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크네몬은 절대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 도움을 주지도 않으며 살아가기로 작심하고 그렇게 독립적으로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오늘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게 됩니다. 바로 이 순간 그는 자신의 존재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 관해서 성찰하기 시작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크네몬이 자신의 완고한 성격 내지 인간을 혐오하는 습성마저 저버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살아온 나날이 앞으로 살아갈 나날보다 월씬 적다는 것을 느끼며, 이제 얼마 지나면, 자신도 목숨을 잃게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크네몬은 과거의 습성을 고치고, 짧은 삶을 약간 다르게 살겠다고 결심합니다. 그리하여 내려진 결정은 자신 소유의 땅 그리고 그 경영권을 아들, 고르기아스에게 넘겨주는 일이었습니다. 소스트라토스에게도 이붓 딸, 미리내와의 혼인을 허용하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소스트라토스의 아버지의 태도에 있었습니다. 그의 아버지 칼리피데스는 아들이 평판이 나쁜 고루한 농부의 딸과 결혼하려는 데 대해 몹시 격분했던 것입니다. 이때 소스트라토스는 눈치코치 없이 자신의 여동생과 고르기아스의 혼담을 꺼냅니다. 그러자 칼리피데스는 자신의 가문이 결코 두 명의 거지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하면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합니다. 이때 소스트라토스는 아버지를 석득하기 시작합니다. 돈은 불안정한 것이므로, 부유하고 가난한 것은 행복과 무관하다고 주장합니다. 칼리피데는 결국 아들의 뜻을 존중합니다. 눈에 보이는 친구를 선택하는 것이 비가시적인 재물을 선택하는 것보다 낫다는 아들의 말에 동의한 것입니다. 이러한 우여곡절을 거친 다음에 고르기아스는 소스트라토스의 여동생과 결혼을 약속합니다. 결국 두 가정 사이에 이중 결혼식이 거행되게 됩니다. 마지막 장면은 화려하고도 우스꽝스러운 분위기를 드러냅니다. 노예로 일하는 게타스와 요리사 시콘은 판 신과 요정의 흐생제에 참석하여, 천박한 농담을 주고받습니다. 그들의 농담과 비아냥거림은 평소에 꽉 막힌 인간혐오자, 크네몬을 골탕 먹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까다로운 인간」의 무대는 고대 그리스의 전통적인 방식을 느끼게 해줍니다. 왼쪽에는 크네몬의 집이 설치되어 있고, 오른쪽에는 고르기아스 그리고 그의 어머니가 사는 집이 있습니다. 한 복판에는 판 신과 요정 동굴이 설정되어 있습니다. 작품은 다섯 개의 막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이것은 등장인물의 순서에 의해서 구분되고 있습니다. 「까다로운 인간」은 메난드로스의 초기 작품이기 때문에 우리는 여기서 다음과 같은 특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줄거리는 이후의 작품에 비해서 아직 완전한 특징에 의해서 밝혀지지 않습니다. (가령 소스트라토스와 고르기아스의 결혼의 모티프는 제 5장에서 밝혀집니다. 이는 크네몬과 소스트라토스의 갈등의 해결 이후에 급작스럽게 그리고 아무런 계기 없이 나타납니다.)
가령 작품에서 코믹한 특성은 사건의 줄거리 및 주인공의 행동에서 나타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요리사 노예 등과 같은 주변 인물의 조롱과 비아냥거림에서 출현하고 있습니다. 이는 메난드로스의 이후의 희극작품과 현저하게 다른 특성이기도 합니다. 물론 작품에서 빈부 차이라든가 도시인과 시골사람 사이의 위화감 등과 같은 사회 비판적인 요소가 약간 엿보이기는 하지만, 이 역시 작품의 줄거리에서 나타나는 지엽적인 작은 요소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까다로운 인간」은 바로 이러한 사회적 갈등을 재미있는 희극으로 환치시켜주었다는 점에서 당대에서 그리고 오늘날에도 훌륭한 작품으로 인정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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