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과 사이
김광규
시인은 오르지 시만을 생각하고
정치가는 오르지 정치만을 생각하고
경제인은 오르지 경제만을 생각하고
근로자는 오르지 노동만을 생각하고
법관은 오르지 법만을 생각하고
군인은 오르지 전쟁만을 생각하고
기사는 오르지 공장만을 생각하고
농민은 오르지 농사만을 생각하고
관리는 오르지 관청만 생각하고
학자는 오르지 학문만을 생각한다면
이 세상이 낙원이 될 것 같지만 사실은
시와 정치의 사이
정치와 경제의 사이
경제와 노동의 사이
노동과 법의 사이
법과 전쟁의 사이
전쟁과 공장의 사이
공장과 농사의 사이
농사와 관청의 사이
관청과 학문의 사이를
생각하는 사람이 없으면 다만
휴지와 권력과 돈과 착취와 형무소와
폐허와 공해와 농약과 억압과 통계가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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