필자의 주관적 견해를 배제하고 일단 요약해보기로 한다. 미셸 푸코 (M. Foucault, 1926 - 1984)의 "광기와 비이성 (Folie et déraison)"은 1961년 파리에서 처음으로 발표되었다. 푸코는 초기 저작물인 본서에서 프랑스를 예로 들면서, 이른바 한계 경험에 관한 어떤 “문화”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레비스트로스와 관련하여 그는 특정한 사회가 다른 특정한 사회와 어떻게 다르며, 이러한 다른 점이 어떻게 하나의 고유한 문화를 구성하고 있는가? 하고 묻는다. 차단 메커니즘을 규정짓는 시스템 가운데에서 푸코는 “정상적”인 것과 “병적”인 것이라는 대립을 집중적으로 고찰한다. 푸코의 문화사적 서술에서 “광기”는 하나의 일원적 연구 대상으로서 동시적 (syncron)으로도 통시적 (diacron)으로도 나타나지 않는다.

 

2. 푸코는 담론적 실제와 비담론적 실제의 뒤엉킨 모습을 재구성하고 있다. 여기서 담론적 실제는 학문적, 의학적, 법학적 발언 시스템이라면, 비-담론적 실제는 광기를 지닌 자에 대한 배척, 감금 등을 지칭한다. 이로써 푸코는 다음의 사항을 분명히 지적한다. 즉 광기라는 현상에 대한 여러 가지 다른 지각 (知覺) 방식은 이미 동시적 현실 단면 내에서 정비례하지 않고, 오히려 어긋나거나 혹은 모순된 특성을 보여준다는 사항 말이다.

 

3. 나아가 푸코는 시대적으로 정신병자를 어떻게 다루었는가? 하는 점을 비판적으로 기술한다. 정신병자는 르네상스 시대에도 사회적으로 격리되었다. 그렇지만 당시 사람들은 환유적 의미에서 세계의 광기에 대한 인간의 무가치성을 인정하고 있었다. 광기란 세계를 인식하려는 인간의 행위 양상으로 이해되었다. 그러니까 세상속에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여러 가지 신비적이고 광적인 요소들이 도사리고 있는데, 언젠가 이것들은 해명되리라는 것이었다. 따라서 르네상스 시대에 광기 자체는 사회적으로 완전히 터부시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17세기부터 광기에 대한 입장은 서서히 변모된다. 광기란 이 시기부터 인간의 인식 형태라는 가설이 자취를 감추게 된다. 이로써 정신병자는 “이성을 잃은 자”로 치부되었던 것이다.

 

4. 푸코는 미친 자에 대한 사회적 태도를 역사적으로 추적함으로써 다음의 가설을 사실로 입증해낸다. 즉 18세기 후반부에 나타난 정신병자의 격리 수용은 새롭게 평가되어야 한다는 가설 말이다. 만약 환자가 범죄자로서 격리된다면, 여기서 문제되는 것은 오로지 정신병에 대한 인식이 구조적으로 바뀌게 되었다는 사실밖에 없다. 지금까지 사람들은 푸코에 의하면 환자를 부자유로부터 해방시키려는 입장을 긍정적으로 고려하지 않았다. 「광기의 역사 (Histoire de la folie)」는 방법론적으로 푸코의 후기 저작물의 내용을 미리 포괄하게 한다. 한마디로 푸코는 광기를 시대적으로 조건화된 담론 형태 내지 지식 형태로서 경험될 수 있는 것으로 파악하며, 이성의 개념을 근본적으로 문제 삼고 있다. 푸코는 광기의 개념을 확고하게 발전시키지 않았으므로, “역사”는 인식론과 담론 이론에 비해 그다지 중요한 것으로 간주되지는 않는다.

 

5. 푸코의 광기의 이론은 문학 이론적으로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문학은 푸코에게는 두가지 의미에서 매우 중요하다. 미셸 푸코는 전통적 문학의 역사로부터 급진적으로 등을 돌리며, 역사적 지식 형태를 연구하기 위해서 텍스트들을 원용하고 있다. 그리하여 그는 배척당한 것에 관한 자신의 기호라든가 한계성의 경험을 주제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시각에서 볼 때 문학의 영역은 푸코에 의하면 광기의 (상실했다고 믿는 경험 형태의) 피난처이다. 외와 관련하여 문학은 이성에 의해 압살된 무엇을 언어화할 수 있는 매개체로 기능할 수밖에 없다.

 

6. 예컨대 푸코는 문화 유형학의 입장을 추종하며, 광기의 문학을 거론한다. 가령 푸코의 연구 대상은 에라스뮈스, 디드로, 사드를 거쳐, 횔덜린, 니체, 아르토에까지 이어진다. 이들의 문학 작품은 (푸코가 “침묵의 고고학”에서 찾아내려고 애쓰는) “기억에 저항하는” 증거물이다. 이와 관련하여 푸코는 목표로 향한 (인과율에 조건화된) 순서로서의 역사 발전의 입장을 배격하고 있다. 담론으로서 저장할 수 있는 것은 다만 문학 텍스트의 불연속적인 혹은 비영속적인 대입 내지 적용일 뿐이다. 이러한 대입 내지 적용은 특정한 시대에 약간 영향을 끼쳤다고 기술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푸코에 의하면 결코 해석학적 의미를 가져다주지는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