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한국 문학

(명시 소개) 조달곤의 시, 「북십자성」(1)

필자 (匹子) 2021. 8. 1. 11:47

너: 어린 시절 동화책을 읽다가 충격 받은 적이 있어요. “모든 인간은 언젠가는 반드시 죽는다.”는 사실을 접했을 때였지요. 아이들은 죽는다는 게 너무 슬퍼서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 그렇지만 어른이 되면, 우리는 간간이 죽음을 인지하곤 하지요. 마치 공자처럼 삶도 잘 모르는데, 죽음까지 알 필요가 있는가? 하고 뇌까리면서, 삶에 몰두하면서 살아갑니다.

 

: 환갑이 넘으면, 죽음의 접근을 자주 인지합니다. 건강에 이상이 있기 때문이지요. 독일의 작가 그림 형제 Brüder Grimm, 즉 야콥 그림과 빌헬름 그림은 오래 살았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늙음을 하나의 행복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들은 귀 먹고 시력이 가물가물한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고 합니다. 주위의 쓸데없는 소리에 귀 기울이지 말고, 새소리, 바람소리를 청취하라고 받아들였다고 해요.

 

: 인간은 늙어가는 게 아니라, 익어간다고 흔히 말하지요?

너: 네, 그림 형제는 비록 황반변성에 시달렸지만, 이를 눈앞의 사물에 집착하지 말고, 자신을 돌이켜 보라는 뜻으로 받아들였지요. 80이 되면, 죽는 순간을 거의 일상적으로 느낄 뿐 아니라, 죽음과 조우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경우를 사람들은 어떤 “섬망delirium”의 상이라고 하지요?

: 정확히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최소한 조달곤의 시 「북십자성」을 통해 그것을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 이 지상을 뜨는 날

은하철도를 타리

안드로메다행 999호 열차에 오르는

단 한 번 맞이하는 여행 앞에서

마음 몹시 부풀어 오르리

 

푸른빛의 지구를 등지고

원거리 셀카로 내가 살았던

창백한 푸른 점을 되돌라보고

모래 같이 작은 점 안에서 수십억 인류가

지지고 볶고 살고 있다는 사실을 신기해하면서

 

오르트 구름을 지나 검은 우주를 가로질러

별과 별 사이로

단품처럼 붉게 물들고 있는 은하를 향해서

가리, 슬프고 아픈 기억을 지우며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가리라”는 성경 구절도 되뇌면서

죽음이 꿈도 없는 깊은 잠고 같을 수 없다고 중얼거리면서

 

백조역에서 지선을 갈아타고

플라타너스 시골 신작로같이 뻗어 있는 길을 따라

은색 하늘색 억새가 하얗게 피어 있는 강기슭을 지나고

많은 등불이 빛나고 있는 마을을 건너

 

밤마다 반짝이는 먼 눈빛으로

나를 데리러 오겠다는 말을 걸고 있었던 별

내가 태어난 어머니의 별

 

슬픔이란 단어가 없는 곳

환한 밝음만이 있는 곳

 

백조자리 북십자성 별에 도착하리

 

내 이 지상을 뜨는 날

고향에 돌아가듯 은하철도를 타리

열차 오를 때 사랑하는 가족사진 한 장쯤 넣고 가리

 

조달곤 시집: 낮이 말라 밤이 차오르듯, 솔 2021, 53 - 55쪽.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