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방대한 작품: 친애하는 T, 오늘은 방대한 소설, 우베 텔캄프 Uwe Tellkamp의 『탑 Der Turm』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 작품은 2008년의 독일 출판문화상 수상작이며, 뒤이어 “독일 제 1방송국 ARD”에서 영화로 상연되기도 하였습니다. 작품은 뒤이어 극작품으로 만들어져서 2010년 9월 23일 드레스덴에서 공연되기도 하였습니다. 현재 이 작품은 조만간 새로운 연속극으로서 TV 공연을 앞두고 있다고 합니다. 작품 『탑』은 1982년 11월부터 1989년 11월까지의 구동독의 현실을 문학적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80년대의 구동독 현실의 파노라마를 이처럼 세밀하게 그리고 폭넓게 보여주는 작품도 없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전환기 독일 소설 내지 구동독을 비판적으로 반추하는 작품으로서 우리는 무엇보다도 텔캄프의 『탑』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2) 텔캄프는 누구인가?: 우베 텔캄프 Uwe Tellkamp는 1968년 출생의 작가입니다. 그는 의학을 전공하여 가장 힘들다고 하는 외과 전문의가 되었지만, 나중에 작가로 전향하였습니다. 이를 고려하면 우리는 그를 독일의 고트프리트 벤 Gottfried Benn 그리고 한스 카로사 Hans Carossa의 맥을 잇는 “의사 작가”의 반열에 오른 자로 꼽을 수 있습니다. 텔캄프는 드레스덴에서 태어나서 아비투어를 마친 뒤에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하기 위해서 3년 동안 군에 입대해야 했습니다. 동독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대학 수업을 받을 수 없습니다.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노동자와 농민의 자식이 아니면, 즉시 대학에 입학할 수 없었습니다.
텔캄프의 아버지는 외과 의사였습니다. 그래서 그는 대학 입학 전에 사회봉사의 일을 맡든가, 아니면 의무적으로 몇 년 간 단순노동자로 일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것은 군복무였습니다. 텔캄프는 동독의 “국가 인민군대 NVA”에 가담해서 탱크 운전병으로 복무했습니다. 군대는 문학을 사랑하는 그를 편안히 내버려두지 않았습니다. 볼프 비어만 그리고 서독 작가의 작품을 소지했다는 이유로 텔캄프는 여러 번 문책을 당했는데, 운 좋게도 1989년 10월에 하사관으로 군복무를 마쳤습니다. 통독 이후에 그는 라이프치히, 드레스덴 그리고 뉴욕 대학교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2004년까지 뮌헨의 응급 사고외과에서 의사로 일했습니다.
(3) 작품의 배경: 작품은 무려 1000 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방대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소설의 내용을 요약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줄거리를 요약하면, 수없이 많은 에피소드들이 생략되는 게 아쉽고, 모든 에피소드를 세밀히 거론하게 되면, 우리는 몇 개의 중요한 소설적 주제를 경시하는 꼴이 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일단 세 명의 화자를 중심으로 모든 것을 서술한 다음에, 작품의 주제 등에 관한 논의를 개진하도록 하겠습니다. 소설은 1982년 11월부터 1989년 11월까지의 시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소설의 주요 장소로서 드레스덴의 어느 가상적인 구역인 “탑 속에서 Im Turm”를 설정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실제로 드레스덴의 “로슈비츠-바이서 히르쉬 Roschwitz Weisser Hirsch” 구역을 가리키는데, 이곳에서는 이른바 교양 시민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대체로 동독의 국가에 대해서 비판적 태도를 취하지만, 이를 공개적으로 드러내지 않은 채 사적 삶 속으로 도피하여 생활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시민계급이 과거라는 달콤한 독소 내지 무사안일주의에 젖어 있었다는 사항을 재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사항을 작가는 아주 냉정하고도 치밀하게 그리고 풍자적으로 묘사하는 데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4) 소설의 화자: 소설에는 주로 세 명의 화자가 등장합니다. 소설적 작품은 소설 기법의 측면에서 고찰할 때 3인칭 소설이지만, 부분적으로 일인칭 화자를 등장하기도 합니다. 첫 번째 화자는 리하르트 호프만 Richard Hoffmann입니다. 그는 1932년생으로서 드레스덴 군사학교의 외과 병동의 책임의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화자는 크리스티안 호프만 Christian Hoffmann입니다. 그는 리하르트의 아들로서 의사가 되기 위하여 “대학 진학을 위한 엘리트 고등학교 EOS”에 다녔지만, 소설의 후반부에는 “국가 인민군대”의 하사관으로 근무합니다. 세 번째 화자는 크리스티안의 외삼촌인 멘노 로데 Meno Rohde입니다. 그는 생물학을 전공하였지만, 현재 구동독의 비교적 저명한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면서 살아갑니다.
작가는 리하르트를 통해서 구동독의 의료시설에 관한 사항을, 크리스티안을 통해서 구동독의 군대 체계를 그리고 멘노 로제를 통해서 구동독의 출판 시장 그리고 작가들의 삶을 비판적으로 조명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그 밖의 등장인물을 통해서 교통, 복지 그리고 의료 등의 사회적 간접자본, 국가 인민군대 체제의 권위적 특성 등에 관한 구체적 정보를 전해줍니다. 그렇다고 해서 작품이 따분한 현실적 소재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소설 속에는 “의식의 흐름”에 따른 서술이 간간이 작동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만연체의 문장이 불가피하지만, 우리는 이것으로써 소설의 특징을 요약할 수는 없습니다. 등장인물, 멘노 로데의 일기를 통해서 동화 그리고 시적이고 초현실적인 에피소드 등이 가미되어 있습니다. 이를 고려한다면 우리는 이 소설을 몽타주 소설로 명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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