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마누엘 칸트는 자신의 첫 번째 저작에서 물체의 움직임을 다루었습니다. 즉 운동 그리고 휴지(休止)의 상관관계가 칸트의 첫 번째 관건이었습니다. 휴지는 칸트에 의하면 운동으로 이전되기 이전의 비약이라고 합니다. 이로써 현세의 자연에 관한 완전한 역사는 칸트에 의해 정립되기 시작한 셈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해 칸트는 익명으로 『일반 자연사 그리고 천체의 이론Allgemeine Naturgeschichte und Theorie des Himmels』(1755)을 발표했는데, 여기서 그는 아이작 뉴턴의 원칙에 입각해서 천체를 다루었습니다.
첫 번째 동인은 칸트에 의하면 근원의 소재 내지 원래의 안개 속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은 밀집해 있는 다양한 요소들의 이질적이고 특수한 무게입니다. 칸트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그런 식으로 가득 찬 공간 속에서는 일반적인 휴식은 오로지 한 순간으로만 존속될 뿐이다.” 안정된 휴식의 상태는 개별적인 것들의 상호 부딪침에 의해서 순식간에 파괴되고 맙니다. 이때 발생하는 에너지의 세기는 두 배로 증가됩니다. 물체의 운동의 과정에서는 배척 외에도 인력이 작용합니다. 부딪침과 끌어당김이라는 두 가지 작용으로 인하여 공간에서 부유하던 물질은 빙빙 원을 그리며 돌게 됩니다. 만약 물질이 섬세한 부분으로 해체될 경우, 두 에너지는 외부로 드러납니다.
칸트는 세계를 다음과 같이 이해합니다. 즉 세계는 마치 안개로 이루어져 있는데, 거기에는 여러 가지 구성 요소들이 때로는 느슨하게, 때로는 밀집하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것은 밀침과 당김이라는 근원적인 에너지입니다. 첫 번째 에너지의 유형이 바로 새로운 무엇을 가리키는데, 칸트는 이것을 뉴턴의 물질의 이론을 근거로 해명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두 가지 기능입니다. 그 하나는 배척인데, 이는 물질이 내부로 파고들 수 없는 특성을 지니고 있음을 알려줍니다. 다른 하나는 당김인데, 이는 뉴턴의 물리학이 언급하는, 먼 곳으로 영향을 끼치는 인력을 가리킵니다. 이것은 안개 자욱한 세계의 모태 속에 담긴 근원적 에너지에 관한 논쟁이며, 논쟁의 주요 내용은 물리적인 세계입니다. 이로써 만유인력의 특성은 외부의 힘을 배척하는 물체의 특성과 함께 물질의 두 가지 중요한 특징으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당김 그리고 배척이라는 두 가지 기본적 에너지의 변증법은 약 2000년 동안 거론되지 않다가 창조에 관한 기계주의의 역사의 문제로 받아들이게 된 것입니다. 이로써 아낙시만드로스의 카오스 개념은 새롭게 사상적 핵심 사항으로 부각됩니다. 물론 칸트가 출현하기 100년 전에 벨기에의 연금술사, 판 헬몬트는 카오스의 개념에서 “가스”라는 조어를 사용한 바 있습니다. 칸트는 이미 당시에 충분히 주어져 있는 기계 공학의 놀라운 지적 능력을 포기하려 하지는 않습니다. 아니, 이러한 물리 역학은 세계를 고찰하는 방법 가운데 기껏해야 하나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간주하였습니다.
칸트의 시대에는 독일에서 세계 창조에 관한 마력적인 유희, 즉 연금술이 널리 퍼져 있었고, 하나의 유행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칸트의 우주 진화론을 이러한 연금술과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 세계 창조를 위한 마력적인 유희는 물질을 형성하고, 생명을 태동하게 하는 지적 능력을 전제로 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단호하게 말하건대 물질에서 세계를 창조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는 연금술이라는 염색 기술이었습니다.
칸트는 자신의 대표적 문헌, 『순수 이성 비판』의 독립적인 대목에서 선험 논리적인 결정주의 내지 메커니즘에 관해서 자신의 고유한 법률적 해석을 첨부시키고 있습니다. “제반 사물의 형이상학”은 세계의 형성 과정에 관해서 힘차고도 현실감 넘치게 해명하고 있는데, 한마디로 “지식의 형이상학”으로 대치되어 있습니다. 칸트는 자연에 관한 모든 것을 철학적 비판주의의 관점에서 고찰합니다.
물론 자연에 대한 칸트의 이해는 주어진 무엇에 대한 인식과 완전히 동떨어진 게 아니라, 뉴턴의 자연과학을 충분히 수용한 것이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자연이란 칸트에게는 자연과학적 계산에 의해 도달한 확신의 표현으로 이해될 수 있었습니다. 칸트는 『순수 이성 비판』의 핵심적 서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자연은 제반 사물들의 현존재이다. 적어도 이것이 보편적 법칙에 따라 규정되는 한에서는 그러하다.”
물질은 칸트의 『순수 이성 비판』에 의하면 더 이상 마치 근원적 안개처럼 출현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마치 우주 형성 이론에서 언급되는 공간 속의 안개 내지 어떤 의식과는 완전히 독립된 무엇입니다. 다시 말해 카오스 이론의 의미로서의 물질은 공간이라든가 근원적 안개와는 완전히 다른, 이질적인 것입니다. 칸트는 이러한 이질적인 것을 “느낌의 소재Stoff der Empfindung”라는 용어로 명명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느낌의 소재”는 인식 이론적으로 고찰할 때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고로 자리매김하기 이전의 흐릿하고 불명료한 무엇을 가리킵니다.
이에 반해서 물리적 이론적 의미로서의 물질은 순수한 오성 개념의 어떤 선험적 연역성에서 유래한, 상당히 복합적인 산물이라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오성 개념의 선험적 연역성은 무엇보다도 직관이라는 카테고리에서 유래한 것인데, 칸트가 마지막 경험의 대상으로 찾아낸 것을 가리킵니다. 이를 위한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관계, 즉 실체, 인과성 그리고 상호 작용 등과 같은 카테고리입니다. 이러한 카테고리들은 논리적으로 얼마나 일원적인 유사성을 지니고 있는가에 따라 우리로 하여금 제반 현상들을 어떤 기계적인 경험으로 해독하게 합니다.
이성 비판의 관계에 관한 카테고리보다도 더 구체적으로 명료하게 물질을 구명한 문헌이 있습니다. 그것은 칸트가 지속적으로 추구한 자연 철학의 학설을 보완해주는 문헌인데, 『자연과학의 형이상학적 기초 원리Die metaphysischen Anfangsgründe der Naturwissenschaft』(1787)를 가리킵니다. 여기서 칸트는 물질을 “외적 의미의 어떤 대상인 무엇”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내적 의미가 아니라) 외적 의미의 대상들은 수학적으로, 다시 말해서 학문적 방법 내지 물리 역학적으로 얼마든지 다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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