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독의 마지막 세대의 작가 가운데 주제상으로 이질적이고 다양한 작품을 집필한 작가로서 우리는 토마스 브라쉬를 꼽을 수 있습니다. 브라쉬는 1945년 유대인 망명객의 아들로 영국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가족은 1947년 동쪽 독일지역으로 이주하였습니다. 그의 아버지 호르스트 브라쉬 (1922 - 1989)는 정치적 경력을 쌓아서 동독 문화부장관 대리직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어머니는 저널리스트로 활동했습니다. 브라쉬에게는 세 명의 동생이 있는데, 둘째 동생 페터 브라쉬 (1950 - 2001) 역시 시인으로 활동하였습니다.
브라쉬는 1956년에서 1960년까지 인민 군인학교에 다녔습니다. 아비투어를 치른 다음에 2년 동안 공장을 전전하면서 기계공으로 일하였습니다. 1964년에 그는 라이프치히 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공부하였습니다. 동독의 고위 정치가를 비난했다는 이유로 그는 퇴학 당했습니다. 그래서 바텐더로 청소부로 일했습니다.
사진은 포츠담에 위치한 바벨스베르크 연극 영화학교이다. 이 학교는 1954년에 콘라드 볼프에 의해서 창건되었는데, 2012년부터 종합대학으로 승격되었다.
1966년에 구동독 베를린 인민 극단은 베트남 전쟁과 관계되는 모든 연극 상연을 금지했습니다. 1968년에 브라쉬는 바벨스부르크 연극영화 학교를 졸업하였습니다. 베티나 바그너와의 동거 생활을 통해서 아들이 태어났습니다. 1968년 체코에서 민주주의를 부르짖는 데모가 발발했을 때, 그는 친구들과 함께 이에 항의하는 삐라를 살포했습니다. 약 77일 동안 갇혀 있다가 브라쉬는 풀려났습니다.
포츠담에 위치한 영화 박물관. 이곳에는 구동독에서 상연된 대부분의 영화에 관련되는 자료가 비치되어 있다.
헬레네 바이겔의 도움으로 브라쉬는 1971년에서 이듬해까지 베를린 앙상블에서 연출자로 일했습니다. 이때부터 전업 작가의 길을 걷게 됩니다. 그의 대부분의 극작품은 1970년에서 1976년 사이에 탄생했습니다. 그의 실험적 연극은 테마의 급진성으로 인하여 공연이 거부되곤 하였습니다.
배우 카타리나 탈바흐. 그미는 1969년 동베를린의 "서푼짜리 오페라"에서 창녀 베티 역을 맡아서 열연하였다. 그미는 오랫동안 브라쉬의 연인이었다. 사진은 1979년 촬영한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의 한 장면이다.
1976년 브라쉬는 볼프 비어만의 추방령에 항의하는 서한에 사인하였습니다. 이로써 동독에서 자신을 발표할 수 없게 됩니다. 그리하여 그는 자신의 여자친구 카타리나 탈바흐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딸과 함께 서베를린으로 이주합니다. 그의 산문집 “아버지 앞서서 아들들이 먼저 죽는다.”가 서베를린 로트부흐 출판사에서 간행되었는데, 동서독에서 인정 받게 됩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독일이 통일된 이후에 브라쉬는 몇 년 동안 침묵을 지킵니다. 아마도 독일 통일이 작가에게 어떤 절망의 계기를 안겨준 것 같습니다. 혹자는 브라쉬가 알코올과 마약에 손을 대었다고 말합니다. 1999년에 브라쉬는 『처녀살인자 브룬케』라는 산문을 발표하였습니다. 그가 죽은지 10년이 되는 2011년에 친구 클라우스 폴은 『프로이센 황무지의 자식들』이라는 작품을 발표하였습니다. 이 작품은 브라쉬의 짧지만 파란만장한 삶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브라쉬의 극작품 「사랑스러운 리타 Lovely Rita」를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1975년에 발표되었습니다. 원래 이 제목은 비틀즈 Beatles의 노래에서 유래합니다. 이 작품은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라는 LP에 수록되어 있는 곳입니다. 비틀즈의 멤버인 폴 메카트니는 철저할 정도로 질서를 준수하는 미국의 “여경찰 Meter Maids”을 비아냥거리고 싶었는데, 이로써 탄생한 곡이 “사랑스러운 리타”입니다. 이에 착안하여 브라쉬는 리타라는 인물을 아예 정반대의 인물로 다루었습니다.
다음을 클릭하면, 비틀즈의 음악을 들을 수 있습니다. (2분 41초)
https://www.youtube.com/watch?v=a9yRTKmVAHc
주인공 리타는 17세의 리타 그라보 Rita Grabow는 처음부터 사회적 질서의 편에 서있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극작가는 여주인공으로 하여금 다음과 같이 말하게 합니다. “노동은 삶의 쾌락을 지니지 않는 자의 일감이지요. 이성을 지닌 인간에게는 두 가지 가능성이 존재할 뿐이지요. 예술가, 아니면 범법자가 바로 그들입니다.” 대부분의 노동은 극작가에 의하면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한 일감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사실 이 세상에는 쾌락과 흥미로움을 가져다는 노동은 극히 드문 법이지요.
사랑스러운 리타 공연 장면. 얀 사보트카가 사진을 찍었다.
극작가는 전후 사회를 배경으로 하여 여주인공을 묘사합니다. 사건의 배경은 제 2차 세계대전이 종결된 시점의 베를린입니다. 주위 환경은 폐허의 아수라장을 보여줍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필품을 구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주인공 리타는 감옥에서 탈옥한 다섯 명의 여자와 버려진 기차 안에서 생활합니다. 어느 날 그미는 점령군 장교와 우연히 마주칩니다. 장교는 그미보다 무려 10년 이상 나이든 남자입니다. 소련군 점령 지역의 장교인 것으로 미루어, 그는 소련인임에 틀림없습니다. 어느 날 장교는 리타에게 접근하여 강제로 섹스하려 합니다. 이때 리타는 거절하지 않고, 장교에게 몸을 허락합니다. 왜냐하면 장교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리타의 마음속에는 오래 전부터 한 가지 꿈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영화배우로 성공하려는 꿈이었습니다. 점령군 장교는 삶에 약간의 도움을 주기는 하지만,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는 데 협조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말하자면 그는 리타가 여성으로서 평범하게 살기를 바랄 뿐입니다. 장교의 관심사는 오로지 리타의 젊고 싱싱한 몸으로 향할 뿐입니다. 리타는 자신이 성노리개라는 사실에 대해 분개합니다. 어느 날 그미는 침대에서 총을 꺼내 장교를 쏴죽입니다.
리타는 아름다운 몸매를 지녔지만 결코 남성들이 침을 질질 흘리는 “사랑스러운 여자”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미는 마초들에게 복수를 선언하는 강인한 처녀로 거듭나려고 합니다. 이를 고려한다면 제목은 그 자체 리타의 본심에 대한 패러디나 다를 바 없습니다. 브라쉬의 작품 주제는 클라이스트의 극작품 「펜테질리아 Penthesilia」와 다르지 않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리타는 고대 그리스의 아마존 여 전사 펜테질리아를 연상시킵니다. 펜테질리아는 어느 결정적인 순간에 사랑하는 적장, 아킬레스에게 칼을 겨누지 않습니까?
리타 역시 사랑하는 마음과 증오하는 마음을 동시에 품은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니, 그미는 하이너 뮐러 Heiner Müller의 극작품 「메데아 Medea」 그게 아니라면 짤막한 극작품 「햄릿 기계 Hamletmaschine」에 등장하는 참된 여주인공, 오필리아와 유형적으로 거의 동일합니다. 리타는 수많은 마초 권력자 그리고 남성중심으로 유지되는 사회 전체에 통렬한 비난을 가하는 여성입니다. 「사랑스러운 리타」는 다음과 같이 끝납니다. 주인공은 기차에서 생활하는 다섯 명의 여자에게 살인의 범죄를 덮어씌웁니다. 그 후에 그미는 자유를 찾게 됩니다. 불현듯 자살하고 싶은 생각이 떠오릅니다. 자신에게 더 이상의 찬란한 미래가 도래하지 않으리라는 절망감 때문이지요. 어느 날 자신이 출연한 영화가 대성공을 거둡니다. 그다지 성의를 보이지 않고 촬영에 임한, 낙태와 관련된 자신의 영화가 아이러니하게도 대대적인 성공을 거둔 것입니다.
사랑스러운 리타는 김광선 교수에 의해 번역되어 성대 출판부에서 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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