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프 하인의 근영
사건은 구동독의 50년대 중엽에 발생한다. 주인공 “나”는 다니엘이다. 다니엘의 아버지는 목사님이다. 주인공에게는 형님이 있고, 도를레라는 여동생이 하나 있다. 게다가 네 명의 남동생이 있다. 다니엘은 도를레와 함께 숙제한다. 숙제를 도와주는 사람은 막달레나 아줌마이다. 그미의 약혼자는 전쟁에서 전사했기 때문에 혼기를 놓쳤다. 그미는 아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종종 들려준다. "인간은 자신의 삶을 처음부터 분명히 바라보아야 한다."
다니엘은 가족의 사진첩에서 미지의 여인을 바라본다. 사진첩의 하단에는 루시아라는 이름이 적혀 있다. 다니엘은 루시아가 누군지 엄마에게 물어보지만, 엄마는 인상을 찌푸리며, 아버지에게 물어보라고 말한다. 수업 시간에 루돌프 박사는 플라스크로 실험하고 있는데, 다니엘의 친구, 베른트는 선생을 "더러운 동성연애자"라고 비난한다. 추측컨대 그는 여자 속옷을 입고 있다는 것이다. 루돌프 박사는 어느 누구와도 악수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니엘은 어느 날 아버지에게 동성연애가 무엇인지 물어본다. 이때 그의 아버지는 다음과 같이 답한다. "들어봐, 다니엘. 이들은 우리의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불쌍한 자들이란다. "
여름 방학에 도를레와 다니엘은 외할아버지 집에 머문다. 외할아버지 빌헬름은 전쟁이 발발하기 전에 슐레지엔에 있는 유명한 기사의 농장을 돌보고 있었다. 이제 할아버지는 홀츠베델에서 국영 재산을 감독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그곳에서는 항상 기계통들의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외할머니는 다니엘에게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온 집이 윙윙거리는 소리에 시달린단다. 그렇지만 해롭지 않아. 다만 기계통을 만지지 말아야 해.
이러한 설명은 영 신통치 않았다. 아침에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어제 고양이 한 마리가 계단의 복도에서 복도로 떨어지는 기와 한 조각에 맞아서, 내 방으로 데리고 왔던 것이다. 그 후에 나는 할아버지의 말씀대로 고양이가 일곱 개의 생명을 지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어느 날 아침 나는 언제나 윙윙거리는 까만 기계통 사이로 뚱뚱한 거미 한 마리가 기어 나오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 날 이후로 나는 그 통이 기계통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곳은 거미들이 살고 있는 거대한 공간이었던 것이다.
사춘기의 독일 학생들. 그들은 한국 청소년들보다 육체적으로 조숙하다.
나이든 친구 요헨은 가끔 루센 호수로 자전거 타고 가곤 했는데, 내가 함께 가게 되었을 때 몹시 짜증을 냈다. 그 이유는 요헨이 여자 친구와 그곳에서 만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었다. 데리고 가기 싫어하는데도 불구하고 다니엘은 자전거를 타고 만남의 장소로 갔다. 요헨의 여자 친구의 이름은 힐데 부쉬케였는데, 흔히 “필레”라고 명명되었다. 필레는 다니엘의 출현에 은근히 짜증을 내었지만, 모든 것을 참았다. 호숫가에서 요헨은 옷을 홀라당 벗고 엎드렸다.
나도 그를 따라 옷을 벗고 누웠다. 필레는 처음에는 머뭇거리다가 옷을 벗었다. 다니엘은 이때 처음으로 여자의 나체를 바라볼 수 있었다. 요헨은 다니엘더러 숲으로 가서 자전거를 지키고 있으라고 명령했다. 숲에서 다니엘은 필레의 발가벗은 몸을 떠올렸다. 그의 생식기는 발기하였고, 난생 처음으로 정액이 솟아났다. 다니엘은 필레가 타고 온 자전거의 안장에다 정액을 쏟았다. 왜냐하면 요헨과 필레가 자신을 내버려두고 둘이서 놀았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온 뒤에 다니엘은 할머니로부터 필레에 관한 소식을 듣는다. “어리석은 년”하고 할머니는 말을 이었다. 필레는 임신했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른단다, 글쎄. 너무 어린 나이에 남자와 살을 섞었으니, 스스로 자신의 삶을 망친 셈이야.” 이때 다니엘은 필레의 자전거를 생각한다. 그미의 자전거에다 사정했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그는 자신이 아기의 아빠인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다니엘은 “벨트로니스” 서커스 공연에서 잡일을 도와주는 대가로 공짜 표를 얻는다. 그는 외줄 타는 카를의 모습을 보고 반한다. 그의 기술은 정말로 놀라운 것이었다. 카를은 나이가 들었는데도 어린 다니엘을 친구로 대해주었다. 어느 날 다니엘은 카를을 만나러 서커스단을 찾았는데, 그곳에서 카를을 발견할 수 없었다.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카를은 지금 거주지로 사용하는 자동차 칸에 있다는 것이었다. 다니엘이 찻간 안으로 들어가려고 시도했다.
바로 이 순간 어느 육감적인 여자가 거의 나체 차림으로 안에서 브래지어와 팬티를 입으려고 버둥거리고 있었다. 찻간은 너무 작아서, 한 사람이 우두커니 서지도 못할 정도였다. 여자는 거의 나체 차림으로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이때 다니엘은 여자의 발가벗은 엉덩이를 처음으로 바라보았다. 다니엘은 밖에서 카를을 기다리기로 했다. 찻간에서 나오는 여자는 놀랍게도 다니엘의 여선생인 카트린이 아닌가? 카트린은 아이가 달린 유부녀인데, 카를을 몰래 만나서 살을 섞고 있었던 것이다. 다니엘은 카트린에게 인사를 건넸으나. 그미는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미는 당황한 나미지 마치 커다란 외침을 터뜨리고 싶은 것처럼 보였다. 카트린은 다시 찻간 안으로 들어갔다.
어느 날 공원의 벤치에 앉아 있었을 때, 두 명의 소녀가 다니엘에게 다가왔다. 근처에는 마레이케라는 소녀가 앉아 있었는데, 그들은 다니엘이 그미와 친구 관계인지 알고 싶었던 것이다. “왜 내가 그미와 사귀어야 하지?” “왜 그러면 안 돼? 마레이케는 너에게 반해 있는 걸.” 이때 다니엘은 마레이케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이후부터 다니엘은 자주 그미와 산보하게 되었다. 어느 날 그미는 키스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다니엘은 한 번도 그러한 경험이 없는지라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마레이케는 벌거벗은 여자들의 사진을 가리키면서, 그림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다니엘에게 물었다. 만약 자신이 누드모델이 되어 포즈를 취하면 어떨까, 하고 물었다.
다니엘의 형 다비드는 학교에서 공부를 잘 했지만, 당국은 그의 고등학교 전학을 거부했다. 아버지의 이의 신청은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 다비드의 양친은 아들을 서 베를린에 있는 기숙사 달린 고등학교에 보내기로 결심했다. 다비드는 서베를린에 있는 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가족들은 자동차를 타고, 서베를린에 있는 다비드를 방문했다. 도중에서 경찰은 가방을 뒤지고, 신분증을 보자고 요구했다. 경찰이 어디로 가는가? 하고 물었을 때, 아버지는 어떤 지어낸 말로 대답했다. 포츠담에 있는 가족들과 합류하여 전철로 자신의 아들을 방문할 계획이라는 것이었다. “어떤 베를린?” 하고 경찰이 물었다. 이때 아버지는 “어떤 베를린이라니요? 그야 민주주의 베를린이지요.”하고 대답했다. 서베를린에 도착했을 때, 간판에는 헝가리에서 폭동이 발생했다고 적혀 있었다.
다음날 여교사 카트린은 헝가리에 관해서 말을 꺼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세 명의 소녀만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헝가리의 반동적 혁명을 증오해요. 전쟁 당시에 그러했듯이 이번에도 우리의 우방국가인 소련이 헝가리를 도와줄 거예요.” 여교사가 토론을 중단하려고 했을 때 루시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고발했다. (루시는 가장 공부 잘하는 소녀였고, 독실한 가톨릭 신앙을 지니고 있었다. “다니엘이 일요일에 서베를린으로 가서 본 것을 학교에 마구 퍼뜨렸어요.” 다니엘은 형이 서베를린의 김나지움에 다닐 수 있기를 바랐다. 형은 공부를 잘 할 뿐 아니라, 아빠가 이를 원하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다니엘은 나중에 서베를린의 김나지움에 다닐 수 없을 것 같았다.
결국 다니엘은 막달레나 아줌마를 찾아가서 작별을 고한다. 그는 이제 형처럼 서베를린의 김나지움에 다니게 되었기 때문이다. 길에서 다니엘은 루시를 만난다. 루시는 공부 잘 하는 데도 동베를린의 고등학교에 다닐 수 없게 된 다니엘의 처지를 동정하였다. “너도 형처럼 서베를린의 김나지움에 다닐 거니?” 이때 다니엘은 모든 것을 알았다는 듯이 루시에게 다음과 같이 반문한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사춘기를 주제로 한 조각 작품
"맨 처음부터"는 아홉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이것들은 50년대의 구동독의 현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처음에 목사의 아들 다니엘은 사랑하는 아줌마 막달레나와의 이별을 겪는다. 그는 김나지움에 다니기 위해서 서베를린으로 간다. 왜냐하면 당국은 목사의 아들이 대학에 갈 수 없다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아주머니 집으로 가는 길에 다니엘은 동급생 루시를 만난다. 그러나 그는 루시에게 자신의 어떠한 속마음도 터놓지 못한다.
연대기적으로 고찰할 때 이러한 에피소드는 작품의 말미에 배치되어야 마땅하다. 그렇지만 여러 가지 정황을 고려하여 작가는 무조건 연대기적 서술을 따르지 않고 있다. 소설은 다니엘이 형을 방문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끝이 난다. 형 다비드는 서 베를린의 기숙사에서 지내게 되었던 것이다. 다니엘은 아무런 생각 없이 이를 여자 친구인 루시에게 말했는데, 루시는 수업 시간에 다니엘을 반체제적인 행동을 저질렀다고 고발한다.
목사로 일하는 다니엘의 아버지는 단순한 이유에서 당에 가담하지 않았는데, 당국으로부터 의심을 받게 된다. 아버지의 직업 때문에 다니엘은 반에서 아웃사이더 취급을 당한다. 이때 기독교적 믿음과 국가적 차원에서의 사회주의 독단론은 서로 대립된다는 것을 주인공은 감지한다. 유감스럽게도 작가는 다니엘과 부모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세밀하게 거론하지 않고 있다.
주인공은 여러 가지의 방법으로 성을 알게 되고, 고향의 도시가 너무나 편협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러한 주관적 체험은 1953년 6월의 노동자 데모 그리고 1956년 11월 헝가리 폭동 사이의 기간에 나타난 것이다. 소설은 사춘기에 해당하는 학생의 간결하고도 단순한 언어로 서술되고 있다. 하인의 이력을 고려할 때 “맨 처음부터”는 자전적 요소가 강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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