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내 단상

(단상. 553) 한스 디트리히 겐셔

필자 (匹子) 2023. 1. 28. 10:51

민주주의의 정당들은 상대방을 견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상대방의 정책을 견제하기 위해서 존재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정당들은 상대방의 정책을 견제하면서 좋은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 그리고 서로 토론하여 타협책을 찾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국회의원 가운데에 이를 무시하는 분들이 상당히 많은 것 같다.

 

특히 국회의원들은 자신을 지지하는 당원과 유권자들만을 위해 정치하지는 말아야 한다. 비록 자신과 당이 손해를 보더라도 나라와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자가 진정한 정치가라고 말할 수 있다.

 

오랜 시간에 걸쳐 독일의 외무부장관을 역임했던 한스 디트리히 겐셔Hans Dietrich Genscher는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지지에 부응하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자주 꺼냈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이 속해 있는 자민당FDP을 위해서 노력한 게 아니라, 독일과 유럽 전체를 위해서 외교 정치를 추진하고 이를 실천했기 때문이다. 작은 일에 있어서 겐셔는 자신이 속한 정당 사람들을 그렇게 많이 도와주지는 못했다.

 

독일의 자민당은 작은 정당이었으나, 때로는 기민당/ 기사당 CDU/ CSU와 연정하였고, 때로는 SPD와 연정하여 연립 내각을 구성하였다. 그리하여 정치에 직접 참가하는 정당으로서 많은 결실을 맺었다. 작은 정당을 대표하던 한스 디트리히 겐셔는 독일 통일에 결정적으로 기여하였으며, 유럽 공동체의 활동에 많은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다.

 

독일의 정치가, 한스 디트리히 겐셔 (1927 - 2016). 2016년에 유명을 달리 했다.

 

한국의 국회의원들은 국민을 위해서 정치를 한다고 하지만, 대체로 구체적 사안에 있어서 국민을 위한 어떠한 입장을 지니는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다. 모든 현안을 놓고 개별적으로 cace by case 그리고 즉흥적으로 여당에 붙었다가, 야당에 붙는 행동은 어쩌면 미래의 비전과 정치 철학의 부재에 기인하는지 모른다. 부디 한스 디트리히 겐셔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기 바란다. 부디 자신의 정당을 위해서, 자신을 지지한 당원을 위해서 정치하지 말고, 보다 대승적인 시각으로 한반도의 통일과국민 전체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서 정치적 사안을 결정하기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