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고대 문헌

서로박: (1) 플라우투스의 '허풍선이 장교'

필자 (匹子) 2023. 7. 21. 11:20

1. 겉 다르고 속 다른 마초: 친애하는 J, 오늘은 한국에 아직도 체계적으로 연구되지 않은 플라우투스의 극 작품 하나를 분석하려고 합니다. 오늘 우리가 다루려고 하는 것은 표리부동한 인간형에 관한 것입니다. 이러한 인간형은 특히 고위 공무원 그것도 검사에게서 구체적으로 엿보이고 있습니다. 검사들은 겉으로는 자신이 세상사의 모든 것을 정의롭게 구현할 수 있다고 기세등등하게 공언하지만, 속으로는 이기적으로 자신의 이득만을 챙기고 뒤에서 호박씨를 까는 마초들입니다. 언젠가 김지하 시인이 담시 『오적』에서 다섯 명의 도둑들이라고 노골적으로 비아냥거렸으며, 그들의 표리부동한 태도는 판소리인 『배비장전(裴裨将伝)』에서 우스꽝스럽게 풍자된 바 있습니다. 자칭 강직하고 금욕적이라고 거드름을 피우는 배비장은 제주도에 내려가서 돈과 여색을 밝히면서 개구멍으로 잠입하다가 그야말로 개망신을 당합니다.

 

2. 표리부동한 검사들: 실제로 오늘날에도 배비장과 같이 겉 다르고 속 다르게 행동하는 고위 공무원들은 비일비재합니다. 이를테면 대검찰청의 검사들은 대체로 “권력의 개”로 활동합니다. 나라에 충성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떠들지만, 자기들끼리 똘똘 뭉치고 몰래 음주 가무를 즐깁니다. 그들의 집단 이기주의는 거의 극에 달아 있는데, 누구도 이를 제어하거나 차단할 수 없습니다. 왜냐면 검찰 자체가 바로 국가 권력을 대변하기 때문입니다.

 

집단 이기주의도 문제이지만, 수직적 구도의 위계질서 역시 더 큰 문제입니다. 가령 김홍영 검사는 상관의 억압과 명령에 고통을 당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바 있습니다. 서초동의 술집 내자는 룸살롱으로 가면, 우리는 어떠한 유흥이 벌어지는지 추측할 수 있습니다. 검찰청의 고위간부는 특수 활동비라는 명목으로 나랏돈을 펑펑 낭비하는가 하면, 고위 검사들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심지어는 이권을 챙기려는 기업으로부터 성 접대까지 받는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김학의 사건을 예로 들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다음의 사항을 직시하는 일입니다. “법이 있는 곳에서는 돈이 있습니다. ubi lex, ibi pecunia.

 

3. 플라우투스의 대표작: 친애하는 J, 오늘 우리가 다루려고 하는 플라우투스의 「허풍선이 장교Miles Gloriosus」 역시 이러한 표리부동한 남자를 비아냥거리는 작품입니다. 이것은 1437행으로 이루어진 희극 작품인데, 기원전 206년에 탄생하였습니다. 문학 연구가들은 이 작품이 아마도 그해, 혹은 약 2년 후에 처음으로 공연되었다고 추론합니다. 고대 사회에서는 “허풍선이ἀλαζών”를 소재로 한 작품이 자주 발표되었습니다. 거들먹거리면서 떠들어대는 과대망상의 인물은 고대 그리스의 소극의 재미있는 소재였습니다. 관객은 이러한 인간이 저지르는 소동을 접하고 웃음보를 터뜨리곤 했습니다. 플라우투스는 당시에 회자하던 허풍선이 소재를 바탕으로 그럴듯한 줄거리로 포장하여 극 작품을 창조했습니다. 주인공은 작품의 주인공은 피르고폴리니세스라는 이름을 지닌 장교입니다, 그는 사기꾼이며,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자랑쟁이Bramarbas”인데, 근본적으로는 참으로 어리석은 인간입니다.

 

4. 작품 독해의 두 가지 전제조건: 작품의 내용을 고찰하기 전에 두 가지 사항을 미리 말씀드릴까 합니다. 첫째로 등장인물의 이름은 무척 깁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름의 “이니셜”만 사용하기로 합니다, 1. 주인공 장교 PY [피르고폴리니세스: 라틴어로 “성(城)을 무찌르는 자”라는 뜻], 2. 부관 A [아르토트로쿠스: 라틴어로 “암석 운반자”라는 뜻], 3. 보초병 S [스켈레드루스], 4. 노예 P [팔라에스트리오], 5. 처녀 PH [필로코마시움], 6. 젊은 항해사 PLE [플레우시클레스], 7. 기생 AC [아크로텔레우티움], 8. 옆집 주인 PE [페리플렉토메누스] 등입니다.

 

둘째로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두 가지 부류의 창녀가 있었습니다. 그 하나는 “기생 ἑταίρα”으로서 음주 가무를 즐기는 여인으로서 조선 시대의 기생과 유사합니다. 다른 하나는 명실공히 “창녀πόρνη”를 가리킵니다. 두 부류의 여성들은 고대 그리스에서는 신분상으로 천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기생은 다른 사내에게 함부로 몸을 허락하지도 않았으며, 노예를 거느릴 수 있었습니다. 이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그들의 지위가 어떠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5. 허풍선이 장교, “쩍벌남”, 어느 처녀에게 눈독 들이다: 막이 오르면, 주인공 허풍선이 장교 PY가 부관 A와 함께 등장합니다. 그는 전쟁에서 용병으로 활동하면서, 수많은 공을 세웠다고 장광설을 늘어놓습니다. 사실 이러한 이야기는 그가 지어낸 것입니다. 자신의 헌신적인 투쟁으로 인해서 도시 에페소스는 승리를 구가했다고 합니다. 뒤이어 그리스의 수많은 여인이 “쩍벌남”인 자신을 마치 신처럼 모시려고 온다는 것입니다. 부관 A는 그의 말에 맞장구를 칩니다. 허풍선이 장교는 주위 사람들의 아첨과 칭송으로 인해 정말로 자신이 일등 신랑감이라고 곧이곧대로 믿습니다. 사실 그는 용병 대장으로 일하면서 많은 재물을 축적하게 됩니다. 그가 주로 행하는 것은 젊은 남자들을 징집하여, 도시 국가의 근위대장에게 넘기거나, 시골의 처녀를 데리고 와서 홍등가에 팔아치우는 일입니다. 이러한 일을 통해서 허풍선이 장교는 거액을 벌었습니다. 이렇게 축적한 돈으로 그는 에페소스에 멋지고 비싼 건물을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6. 아테네 출신의 처녀가 제 발로 들이닥치다: 아테네 출신의 처녀 PH는 우연한 기회에 젊은 항해사 PLE를 만나는데, 두 사람은 서로 깊이 사랑합니다. 그러나 항해사는 돈을 벌기 위해서 간간이 다른 도시로 떠나야 합니다. 그런데 처녀의 어머니는 가난한 항해사를 마뜩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미는 항해사가 어디론가 떠났을 때, 자신의 딸을 강제로 허풍선이 장교에게 보냅니다. 말하자면 처녀 PH는 어머니의 간계에 말려 의도치 않게 에페소스에 있는 장교의 집으로 오게 된 것이었습니다. 연인에게 자신의 거취를 알리지 못한 게 가슴속에 통한으로 남아 있습니다.

 

허풍선이 장교 PY는 그미를 기생 집에 팔아넘기려고 하다가, 갑자기 마음을 바꿉니다. 젊은 처녀가 너무나 아름다워, 끌어안지 않고서는 도저히 자신의 마음을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이때 처녀 PH는 다가오는 허풍선이 장교를 밀치면서, 완강하게 저항합니다. 화가 난 허풍선이 장교는 그미를 자기 집 밀실에 가두어놓고, 보초를 세워 놓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사람은 언젠가 젊은 항해사의 노예로 일한 적이 있었던 사내 P였습니다. 그는 비록 노예 신분이었지만, 과거에 주인으로 모셨던 젊은 항해사에게 모든 사정을 알립니다.

 

 

(뒤에서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