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철학 이론

서로박: 루돌프 바로의 "양자 택일"

필자 (匹子) 2021. 12. 30. 11:25

루돌프 바로 (1935 -)의 "양자 택일. 기존 사회주의 비판을 위하여 (Alternative. Zur Kritik des real/existierenden Sozialismus)"는 사회주의 국가내의 경제적 사회적 제 문제 그리고 창조적 인간 삶을 위한 철학적 성찰을 담고 있다. 여기서 책의 자세한 내용보다는 결론 부분에 나타난 바로의 제안에 관해 살펴보기로 하자.

 

1. 노동의 소외 극복: 노동자들이 제각기 여러 가지 노동 능력을 갖추면, 분업과 기계화의 폐단은 극복될 수 있다. 그러나 바로 (Bahro)는 아울러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노동자들은 자신이 속하고 있는 단체 (회사, 노동조합 등)에 대한 완전한 소속감을 저버려야 한다. 현재 국가가 노동자의 일자리를 조절하는 기능을 지니고 있는 만큼,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옮기고 자신의 노동 내용을 변화시켜야 한다.

 

2. 전인 교육: 국가는 대부분 사람들이 대학 교육을 받도록 해야 한다. (동독에서는 노동자 농민의 자녀들만이 대학에 갈 수 있었다.) 설령 대학에 갈 수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노동 능력 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의 한 가지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나아가 젊은이들은 예술과 철학에 관한 실천적 활동을 영위해야 한다.

 

3. 성과 결혼: 학교는 어떠한 경우에 있어서도 성적 억압을 줄여야 한다. 성의 억압은 인간 심리를 망치고, 노동의 욕구를 감축시킨다. (바로의 이러한 견해는 루소의 입장과 일맥상통하고 있다.) 교육은 개개인 남녀들의 사랑과 성을 촉진시키는 방향으로 진척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오로지 결혼만이 성 행위를 합법화시켰는데, 이는 얼마든지 파기될 수 있다.

 

루돌프 바로의 성에 대한 관대한 견해는 결국 빌헬름 라이히의 이론과 연결되는데, 독일 생태 공동체와 한국의 생태 공동체의 차이점이 바로 여기서 발견된다. 가령 독일에도 영성 공동체가 존재하지만,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는 모든 요소를 처음부터 배격한다는 점에도 한국의 영성적 생태 공동체와는 구분된다.

 

4. 자발적 공동체 모임: 젊은이들은 부모의 간섭 없이 자발적으로 공동체를 만들어 거기에서 살아가야 한다. 루돌프 바로는 “(시민주의 사회에서 비롯한) 가정 제도를 부분적으로 와해시키려고 한다”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젊은이들은 자신이 하고 싶고, 할 수 있으며, 반드시 해야 하는 어떤 일을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다시 말해 욕망과 능력 그리고 사회적 필연성이 모든 일치될 수 있는 그러한 일감은 오로지 공동체에서 발견될 수 있다.

 

5. 창조적 대화와 탈 관료주의: 사회적 발전을 위해서는 만인이 자신이 뜻하는 바를 토로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체포될까 두려워 혹은 윗사람에게 찍힐까 두려워 바른 말 못하는 자는 비민주적 사회에서 살거나 혹은 자신을 노예화시키는 셈이다.)

 

남한 사회는 얼마나 수직적 가부장주의의 권위가 팽배해 있는가? 이는 학교에서도 자주 발견된다. 바른 말하는 학생은 선생에 의해서 요주의 학생으로 낙인 찍하는 것은 다반사이다. 학생은 처음부터 무지한 자로, 선생은 지식을 지닌 자로 간주된다. 그러니 교육자 스스로 교육 받아야 한다는 마르크스의 요구 사항은 미국식 시민주의가 강하게 작용하는 한국 사회에서는 아직 통용되고 있지 않다.

 

6. 바로의 네가지 제안 사항:

(1) 고위층의 부정부패 청산: 이는 세금과 월급 삭감으로 부분적으로 가능하다. 자영업자는 탈세가 가능하지만, 월급을 수령하는 직장인은 자동적으로 세금이 월급에서 떨어져 나간다. 이건희와 같은 재벌이 세금 탈루 혐의로 감옥에 가는 경우를 생각해 보라. 특히 부동산에 대한 공정한 조세 규정이 설정되고, 정확하게 집행되는 경우에는 어느 정도 부패의 청산이 가능하다.

 

(2) 완전 성과급 (일명: 돈내기) 폐지: 약간의 성과급 도입은 생산력 신장에 도움이 된다. 바로의 이러한 발언은 사회주의 사회 내의 임금 체제를 전제로 한 것이다. 구동독에서는 성과급 제도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서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열심히 일하는 대신에 주어진 범위 내에서 게으르게 일했다.

 

(3) 만인이 참여할 수 있는 직종 개발: 이는 바로에 의하면 협동성을 신장시키며, 실업을 감축시킨다고 한다. 바로는 특히 자원의 재생을 위한 소규모의 수공업적 분야에서 협동적 노동의 가능성을 발견하려고 하였다.

 

(4) 재산과 임금의 재분배: 사회주의 국가가 개개인의 재산을 바르게 관리하면 이는 부분적으로 가능하다. 이로써 바로는 차이를 인정하는 균등을 내세우고 있다.

 

진정한 사회주의는 개인차를 인정한다. 사람들은 어느 특정한 범위에서 똑같은 능력을 지니고 있지 않다. 다만 사회주의는 반드시 모든 사람들에게 균등하게 어떤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할 뿐이다. 이를테면 한국의 경우 돈 많은 자제들은 좋은 특목고에 다니면서,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지만, 돈 없는 자제들은 학원비가 없기 때문에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없다. 그러니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은 옛 말이 되었고, 남한에서는 마치 피히테 Fichte처럼 말을 키우던 가난한 소년세계적인 철학자로 거듭나는 경우는 드물 게 되었다.

 

1989년 루돌프 바로의 모습. 윤교희 목사를 많이 닮았다. ^^

 

 

이를 위한 방안.

 

1. 절제된 생산: 사회주의 국가는 자원 고갈을 막기 위해서 다음의 사항을 중시해야 한다. 즉 국가나 개인은 생산 의욕 (생산의 필연성)이 반드시 실재 생산보다 높도록 조절해야 한다. 어느 정도 부족한 생산은 넘쳐나는 재고품 생산보다는 나은 법이다. 나아가 바로에 의하면 현대 산업 사회는 노동의 양보다도 노동의 질을 개선해야 한다. 자본주의 국가가 얼마나 나 많이 생산해내느냐에 혈안이 되어 있는 반면, 바람직한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제품의 품질을 중시해야 한다.

 

2. 소비량의 측정: 자본주의적 시장 경제 체제는 수요량과 공급량을 미연에 정확하게 측정하지 못한다. 아무리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수요에 대한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사회주의적 시장 경제 체제는 지금까지 자본주의의 보이지 않는 손을 극복하기 위해서 이윤 대신에 필요성을 추구해 왔다. 필요한 물품에 대한 욕구 (소비 심리)를 가급적 정확히 그리고 사전에 측정하도록 애써야 한다. 그래야만이 불필요한 상품의 생산을 억제할 수 있다.

 

사실 소비량을 축정한다는 것 자체가 남한과 같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거의 통용되지 않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수많은 상품들이 팔리지 않고, 창고에 처박혀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소비량을 사전에 측정하기 어렵다는 데 기인한다.

 

3. 재생산: (1) 수선업 장려, (2) 새로운 기계 생산 감축 (3) 기계화 합리화는 (자연을 파괴시키지 않는 조건에서) 인간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4) 자동차 등 새로운 공해 산업을 단계적으로 폐지시켜야 한다. (5) 자원 낭비를 막기 위한 국가적 조처가 뒤따라야 한다. (6) 일회용품을 생산하지 말아야 한다. (7) 쓰레기 재활용 (8) 비분해 물질 생산 금지.

 

4. 새로운 계획 경제: 재고와 이윤만을 남기는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지양하기 위해 새로운 계획 경제를 진척시켜야 한다. 이는 반드시 국가의 명령과 같은 종적 구조로 이루어질 게 아니라, 작은 단체의 감시 위원회를 통해서 상호 협력하고 비판하는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5. 코뮌, 계급 없는 이상 사회: 그러기 위해서는 계획 경제의 주체는 국가일 수 없으며, 소규모 혹은 대규모의 코뮌 형태이어야 한다. (기존 사회주의 국가는 어차피 공산주의 사회로 향하기 위한 과도기의 체제이다. 그러므로 구 동독의 체제는 완전 무결한 사회 형태라고 규정될 수는 없다.) 경제 체제가 코뮌 형식을 이루면 사회 전체는 서서히 코뮌으로 변화될 것이다. 이로써 개개인은 창의성을 발하게 될 것이고, 사회는 민주화될 것이다.

 

독일 생태 공동체 지벤린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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