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나의 글

서로박: (2) 돈 앞에서 공정과 정의는 없다

필자 (匹子) 2022. 12. 5. 10:50

(앞에서 계속됩니다.)

 

일단 서양의 역사를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인간은 예외 없이 자유롭게 태어난 존재이다.” 이는 고대 로마 시대에 이미 하나의 국법의 기초로 작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토대는 법의 제정 과정에서 본래의 의미와는 전혀 다르게 기술되었습니다. 예컨대 울피아누스는 “모든 인간은 자연법에 의하면 자유롭고 평등하다.”라는 문장을 맨 처음 사용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이것은 이어지는 문장을 위해서 끌어들인 하나의 허사에 불과합니다. 즉 노예 제도는 시민의 권한을 보충해주는 수단이 된다는 것입니다.

 

한 인간이 얼마만큼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고 있는가? 하는 문제는 한 인간이 주어진 국가와 어떠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가? 하는 물음과 직결됩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는 국가관입니다. 로마의 법이 만들어진 궁극적 목적은 가진 자가 못 가진 자에 대해서 원래의 권한을 행사하고,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해서 원래의 소유권을 행사하기 위함 때문이었습니다. 수많은 사상가들이 계약으로서의 국가를 명시적으로 언급했지만, 그들의 관심사는 콩밭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근본적으로 주어진 현실에서의 권한, 그것도 경제적 권한이 과연 누구에게 주어져야 하는가? 하는 물음이었습니다.

 

예컨대 에피쿠로스는 누구보다도 먼저 하나의 계약으로서의 국가에 관해서 언급하였습니다. 계약은 차제에 얼마든지 파기될 수 있음을 전제로 하는, 하나의 약속입니다. 다시 말해 국가의 체제 역시 하나의 계약으로서 얼마든지 파기될 수 있습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사항인데도 사람들은 그때부터 에피쿠로스의 말에 커다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인간이 원래 지니고 있던 자유에 관한 사상은 이론적으로 자유의 권리에 대한 요구사항으로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서양의 고대철학사를 읽으면 우리는 다음의 사항을 접할 수 있습니다. 즉 소피스트들은 노모스에 대항하는 개념으로서 “피지스 φύσις”를 내세운 바 있다고 말입니다. 피지스는 문헌학적으로 구명한다면,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에 처음으로 언급된 바 있는데, 식물의 성장 방식으로 설명되고 있습니다. 모든 생명체는 이렇듯 피지스라는 자연의 법칙에 의해서 생성, 변화 그리고 사멸된다는 것입니다. 이를 고려한다면, 우리는 소피스트들이 최소한 자연법의 근본적 정신에 근접하려고 노력했음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이들에 비하면 스토아사상가들은 상명하달의 법령으로서의 “명제 Thesis”에 반대되는 개념으로서 피지스와 노모스라는 두 가지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이것들은 법 규정 속에 담긴 인습적인 내용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피지스와 노모스는 아래로부터 유래하는 하나의 운동이라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크리시포스는 주어진 모든 법령들이 완전무결하지 못하고 무언가를 빠뜨리고 있다는 사실을 예리하게 통찰하였습니다. 그럼에도 그의 학파는 기존하는 실정법적 사항을 모조리 뒤집어엎으려고 의도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크리시포스는 다음과 같이 막연하게 생각했지요. 만약 어느 현자가 헤라클레스의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면, 그는 세계 전체를 철학적으로 축조할 수 있으리라고 말입니다.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