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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설호의 시, '양귀비'

양귀비 *박설호  아프간의 대포 언덕 양귀비가 피었지 나의 넓은 꽃잎 속으로 자맥질하세요 어떠한 사랑의 즙액도 밖으로 튀지 않을 거예요 조용히 암술 위로 올라와서 숨을 들이쉬세요 그러면 나는 허영의 옷을 벗은 당신을 알몸으로 맞이할게요 붉은 액체는 내 몸속에서 끝없이 품어 나오고 있어요 사랑의 묘약을 마시고 몸속의 아픔 일시적으로 가시게 하세요 그러면 당신은 시간이 드리운 오랜 구속을 떨치고 망각의 어두운 도취 속에서 붉은 텐트 속의 세계를 두려움 없이 만끽할 거예요 그런데 홀딱한 망각 속에는 가슴 저린 가난이 ..........................   * 양귀비는 마약, 진통제 등으로 활용된다. 양귀비 재배는 인도에서는 합법적이지만,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불법이다.** 실린 곳: 박설호 시집, 반..

20 나의 시 2025.01.30

서로박: (1) 무지한 자의 맹신으로서의 유토피아. 하인의 '원탁의 기사들'을 중심으로

무지한 자의 맹신으로서의 유토피아. 크리스토프 하인의 '원탁의 기사들'을 중심으로 *  “아르투스: 우리를 괴롭히고 방해하는 것은 희망에 대한 굶주림이야. 모드레: 성배는 너희들이 평생 추적하는 망상일 뿐이지. 카이에: 누구도 원치 않는 미래를 위해 우리는 우리의 삶을 희생해 버렸네. 란셀로: 원탁의 기사들은 백성들에겐 바보, 백치, 그리고 범인들의 집단에 불과해. 파르치발: 성배는 없어. 있다면, 우린 우리의 마음속에서 찾아야 해.”  1. 폭풍 전야, "원탁의 기사들" 구동독 출신의 극작가이자 소설가 크리스토프 하인 (1944- )의 󰡔원탁의 기사󰡕가 드레스덴 극장에서 초연된 날은 고르바초프가 개혁 정책을 추진한 지 4년째 되는 해인 1989년 3월 24일이었다. 한마디로 폭풍 전야의 불안한 시대..

45 동독문학 2025.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