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놀라운 처녀작: 오늘은 고대 로마의 희극작가, 푸블리우스 테렌티우스 아퍼 (Publius Terentius Afer,BC. 195 184 - BC. 159)의 「안드로스의 처녀Andria」를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테렌티우스의 삶에 관해서는 이전에 「환관」을 다루면서 자세히 언급했으므로,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하겠습니다. 극작품 「안드로스의 처녀Andria」는 테렌티우스의 처녀작입니다. 이 작품이 초연된 시기는 기원전 166년 4월이라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키벨레 여신의 축제에서 당선작으로 선정되어, 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면서 공연되었습니다.
테렌티우스는 첫 작품에서 자신의 재능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그의 극작품을 이전의 극작가들 이를테면 안드로니쿠스Andronicus, 나에비우스Naevius, 에니우스Ennius, 카에킬리우스Caecilius의 작품을 능가하는 것으로 평가하였습니다. 「안드로스의 처녀」는 오늘날 완전무결하게 전해 내려오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작품의 일부가 세월의 앙금에 의해 뜯겨나갔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이는 줄거리와 주제를 파악하는 데에 커다란 장애물로 작용하지는 않습니다.
2. 테렌티우스의 모범은 메난드로스 문학이었다.: 테렌티우스는 자신의 작품을 집필하는 데 있어서 메난드로스Menander의 두 편의 작품을 모범으로 설정하였습니다. 그것은 오늘날 유실되고 없는 작품 「안드리아Andria」그리고 「페린티아Perinthia」를 가리킵니다. 테렌티우스는 제 9행에서 이 작품들을 언급하면서 작품 집필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술회하였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메난드로스 문학의 루스키우스 라누비우스Luscius Lanuvius의 라틴어 번역본을 좋게 평가하지는 않았습니다. (아시다시피 메난드로스가 사용한 언어는 그리스어였으며, 테렌티우스의 언어는 라틴어였습니다.)
실제로 테렌티우스는 메난드로스 작품의 라틴어 번역본을 신랄하게 꾸짖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플라우투스Plautus처럼 극예술의 새로운 형식을 과감하게 추구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가령 플라우투스는 어떤 틀에 얽매이지 않고, 그리스의 문학을 자유롭게 수용하였습니다. 특히 그는 관객의 반응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노래 그리고 플루트 연주를 가미하게도 했습니다. 플라우투스의 문학과 이후의 영향에 관해서는 다음 기회에 다루기로 하겠습니다..
3. 극작품의 치밀한 배열, 우아한 언어, 적절한 등장인물의 성격: 테렌티우스가 메난드로스의 문학을 높이 평가한 데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습니다. 그는 메난드로스의 문학에 나타난 세 가지 특성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습니다. 즉 극작품의 치밀한 배열, 우아한 언어적 표현 그리고 사려 깊게 설정된 등장인물들의 성격 등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테렌티우스는 이러한 장점을 과감하게 받아들여서 자신의 극작품에 활용하려고 했습니다. 상기한 특성은 특히 작품, 「안드로스의 처녀」의 서두에 그리고 작품 내에 해설자로 등장하는 도나트Donat의 발언을 통해서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테렌티우스는 특히 프롤로그에서 자신의 집필 의도를 분명히 전하면서, 행여나 나타날 수 있는 반론이라든가, 극작품에 대한 비난을 사전에 차단시키려고 조처하였습니다.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안드로스의 처녀」는 놀랍게도 자기비판이라는 특이한 문학의 요소를 드러내는데, 이는 로마의 극예술 문학에서 거의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특징이기도 합니다.
4. 아들의 결혼을 방해하려고 하다: 지금까지 로마의 극작품의 프롤로그는 주로 작품의 내용을 간략하게 관객에게 전해주는 기능을 담당했습니다. 그런데 테렌티우스의 「안드로스의 처녀」에서 내용에 관한 개괄적 설명은 첫 번째 장면으로 이전되어 있습니다. 무대는 아테네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아테네의 청년, 팜필루스는 아름다운 처녀, 글리세리움에게 반해, 오래 전부터 품었던 그미와의 결혼식을 치르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글리세리움이 안드로스 출신의 기생이라는 소문이 퍼졌다는 사실입니다. 팜필루스의 아버지, 시모는 장성한 아들을 친구, 크레메스의 딸과 결혼시키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우연히 이러한 소문을 접하게 됩니다. 글리세리움은 소문에 의하면 기생, 크리시스의 여동생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아들의 결심을 도저히 묵과할 수도, 그를 용서할 수도 없었습니다. 아들이 기생 출신의 여성과 혼인하는 것도 충격적이지만, 결혼의 소문이 동네에 퍼져나가는 것 역시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사람들 앞에서 친구인 크레메스의 딸의 결혼식을 준비하는 중이라고 대충 둘러댑니다. 시모는 최근에 자신의 노예인 소시아를 자유인으로 승격시켜주었는데, 이에 얽힌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줍니다. 이러한 장광설은 아들에 관한 소문을 잠재우기 위한 것입니다.
5. 혼인을 둘러싼 갈등: 팜필루스는 자신의 노예를 불러서, 주위의 정황을 설명하고, 어려운 난관이 있지만, 계속 결혼식 준비를 끝내라고 명령합니다. 그러나 팜필루스의 노예인 다부스는 자신의 주인의 말을 따르지 않고, 결혼식이 성사되지 않도록 모든 조처를 취합니다. 주위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채 결혼식을 올리는 행위는 잘못이며, 도리에 어긋난다는 게 영리한 노예, 다부스의 판단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어떻게 해서든 결혼식을 망치게 하는 게 최상이라고 생각하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려고 합니다.
다른 한편 크레메스에게 하나의 변고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자신의 딸, 파시불라가 몇 달 전에 집을 나가서 종적을 감추었기 때문입니다. 음으로 양으로 수소문했으나, 딸의 행방은 묘연했습니다. 이 와중에 크레메스는 팜필루스가 천한 기생과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문을 접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는 친구인 시모를 만나, 주위의 소문에 관해 대화를 나눕니다. 그는 자신의 딸이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고하지 않은 채, 자신의 딸이 팜필루스와 혼인할 수 없다고 선언합니다. 어안이 벙벙해진 시모는 어떻게 해서든 아들을 설득하여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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