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이어집니다.)
(6) 크리스티안 호프만: 첫 번째 화자인 크리스티안은 맨 처음 16세의 청년으로 등장하며, 나중에는 하사관 신분으로 등장합니다. 그는 작가 텔캄프를 연상시키는 인물입니다. 그의 얼굴에는 여드름이 끼여 있고, 가끔 이상한 꿈을 꾸는 수줍은 학생입니다. 꿈속은 언제나 사랑의 정원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것에서 요염한 여성이 아름다운 몸매로 자신을 유혹하는데, 그럴 때마다 크리스티안은 비틀거리며 쓰러집니다. 그는 공부를 잘하며, 아버지의 뒤를 이어서 의사가 되려는 꿈을 품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학생들보다도 더 열심히 공부하는 편입니다. 자신의 목표를 실현시키려면 좋은 아비투어 성적을 취득해야 하며, 사회주의의 의미에서 더욱 열정적으로 사회에 봉사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렇지만 크리스티안의 모든 입장은 어느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서 혼란 속에 휩싸이게 됩니다.
(7) 크리스티안 그리고 베레나: 크리스티안에게는 남몰래 짝사랑하는 학우가 있었습니다. 그미의 이름은 베레나 빈클러였습니다. 어느 날 용기를 내어서 그미에게 여자 친구가 되어 달라고 조용히 말을 건넸지만, 베레나는 자신의 애인이 지크베르트라고 퉁명스럽게 대꾸합니다. 주인공은 처음에는 자신의 시도를 몹시 겸연쩍어했으나, 나중에는 말못할 슬픔에 사로잡힙니다. 1983년 어느 날 베레나는 과제물을 학교에 제출했는데, 그것은 백지였습니다. 과제물의 제목은 “사회주의가 자본주의에 승리를 구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무엇인가?”하는 물음이었습니다. 담임이 그미를 설득하여 다시 제출할 것을 종용했으나, 베레나는 이를 거절합니다.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는다는 것이 베레나의 항변이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미는 퇴학당합니다. 그것은 크리스티안으로서는 충격적인 사건이었습니다. 반에서는 크리스티안을 좋아하는 여학생이 한 명도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를테면 라이나 코스만은 어느 여름날 그에게 접근하였습니다. 라이나는 공부 못하지만, 몹시 육감적인 몸매를 지녔고 독특한 향기를 풍기는 여학생이었습니다. 그미가 털 깎은 겨드랑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었을 때 크리스티안은 흥분을 감출 수 없습니다. 말하자면 꿈속 사랑의 정원에 나타났던 바로 그 요염한 여성은 바로 라이나의 모습으로 주인공의 눈앞에 나타났던 것입니다. 그는 자연스럽게 라이나와 사귀게 되었고, 두 사람의 관계는 자연스럽게 키스와 애무를 즐길 정도에 이르렀습니다. 그렇지만 크리스티안의 사랑을 방해하는 것은 바로 아비투어 시험이었습니다. 크리스티안은 자신의 모든 일을 일단 시험 이후로 미루고 열심히 공부합니다.
(8) 크리스티안의 군복무: 주인공은 라이나가 자주 유명 인사들을 만나는 것을 목격한 바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학급 학생들은 라이나가 학우들의 비리를 고발한다고 쑥덕거리곤 하였습니다. 나중에 라이나는 라이프치히에서 의학을 공부하게 되는데, 주인공은 그미를 만나서 다음의 사실을 접하게 됩니다. 즉 베레나 빈클러는 서독으로의 여행 비자를 신청한 이유로 대학에서 제적당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주위에는 거짓과 진실로 명확하게 판명되지 않는 것들로 가득 차 있었던 것입니다. 결국 크리스티안은 아비투어 시험을 마친 뒤에 국가 인민군대에 자원입대합니다. 물론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하려면 약 2년간 단순노동자로 일하면 족했습니다. 그러나 크리스티안은 자신을 더욱더 학대하고 싶었습니다. 일부러 탱크부대를 선택하여 자신과 맞지 않는 탱크 운전을 배웁니다. 게다가 그는 군 당국에 복무기간을 3년으로 연장시켜 달라고 요청합니다.
(9) 크리스티안 영창가다: 크리스티안은 탱크부대의 하사관으로 근무하면서 동독에 대한 자신의 비판적 입장을 감추면서 살아갑니다. 어느 날 같은 부대원 한 사람이 우연한 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크리스티안은 이에 격분하여 상관을 질타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습니다. 1986년 6월 6일 군사법정은 형법 제 220조에 따라 그에게 국가 모독죄를 적용하여 2개월 구금 형을 선고합니다. 크리스티안은 슈베트에 있는 영창에서 2개월 머물면서 강제 노동에 시달립니다. 더욱더 고통스러운 것은 그의 군 복무기간이 2년 연장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주인공은 모든 것을 참으면서 짬밥 생활을 끝까지 버티어냅니다. 동독에서는, 아니 적어도 군대에서는 어느 누구의 눈에 띄지 않는 “네모 nobody”로 살아가는 게 가장 속 편하다는 사실을 추후 터득했던 것입니다.
1989년 10월 3일 크리스티안은 전투 경찰을 도우라는 상부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하여 드레스덴 중심가에 배치됩니다. 그의 임무는 데모하는 사람들을 가로막고 그들의 대열을 봉쇄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크리스티안의 어머니, 안네가 대로에서 전경들에 의해 매 맞고 있었습니다. 대열을 이탈하여 어머니를 구해주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크리스티안은 국가의 체제를 전적으로 거부하기로 결심합니다. 말하자면 자의로 군복을 벗겠노라고 양심 선언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에게 결국 내려진 형벌은 아이러니하게도 휴가를 떠나라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군부로서는 혼란기에 군복무를 거부하는 일개 병사의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던 것입니다.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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