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현대불문헌

서로박: 바타이유의 C 신부 (1)

필자 (匹子) 2022. 12. 6. 10:56

(1) 포르노인가 예술 누드인가?: 친애하는 R, 오늘은 프랑스의 전위 작가이자 문화 비평가로 활약했던 조르주 바타이유 (Georges Bataille, 1897 - 1962)의 장편 소설 “C. 신부(L'abbé C.)”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바타이유의 작품들은 생전에 많은 물의를 일으켰습니다. 죽기 전에 바타이유는 “나의 작품들은 추잡한 상업적 포르노”가 아니라, “겉으로는 음탕한,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예술 누드이다”라고 항변한 바 있습니다. 소설의 발표 시점이 1950년인 것을 고려한다면, 작품은 제 2차 세계대전 직후에 작성된 것으로 추측됩니다. 소설의 줄거리는 어떤 흥미진진한 심리적 투쟁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친애하는 R, 소설을 읽는 독자는 극단으로 치닫는 이야기에 가슴 설레지만, 적나라한 성 묘사에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낄 것입니다.

 

(2) 남자 유혹하기: 주인공은 20대의 창녀, 에포닌입니다. 그미는 매춘을 더러운 직업이라고 스스로 인정합니다. 친애하는 R, 매춘에 종사하는 거의 대부분의 여자 혹은 남자들은 어린 시절부터 매춘으로 살아가리라고 꿈꾸지는 않았습니다. 과거의 어떤 쓰라린 경험 (근친상간, 겁탈 등) 때문에 일부 여자들은 매춘을 직업으로 선택합니다. 따라서 매춘은 바람직한 직업은 아닌 것 같습니다. 바타이유는 에포닌의 과거를 상세히 서술합니다. 에포닌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로베르 C.라는 사내를 유혹하여, 그의 육체를 “소유”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로베르는 놀랍게도 준수하게 잘 생긴 신부입니다. 말하자면 금욕과 절제로 경건하게 살아가는 신앙인이 바로 에포닌의 “육욕”의 대상인 것입니다. 친애하는 R, 에포닌이 이렇게 로베르에 대해 열정을 품게 된 것은 어떤 이유가 있었습니다.

 

(3) 사춘기의 트라우마: 원래 로베르에게는 쌍둥이 형이 있었습니다. 형의 이름은 샤를이었습니다. 로베르, 샤를 그리고 친구 앙리는 친하게 지냈습니다. “범생이”, 로베르를 제외하면, 샤를과 앙리는 공부와는 담을 쌓은 “날나리”들이었고, 언제나 사건을 저지르곤 하였지요. 특히 앙리의 성격은 포악하고 잔인했습니다. 그는 샤를과 함께 크고 작은 범행을 계획 실천하지만, 이에 대한 뒷수습을 로베르에게 맡기곤 하였습니다. 어린 시절에 앙리는 샤를과 함께 에포닌의 처녀성을 빼앗습니다. 에포닌은 피 묻은 팬티와 더럽혀진 자신의 앞섶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립니다. 그러나 남자 즉 육체적 향락이 어떠한가를 맛보게 된 다음부터 그미는 자청해서 많은 남자친구들과 성관계를 맺습니다. 결국 사랑 없는 섹스 행각은 그미를 끝내 창녀로 살아가게 합니다.

 

(4) 순결의 파괴와 금지된 장난: 문제는 에포닌에 대한 로베르의 사랑의 감정에 있었습니다. 로베르는 내심 에포닌을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사랑의 고백은 전달되지 않았지요. 어느 날 그미가 친구들에게 차례로 당하는 것을 로베르는 목격합니다. 이때 그의 마음은 찢어졌습니다. 특히 자신이 에포닌을 구해주지 못하는 게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절망감에서 헤어나기도 전에 로베르는 또 다른 놀라운 광경을 체험해야 했습니다. 그것은 에포닌의 태도 변화였습니다. 이제 앙리 그리고 샤를의 연인이 된 에포닌은 마치 발정 난 암캐처럼 남자들을 찾아다니는 게 아니겠습니까? 특히 앙리는 희귀한 짓거리들을 강요했고, 에포닌은 온갖 변태적 성행위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었습니다. 로베르의 눈에는 그미가 “이왕 버린 몸, 에라 빌어먹을, 쾌락이나 실컷 탐하자.”고 생각하는 여자로 비쳤습니다. 그미의 이러한 태도로 인하여 로베르의 절망감은 일순 그미에 대한 실망감 내지 증오심으로 돌변하게 됩니다. 나중에 로베르는 종교적 삶을 택하여 신부 (神父)로 살아가게 됩니다.

 

(5) 오랜 이별의 쓰라림 그리고 순간적 재회의 즐거움: 친애하는 R, 유년의 체험 내지 정신적 상흔은 한 인간의 내면에 깊이 각인됩니다. 나아가 그것은 한 평생을 좌우하는 계기로 작용하곤 합니다. 로베르가 신부가 된 계기는 (물론 그러한 원인은 기독교에 대한 깊은 이해 내지 순종이겠지만) 과거의 체험에 기인한 것이었습니다. 로베르는 고향을 떠나 신학 대학을 마치고 신부 (神父) 자격을 획득합니다. 1942년 여름 그는 자신이 태어난 도시, R.을 방문합니다. 이곳 성당에서 일하게 된 것입니다. 도시 R.은 유년의 모든 기억이 담겨 있는 곳이었습니다. 거기서 로베르는 에포닌과 샤를과 다시 만납니다. 에포닌이 성당 근처의 5층 건물에서 창문을 열어두고 “일”합니다. 실제로 로베르는 먼발치인 성당의 탑에서 그미를 바라봅니다. 5층 건물은 불과 지척 간이라, 집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조리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6) 성직자를 유혹하는 창녀: 친애하는 R, 인간이라면 누구나 육체적 욕망의 유혹에 사로잡힐 수 있습니다. 특히 아름다운 여자가 유혹할 때 사내들은 모조리 이에 걸려듭니다. 게다가 에포닌은 옛날에 사랑하던 여자가 아니던가요? 어느 날 로베르는 우연히 창문을 통해서 에포닌의 생생한 알몸을 내려다봅니다. 이때 그의 가슴은 마구 두근거렸고, 현기증에 몸을 가눌 길 없었습니다. 특히 에포닌이 손님을 맞이할 때, 창문을 열어둔 것은 지극히 의도적이었습니다. 로베르는 더 이상 성당의 탑 위로 올라가지 않으려고 작심합니다. 차라리 눈을 감는 게 유혹에 빠지지 않는 지름길이라고 믿었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아침저녁으로 에포닌의 붉은 뺨과 하얀 피부가 뇌리에 떠오르는 게 아니겠습니까? 로베르는 경건한 신앙인이었습니다. 신앙심의 고삐를 졸라맴으로써 여성에 대한 유혹을 물리치려고 애를 썼습니다.

 

(7) 자극하는 여성의 육체와 향기: 그러나 로베르의 내면을 지탱해주던 신앙의 나사는 일순간 풀려버리고 맙니다. 어느 일요일 로베르는 미사를 집전하고 있었습니다. 이때 에포닌은 파리에서 온 그미의 두 여자 친구 로지 그리고 레몽드를 데리고 미사에 참가하고 있었습니다. 로베르는 로지와 레몽드에게 빵과 포도주를 건네줍니다. 이때 그의 눈 아래에 두 여인의 젖가슴이 비치는 게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두 여인들에게서 풍겨 오르는 살 냄새 - 불쌍한 신부는 이 순간을 견디지 못하고 혼절합니다. 로베르는 미사 도중에 쓰러지고,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됩니다. 그 이후로 로베르는 에포닌의 유혹에서 헤어나지 못합니다. 사람들은 그가 몹쓸 병에 걸렸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