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한국 문학

(명시 소개) 천양희의 시, "도마뱀"

필자 (匹子) 2020. 8. 15. 10:43

 

도마뱀

 

 

천양희

상처보다 더 긴 꼬리는 없다.

 

 

(애지. 2008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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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든 상처는 도마뱀처럼 긴 꼬리를 갖고 있다. 우리 인간들의 상처는 결코 숨길 수가 없다. 2. 상처는 그 주체자에게 고통을 주지만, 그 상처는 도마뱀의 꼬리처럼 아문다. 우리 인간들의 삶은 상처 투성이의 삶이다. " (반경환: 명시감상 4, 종려나무 2009, 160쪽)

 

도마뱀의 꼬리가 잘려 나가듯이, 우리의 상처도 치유받지 못하고 그냥 우리의 마음에서 그냥 잘려 나간다. 삶은 우리에게 지속적으로 수많은 상처를 인지하게 한다. 그러다가 상처입은 사람들은 더 이상 자신의 상처를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 어떤 또 다른 아픔은 마치 갑자기 솟아난 버섯처럼 출현하곤 한다. 그것은 그대와 내가 살아가는 삶의 피부에서 다시 상처로 곪아 터져 있다. 그런데 인간은 어째서 유독 피해 당할 때만 깊은 상처를 받게 되는 것일까?

 

그게 아니라면 시는 가해자를 풍자하기 위한 것일까? 가해자가 마치 도마뱀 꼬리 자르듯이 자신의 잘못을 끊어버리고 뻔뻔스럽게 살아가는 경우를 생각해 보라.

 

당신은 피해자의 서러움과 고통을 아는가? 설령 가해자가 반성한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는 가해자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어째서 가해자의 후회와 반성은 제 아무리 강렬하다고 할지라도 피해자의 아픔에 비할 수 없이 작게 인지되는 것일까? 

 

천양희의 시는 달리 해석될 수 있다. 도마뱀 꼬리 자르 듯이. 그래, 시는 사회 심리학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상처받는 생명체는 언제나 몸통이 아니라, 꼬리다. 이 세상에는 항상 강자와 약자가 있다. 이 세상에는 항상 적자와 서자가 있다. 그러나 상처입는 자는 항상 꼬리지, 몸통은 아니다. 강자와 적자는 수 틀리면 함께 일하던 약자와 서자를 저버리고 줄행랑을 놓는다. 억울하면 출세하라고 외치면서...... 그리하여 피해를 입는 자는 언제나 약자 아니면 서자이다.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적자와 서자들이 마구 엉킨 채 살아가고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성골이나 진골로 거듭날 수 없는 사회 - 그곳이 바로 남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