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고대 문헌

서로박: (1) 카리톤의 "카이레아스와 킬리오에"

필자 (匹子) 2023. 1. 11. 09:12

1. 서양 최초의 연애 소설: 친애하는 J, 오늘은 오늘날까지 전해 내려오는 서양 최초의 연애 소설 "카이레아스와 킬리오에Chaireas und Kallirrhoë"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카리톤 (Chariton)은 기원후 1세기 혹은 2세기에 소아시아에 위치하고 있는 프리지아의 아프로디시아스에서 활동한 작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해 내려오는 일부 파피루스의 문헌에 의하면 기원전 1세기에 활약했다고 전해지기도 합니다. 아프로디시아스는 오늘날 흔적을 찾을 수 없는 고대 도시로서 현재 터키의 남동부에 위치한 카리엔 지역 근처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오늘날 작가의 삶에 관해서 알려진 바는 거의 없습니다. 그는 아프로디시아스라는 지역에서 서기 내지 변호사로 일하면서 작품을 집필했다고 전해질 뿐입니다. “카리톤 Χαρίτων이라는 이름은 “재능을 지닌 자”의 의미를 지니는데, 필명으로 추측됩니다. 그의 소설이 발표될 때 문헌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었습니다. “아프로디시아스 출신의 카리톤, 웅변가 아테나고라스의 비서”. 이와 동일한 글이 그의 비문에 새겨져 있는 것으로 미루어 오늘날 학자들은 카리톤이 아테나고라스와 동일인이라고 추론하고 있습니다.

 

2. 소설의 구조: 소설의 구조는 도합 여덟 편의 장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이는 작가가 의도적으로 소설의 내용을 단순화시키려고 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이로써 카리톤의 소설은 소설의 줄거리가 일직선적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일반적인 그리스의 연애 소설의 구조와는 분명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가령 우리는 크리톤의 작품에서 크세노폰 Xenophon의 『에베소 이야기』 그리고 에메사 출신의 헬리오도로스 Heliodor의 연애 소설 『아이티오피카 Αἰθιοπικά와는 분명히 구별되는 단순한 특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여기서 언급되는 크세노폰은 기원전 4세기에 아테네에 살았던 역사가가 아니라, 기원후 3세기 에베소에 살았던 작가, 크세노폰을 가리킵니다. 그는 로마 시대에 살았지만 그리스어로 작품을 집필하였습니다.) 당시에는 소설의 배경에 있어서 극적인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 거의 상투적으로 활용되고 있었습니다.

 

3. 카이레아스 천상의 미녀와 결혼의 꿈을 꾸다.: 카이레아스는 오늘날의 관점에서 고찰하면 세계 시민입니다. 그는 이탈리아의 시라쿠스 출신이지만,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서 성장하였습니다. 그는 강건한 무사로서 입지를 다지다가 한 여성을 만나 결혼식을 올리려고 합니다. 소설의 맨 처음에 한 쌍의 선남선녀, 카이레아스와 칼리오에는 화려한 결혼식을 치릅니다. 그러나 결혼식은 생각했던 것보다 무미건조하게 끝나고 맙니다.

 

며칠 전만 하더라도 카이레아스는 자신의 신부를 바라보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라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그는 그미와의 결혼 생활의 꿈에 한껏 부풀어 있었습니다. 결혼식을 치르기 전날에 카이레아스는 신부에 관한 이상한 소문을 전해 듣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자신의 신부가 될 처녀가 왕년에 어느 사내와 놀아났다는 소문이었습니다. 소문은 매우 구체적이고 신빙성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아마도 누군가 두 사람을 갈라놓은 다음에 어떤 이득을 차지하려고 했는지 모를 일입니다. 이러한 저의는 끝내 밝혀지지 않습니다.

 

4. 어리석은 질투가 한 여인의 영혼을 빼앗아가다.: 카이레아스는 마치 셰익스피어의 극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인 오셀로처럼 체구는 장대하고 힘센 편이었으나, 질투심이 강한 사내였습니다. 소문을 전해 듣는 순간 카이레아스는 질투로 인한 마음속의 흥분을 도저히 가라앉힐 수 없었습니다. 결혼식이 거행되는 동안에 카이레아스의 표정은 냉랭하게 굳어 있었습니다. 결혼식이 끝나고 두 사람은 첫날밤을 함께 보냅니다. 다음날 아침 그의 뇌리에는 아내의 과거에 대한 소문이 스쳐지나갑니다.

 

이때 그는 극도의 분노를 참지 못하고, 연약한 신부에게 주먹질을 가하기 시작합니다. 일순간 칼리오에는 쓰러져 의식을 잃습니다. 그미는 몇 시간이 지나도 깨어나지 않습니다. 맥박도 흐릿하여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를 정도였습니다. 신랑과 그의 친구들은 그미가 죽었다고 여기고 화들짝 놀랍니다. 그들은 야밤을 이용하여 인적이 드문 공원에 시신을 파묻어버립니다. 카이레아스는 불쌍한 영혼을 위하여 관속에 금은보석을 함께 넣어두는 아량을 베풉니다.

 

5. 무덤에 파묻힌 처녀, 다시 살아나다.: 킬리오에는 자신이 무덤 속에서 의식을 되찾습니다. 남편이 어째서 자신을 구타했는지, 왜 자신이 지금 관속에 누워 있는지 도저히 알 길이 없었습니다. 그저 조만간 무덤 속에서 질식해 죽어야 하는 자신의 처지가 한스러웠습니다. 바로 이때 그미는 어떤 소리를 듣습니다. 어느 강도떼가 무덤 속의 보물을 약탈하려고 봉분을 조심스럽게 헤집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관을 열었을 때 그들은 처녀가 아직 살아있음을 접하고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그들은 관 속의 보물을 챙긴 다음에 킬리오에를 데리고 어디론가 도주합니다. 도주한 곳은 밀레라는 지역이었습니다.

 

밀레는 카이아라는 지역으로부터 제법 떨어진 도시였습니다. 말하자면 킬리오에는 그곳에서 노예로 누군가에게 팔리게 됩니다. 노예처녀를 바라보고 몹시 흥분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다름 아니라 밀레에서 살아가는 디오니시오스라는 귀족이었습니다. 지상에서 이토록 아름다운 처녀를 만난다는 것은 과히 기적 같은 일이었습니다. 디오니시오스는 그미를 “구매”하여 집으로 데리고 옵니다. 이 무렵 킬리오에는 카이레아스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그미는 이 사실을 주인에게 고하고, 동침을 연기해 달라고 애타게 청원합니다.

 

6. 임을 찾기 위한 카이레아스의 방랑: 다른 한편 카이레아스는 자신의 아내의 무덤이 도굴되었다는 사실을 접합니다. 시신 역시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누군가 그미가 살아나 강도들에게 팔려갔다고 언질을 줍니다. 카이레아스는 아내에게 손찌검을 행한 것을 두고두고 후회하던 터였습니다. 자신의 질투심이 한 생명, 그것도 지극히 사랑하는 아내의 목숨을 앗아간 것을 생각하고 몹시 자학해 왔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살아있다니. 그는 다른 한 편으로 너무나 기뻤습니다. 다음날부터 그는 도시 전역을 배회하면서 킬리오에를 헛되어 찾아다닙니다. 모든 노력이 실패로 돌아가자, 이번에는 소아시아 전 지역을 범선을 타고 항해하기 시작합니다. 이는 오로지 아내를 찾기 위한 일념 때문이었습니다.

 

어느 날 그의 선박은 페르시아 군인들의 함선과 마찰을 빚게 됩니다. 이때 페르시아 군인들은 주인공의 배를 급습하여, 선원들을 모조리 죽이고, 카이레아스를 체포하여 노예로 끌고 갑니다. 결국 카이레아스가 당도한 곳은 소아시아 지역을 다스리는 페르시아의 권력자, 미트리다테스가 다스리는 궁궐이었습니다. 미트리다테스는 기골이 장대한 주인공을 죽이지 않고 자신의 부하로 삼을 요량이었던 것입니다. 카이레아스는 미트리다테스의 휘하에서 군인으로 목숨을 부지하며, 궁권 근처에서 군인으로 생활하게 됩니다. 그러나 내심 그는 페르시아 군대에 복수하기로 결심합니다. 마음속으로 페르시아의 횡포에 이를 갈면서, 언젠가는 소아시아 전역과 심지어 이집트를 식민지로 장악하고 있는 페르시아 군대를 쳐부수리라고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