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한국 문학

이은봉: 시 쓰기와 자아 찾기

필자 (匹子) 2018. 10. 13. 12:06

아래의 글은 이은봉 시인의 시쓰기와 자아 찾기에서 인용한 것입니다. 실린 곳: 김은교 외, 유쾌한 시학 강의 아인북스 2013, 278쪽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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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쓰는 사람이라면 저 자신을 이렇게 수식하고 위장하는 '나'를 결코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삶의 본질, 아니 '나'의 본질이 원래 그렇기 때문이다. 시 안에서의 '나'는 더욱 그렇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때의 '나'는 언제나 내가 생각하는 진실, 곧 참된 가치, 진선미를 위해 희생되는, 아니 가공되는 '나'일 수밖에 없다."

 

위의 글은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은봉 시인에게 시인에게 시쓰기란 자아를 추구하고 자아를 절차탁마하는 작업인 것 같습니다. 위의 글은 이에 대한 핵심적 부분을 인용한 것입니다. 통상적으로 우리는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자신이 오관으로 인지하고 있는 영역만을 의식합니다. 그렇기에  인지되지 않는 영역은 쉽사리 의식 속에 떠오르지 않습니다. 시인은 바로 이러한 알거나 느끼지 못하는 영역을 투시해 나가곤 합니다. 게다가 이러한 영역은 비단 인식의 차원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지요. 그것은 나아가 미적인 차원을 동시에 포괄하고 있습니다. 시의 영역은 인식될 수 없는 세계에 관여할 뿐 아니라, 주어진 세계와는 다른 가능성의 세계를 아울러 포괄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세계가 인간이 보편적으로 떠올리는 어떤 새로운 영역이 아니라, 오로지 나 자신의 고유한 주관적인 영역이라는 사실입니다. 시인은 가장 구체적이고 특수한 존재로서의 자아를 추적해 나갈 뿐, 인류의 보편적인 행복을 예술적으로 추구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기에 시인은 '나'의 존재에 집착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로써 "나"의 가치는  타인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와 구분됩니다. 흔히 사람들은 통상적으로 진선미를 참된 가치라고 생각하지만, 시인이 추구하는 것은 그것과는 다른 '나'의 의미를 찾는 작업입니다. 여기서부터 이은봉 시인은 참된 나 내지 없는 나를 발견하려고 합니다. 그의 노력이 차제에 문학적 예술적 결실을 맺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