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고대 문헌

서로박: 롱고스의 "다프니스와 클로에" (2)

필자 (匹子) 2023. 2. 27. 17:58

(앞에서 계속됩니다.)

 

5. 가을 이야기: 제 2권에서 가을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대부분의 레스보스 사람들은 농사를 짓거나, 목자로 살아갔습니다. 목자들 가운데에는 필레타스라는 이름을 지닌 노인이 있었습니다. 필레타스는 우연한 기회에 다프니스와 클로에의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봅니다. 서로 얼굴을 붉히며 이를 주체하지 못하는 청소년 소녀가 바로 그들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필레타스는 젊은 남녀를 자신의 방으로 불러,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기 시작합니다. 이로써 다프니스와 클로에는 지금까지 한 번도 알지 못했던 마음속의 열병이 무엇을 뜻하는지 비로소 알게 됩니다. 말하자면 그들은 나이 많은 목자를 통해서 사랑과 성의 의미를 체득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필레타스는 다음과 같이 가르쳐줍니다. 마음속에서 불타오르는 열정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남녀는 서로 키스하고, 포옹하며, 벌거벗은 채 땅위에 누워서 상대방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다프니스와 클로에는 자신의 욕구를 즉시 행동으로 이전시킬 수 없었습니다. 이번에는 클로에가 어느 사내에 의해 납치당했기 때문입니다. 사내는 클로에의 몸을 탐하려고 했습니다. 다행히 그미는 목자의 신, 판의 도움으로 아무런 피해 없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옵니다.

 

6. 겨울 이야기: 다시 겨울이 도래하였습니다. 다프니스와 클로에는 추운 겨울에 서로 떨어져 살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클로에는 납치 후에 심리적으로 무척 쇠약해져서 칩거하며 몸을 추슬러야 했기 때문입니다. 두 연인은 만날 수 없는 처지를 안타까워하면서, 상대방을 그리워합니다. 봄이 도래하자 두 사람의 마음속에는 다시 사랑의 열병이 도지기 시작합니다. 다프니스의 이웃 가운데에는 뤼카이니온이라는 이름의 여자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미는 다프니스에게 “사랑의 방법 ars amatoria”을 전수합니다.

 

이는 오늘날의 시각에서 고찰하면 몹시 부도덕한 짓거리로 비난받을지 모릅니다. 왜냐하면 여교사가 중학생을 유혹하여 사랑과 성을 가르친 것과 다름이 없을 테니까요. 그러나 고대 사회에서 이는 비난의 대상이 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롱고스는 뤼카이니온을 “고통스러워하는 젊은이를 도와주는 마음씨 착한 여자”라고 칭송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다프니스는 뤼카이니온과 성적으로 접촉합니다. 이로써 그는 최소한 사랑의 열병을 어느 정도 스스로 달랠 수 있었고, 여성을 황홀하게 만드는 기술을 익힐 수 있었습니다

 

7. 다시 여름이 도래하다, 혹은 결혼의 행복: 다프니스가 클로에와 재회했을 때,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클로에와의 동침을 즉시 실행에 옮기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최초의 성애로 인하여 행여나 그미가 아파할까봐 저어되었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에 그는 클로에와 침대 아래에서 자주 금지된 장난을 일삼았습니다. 그는 더 이상 그미와의 이러한 장난마저 끊어버립니다. 왜냐하면 그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축복을 받으면서 클로에와 결혼하고 싶었고, 결혼 후에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기를 갈구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한 가지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다프니스에게는 독립적인 가정을 꾸릴 만큼의 충분한 재산이 주어져 있지 않았습니다. 이때 요정들은 다프니스의 처지를 안타까워하다가 그를 도와줍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다프니스로 하여금 스스로 보물 창고를 발견하게 하는 일이었습니다. 요정들의 도움으로 부자가 된 다프니스는 목자 드리야스의 집을 찾아가서 드디어 그미에게 청혼합니다. 목자 두 집안이 혼사를 치르기로 결정합니다. 다프니스는 드디어 클로에를 아내로 맞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8. 부모와의 만남과 결혼: 가을이 도래했을 때 (제 4권), 한 남자가 이곳의 영지를 방문합니다. 그의 이름은 디오니소파네스였습니다. 디오니소파네스는 다프니스를 바라보고, 자신과 똑 같은 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알고 보니, 그는 오래 전에 이들을 잃은 사내였습니다. 마음 사람들과 여러 가지 정황에 관해 대화를 나누다가 디오니파네스는 다프니스가 자신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됩니다. 다프니스 또한 그가 자신의 친부라는 사실을 전해 듣고 기쁨의 눈물을 흘립니다. 결혼 소식을 전했을 때, 디오니파네스는 아들의 결혼에 동의합니다.

 

며칠 후 도시의 궁성에서는 화려한 축제가 개최됩니다. 다프니스와 클로에는 이곳에 초대받게 되었습니다. 바로 이곳에서 클로에는 자신의 아버지인 메가클레스를 만납니다. 메가클레스는 딸을 잃은 뒤에 열심히 일하여 부유한 상인이 되어 있었습니다. 디오니소파네스와 메가클레스는 자신의 자식들이 사랑의 맺어져서 결혼하는 데 동의합니다. 그런데 결혼식은 도시가 아니라, 자신의 고향인 영지에서 개최되는 데 합의합니다. 이는 다프니스와 클로에가 원하는 바였습니다. 요정의 동굴 앞에서 다프니스는 마침내 리카이니온이 가르쳐준 바를 실행에 옮깁니다. 클로에는 사랑하는 다프니스와 하나로 맺어지는 순간 언젠가 숲의 가장자리에서 행하던 게 목자의 유희라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9. 작품의 해석 (1): 수많은 작가들은 선남선녀의 가벼운 사랑의 이야기를 모방하곤 하였습니다. 가령 우리는 16세기에 활동한 로페 드 베가스 Lope de Vegas 그리고 윌리엄 셰익스피어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그밖에 롱고스가 묘사한 목가적인 분위기 속에서의 동경 그리고 지순한 사랑의 이야기는 결코 소진되지 않은 채, 페트라르카로부터 19세기 비더마이어의 문학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졌습니다.

 

세밀하게 고찰하면 작가는 다음과 같은 형식적 측면을 강조한 것 같습니다. (1) 다프니스와 클로에는 자연 풍경의 신들에 의해 점지된 연인들입니다. (2) 롱고스는 이로 인하여 이야기를 서술하는 데 있어서 어떤 병렬성의 법칙을 활용했습니다. (3) 작가는 다프니스가 경험하는 바를 클로에 역시 직접적으로 그리고 간접적으로 체험하도록 조처하였습니다. 시간과 장소에 관한 색채감 넘치는 묘사, 다프니스의 행위, 클로에의 행위는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책에서 서술되지만, 두 사람의 행위는 마치 클라이맥스처럼 네 번째 책에서 서술되고 있습니다. 마지막 네 번째 단계에서 두 사람은 신비로운 합일에 도달하게 됩니다.

 

10. 작품의 해석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은 오랜 기간 동안 참혹한 비판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비평가들은 작품의 예술적 구조에 관해서 추적하지 않고, 작품의 소재에 강하게 집착하였습니다. 가령 다프니스와 클로에가 사랑의 열망을 자꾸 연기하는 데 대해 이의를 제기하곤 하였습니다. 이로써 강조되는 것은 “달콤하고 감각적인 사랑의 열망”이며, “혐오스럽고 짜증나는 성욕”이라는 것입니다. 혹자는 달콤함과 관능을 뒤섞어 놓은 것 같은 묘사는 그 자체 구역질난다고 말했습니다.

 

혹자는 작품이 포르노그래피의 자극만을 우선적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괴테는 이 작품이 지니고 있는 시적 완전성에 관해서 찬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우리는 세부적 사항에 있어서의 성 묘사를 지적하고 이를 비난할 게 아니라, 단순한 사랑의 삶에 대한 열광을 긍정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만약 롱고스의 작품을 접하지 않았더라면, 괴테는 아마도『파우스트』 제 1권에서 서술되는 농염하고 진득한 성을 그렇게 과감하게 묘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