횔덜린 22

서로박: 횔덜린의 "히페리온" (1)

(1) 위대한 명작은 끝없는 집필과 퇴고의 과정을 통해 탄생한다.: 친애하는 K, 독일 최대의 시인, 프리드리히 횔덜린 (1770 - 1843)의 소설, "히페리온"은 1797년에서 1799에 두 권으로 간행되었습니다. 이 작품의 초고는 이미 1792년에 집필되었는데, 현재 유실되고 없습니다. 1794년에 시인은 발터스하우젠의 칼프 부인의 집에서 가정교사로 일했습니다. 이때 시인은 「히페리온에 관한 단편」 [1]을 집필하여, 실러 (Schiller)의 잡지, "탈리아 Thalia"에 간행하게 했습니다. 이로써 횔덜린의 작품은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1795년 여름에 코타 출판사는 시인에게 100 굴덴을 지급하고 본격적 집필을 종용하였지요. 그리하여 횔덜린은 「휘페리온 운문 판」 ..

40 근대독문헌 2022.01.02

블로흐: 유토피아의 의미에 관하여 (4)

(앞에서 이어집니다.) 이로써 유토피아는 정의를 벗어난 현실 상황을 측정할 수 있는 척도가 됩니다. 그래, 그것은 정의에서 벗어난 현실 상황 이전에 이미 의식된, 하나의 가르침으로 이어져온, 지금도 그러한 이념에 의해서 모든 것을 측정합니다. 이는 횔덜린의 『히페리온』이 말하고자 했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시인은 자신의 서간체 소설에서 “시민주체Citoyen”의 “끼니 문제와 직결되는 유토피아의 입장”에서 장차 도래할 부르주아 계층을 비판하지 않았던가요? (여기서 “끼니 문제와 직결되는 유토피아의 입장”은 원문대로 직역하면 “식탁 앞에서 유효한 유토피아”가 될 것이다. 주인공 히페리온과 같은 시토이앙은 생존에 가장 필요한 재화 및 노동을 중시하지만, 다른 한편 다음의 일을 삶의 중요한 영역이라고 ..

29 Bloch 번역 2021.12.03

서로박: 귄더로데의 '꿈 속의 키스'

카롤리네 귄더로데 (Karoline von Günderrode, 1780 - 1806)는 독일 문학사에서 간간히 거론되는 시인입니다. 그미는 티안 (Tian)이라는 남자 이름을 필명으로 사용하였습니다. 19세기 초에는 여성이 문예지에 작품을 발표한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여자라는 이유로 자신의 문학이 처음부터 폄훼당할까봐 필명을 사용했던 것입니다. 그미의 삶은 1806년 라인 강가에서 자결한 사실을 제외한다면, 그다지 특이한 면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극단적인 첨예함은 시와 극작품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카롤리네는 폭정에 저항하다가 서서히 광증에 사로잡힌 프리드리히 횔덜린 (Friedrich Hölderlin, 1770 - 1843)에 대해 커다란 동정심을 드러내었으며, 창작에 임할 때 인간 평등..

41 19전독문헌 2021.10.31

(단상. 490) 일일삼성 (一日三省)

"내가 나 자신을 강하게 비판하는 이유는 인간 모두가 남보다 자기 자신을 더욱더 쉽사리 용서하는 경향을 지니기 때문이다." (의상) "내가 나를 인정하지 않는데, 누구에게 나를 인정해 달라고 요구할 것인가?" (횔덜린) "다른 사람의 사랑을 받느니, 차라리 나에게서 미움을 받겠다." (헤밍웨이) "흔들리지 말자. 나에 관한 갤러리들의 말은 모두 허튼 소리이다." (최경주)

3 내 단상 2021.09.09

호르스터: 블로흐의 사상 (3)

에른스트 블로흐는 아직 완결되지 않은 존재로서의 존재를 “아직 아닌 존재 (das Noch-Nicht- Sein)”로 규정하였다. “아직 아닌 존재”는 “아직 아닌 의식” 내지 “의식되지 않은 무엇”과 연합 전전을 구축하고 있는데, 블로흐 이전의 형이상학에서는 학문적으로 명명된 바 없다. 이전의 형이상학에서는 존재는 처음부터 완결되어 있는 무엇으로 다루어졌다. 그러나 블로흐의 경우는 이를 배격한다. 때문에 블로흐의 철학은 새로운 형이상학이라고 명명될 수 있다. 그렇지만 블로흐가 과거의 형이상학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블로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의 다음과 같은 핵심적 사고를 차용한다.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본질은 개별적으로 실존하고 있는 무엇과의 일치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고 한다. “아..

29 Bloch 번역 2021.08.24

서로박: 횔덜린의 엠페도클레스의 죽음

횔덜린의 「엠페도클레스의 죽음」은 1797년에서 1800년 사이에 씌어졌으며, 시인이 사망한 뒤에야 (1826년) 발표된 미완성 드라마이다. 세편의 원고 가운데 제 2고만이 "Der Tod des Empedokles. Ein Trauerspiel in fünf Akten"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엠페도클레스는 실제로 BC. 5세기 (지금은 시칠리아의 아그리겐트인) 아크라가스 출신의 고대 철학자, 시인, 의사 그리고 정치가이다. 횔덜린은 1797년 곤타르家에서 작품을 구상하였으나, 제 2막에서 집필을 중단하였다. 1798년 그는 홈부르크에서 제 2고를 착수하였으며, 제 3고에서 근본적 수정을 가했다. 횔덜린은 친구 싱클레어에게 보낸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기술하였다. “엠페도클레스는 역사극도 아니고, 고대..

40 근대독문헌 2021.06.12

(명시 소개) 이동순의 시,「눈물의 세월」(1)

「눈물의 세월」 이동순 그해 동짓달 텃밭의 무 배추 막 수확 앞두고 있었는데 벼락 같이 이주 명령 떨어졌네 이틀 안에 이삿짐 싸서 우라지오 역으로 집결하라고 하네 사나흘분 음식 집집마다 준비하라고 하네 아직 농작물 거두기도 전인데 달리 먹을 게 어디 있나 이리저리 둘러보니 그저 만만한 닭 돼지 모조리 잡아 굵은 소금 뿌려 고기 장만하고 감자 옥수수 밀가루 자루에 담아서 꽁꽁 묶고 덮던 누더기 이불 몇 채 둘둘 말아 역으로 가는데 어찌 그리도 눈물이 흐르던지 가다가 돌아보고 또 가다가 돌아보고 앞마당 삽사리는 수상한 눈치 채었는지 마냥 짖으며 뒤따라오는데 주인 잃은 다른 집 개들도 허둥지둥 역 구내 인파 사이로 두리번거리며 헤매는데 무정한 이주열차는 검은 연기 뿜으며 기적 울리는구나 흰둥아 나 지금 떠나지..

19 한국 문학 2021.04.23

횔덜린의 시 "봄"

"만약 하늘의 눈 (眼)에, 지구의 가슴에 봄이 다시 도래한다면, 누가 사랑 그리고 위대한 행위의 기쁨을 갈구하지 않겠는가?Wer sehnt sich nicht nach Freuden der Liebe und großen Taten, wenn im Auge des Himmels und im Busen der Erde der Frühling wiederkehrt? " (횔덜린의 "휘페리온"에서) 봄 횔덜린 빛이 환히 비치고, 들판이 만개하네, 낮은 온화하게 새순과 함께 찾아오고 저녁은 덩달아 꽃눈 피우고 밝은 나날은 낮을 도래하게 한 하늘 아래로 저물어가네. 일 년은 축제를 위해 준비해둔 어떤 찬란한 의상처럼 시간에 맞추어 모습을 드러내고. 사람들의 일손은 새로운 목표로대 시작되고 이렇듯 수많은 기적이네,..

21 독일시 2021.04.01

서로박: 헤름린의 시

슈테판 헤름린의 작품은 그의 삶과 밀접한 관련성을 지니고 있다. 유대인의 대부호의 집에서 태어난 그는 (본명은 루돌프 레더였다) 1931년에 공산당 청년 동맹에 가담하였다. 그후 1936년 에스파냐 내전에 참가했으며,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에, 1947년 동독으로 돌아왔다. 자신의 초기 시집은 자신이 겪어온 사회적 궤적을 그대로 보여준다. 파시즘에 대한 투쟁, 전후 시대, 쟁전 시대 그리고 1953년 이후의 경직된 사회주의 등이 그의 작품의 배후를 장식하고 있다. 그럼에도 헤름린의 문학적 자양은 프랑스 문학에서 발견된다. 실제로 헤름린은 말라르메, 엘뤼아르, 아폴리네르 등의 문학 작품에서 커다란 감명을 받았다. 50년대와 60년대에 그는 동서독에서 비판적인 반응을 얻게 되었다. 서독 사람들은 헤름린..

45 동독문학 2021.01.10

스카르다넬리, 그 이름 속의 일곱 가지 의미 (2)

6. 스스로 자신을 비하하려고 했는가?: 그렇지만 후세 사람들은 스카르다넬리의 이름의 의미를 계속 추적하였습니다. 이를테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여섯 가지의 개연성을 찾을 수 있는데, 이것들은 사실로 확정될 수 없는 추론에 불과합니다. 첫째로 빌레펠트의 어학자, 크리스티안 외스터잔트포르트 Chr. Oestersandfort는 시인이 자신을 비하하기 위해서 그런 이름을 붙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스카르단”은 발음상으로 “Scharlatan (야바위꾼, 협잡꾼, 돌팔이 의사)”을 연상시키며, “elli” 라는 접미사는 “놈”과 같은 인간 비하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의하면 횔덜린은 자신을 “겸허한 마음으로 글을 쓰는 자”라고 명명하고 싶었다는 것입니다. 사실 횔덜린은 찾아오는 손님에게 깍듯이 인..

41 19전독문헌 2021.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