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근대독문헌

서로박: 횔덜린의 "히페리온" (1)

필자 (匹子) 2022. 1. 2. 11:21

(1) 위대한 명작은 끝없는 집필과 퇴고의 과정을 통해 탄생한다.: 친애하는 K, 독일 최대의 시인, 프리드리히 횔덜린 (1770 - 1843)의 소설, "히페리온"은 1797년에서 1799에 두 권으로 간행되었습니다. 이 작품의 초고는 이미 1792년에 집필되었는데, 현재 유실되고 없습니다. 1794년에 시인은 발터스하우젠의 칼프 부인의 집에서 가정교사로 일했습니다. 이때 시인은 「히페리온에 관한 단편」 [1]을 집필하여, 실러 (Schiller)의 잡지, "탈리아 Thalia"에 간행하게 했습니다. 이로써 횔덜린의 작품은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1795년 여름에 코타 출판사는 시인에게 100 굴덴을 지급하고 본격적 집필을 종용하였지요. 그리하여 횔덜린은 「휘페리온 운문 판」 [2]을 쓰다가, 중단했습니다.

 

이 판에는 피히테와 플라톤의 철학적 영향이 용해되어 있습니다. 1795년 가을에 「히페리온의 청춘 시절」 [3]이 집필되었습니다. 1795/96년 겨울 『히페리온』 초고 [4]가 완성되었습니다. 코타 출판사는 시인에게 편지를 보내어 원고를 약간 줄일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리하여 1797년 가을에 히페리온의 완성 본 [5]이 드디어 탈고되었으며, 이듬해 4월 히페리온 제 1권이, 1799년 가을에 히페리온 제 2권이 간행되었습니다.

 

(2) 작품에 대한 영향: 이 작품에 대한 영향으로서 우리는 세 작품을 거론할 수 있습니다. 장 작 루소의 소설 작품『새로운 엘로이스』(1761 - 1764), 빌헬름 하인제의 『아르딩겔로』 그리고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고뇌』 등이 바로 그 작품들입니다. 횔덜린의 “히페리온”은 괴테의 “베르테르”처럼 자신의 운명에 관해 자세히 기술합니다. 괴테는 모든 사건을 시간 순서대로 서술하고, 베르테르의 최후를 가상적 편집자에 의해서 기록하게 조처하였습니다. 이에 반해서 횔덜린은 모든 것을 회상 형식으로 서술하면서, 히페리온과 디오티마 사이에서 교환된 편지들을 작품 사이사이에 삽입하였습니다. 

 

두 작품은 운명에 대한 시각 또한 다르게 드러냅니다. 베르테르의 편지가 사랑과 자연에 대한 강렬하고도 즉흥적 묘사로 이루어져 있다면, 히페리온은 자신의 운명을 멀리서 관조하고 있습니다. 횔덜린 소설 『히페리온』은 실패를 거듭한 어느 사내가 고향으로 돌아온 시점부터 시작됩니다. 주인공, 히페리온은 그리스인으로서 행위하고 성찰하는, 고결한 인간입니다. 그는 독일인 친구, 벨라르민에게 편지를 보내는데, 작품은 이러한 편지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횔덜린은 그리스를 한 번도 찾아간 적이 없는데도 몇몇 책을 참고하여 그리스를 탁월하게 묘사하였습니다.

 

(3) 횔덜린의 명작 소설에 담긴 세 가지 특징: 친애하는 K, 횔덜린의 소설은 세 가지 특징을 드러냅니다. 첫째로 그것은 혁명적 행위의 제반 조건들과 그 가능성을 성찰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혁명의 가능성은 보편적 사회체제로서의 국가의 존립 여부에 관한 근본적 물음과 관련됩니다. 이는 작가의 프랑스 혁명에 대한 깊은 영향에 기인한 것입니다. 둘째로 작품은 당시에 서서히 제기되던 보편적 역사 철학 그리고 생철학에 관한 문제들을 차례대로 담고 있습니다. 

 

특히 스피노자 Spinoza와 피히테 Fichte의 입장은 소설 전편에 간간이 삽입되어 있지요. 셋째로 소설 전편에 흐르는 내면의 신앙적 열광을 담은 고결한 정조는 뷔르템베르크 지방의 프로테스탄트 경건주의의 분위기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나중에 횔덜린의 작품은 일반 사람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렇기에 말년에 횔덜린에게 숙식을 제공한 목수 침머 Zimmer는 학문적 지식이라고는 전혀 없는데도, 히페리온을 읽고 커다란 감명을 받았다고 편지에 기술하고 있습니다.

 

(4) 인류의 발전은 “(중심에서) 벗어나는 궤도”로 설명될 수 있다.: "히페리온"은 무엇보다도 다음의 사항을 강조합니다. 즉 인류는 근원적 조화로움을 상실했다는 것입니다. 주인공은 한 개인의 생애 및 전 인류의 생애를 “(중심에서) 벗어나는 궤도 die exzentrische Bahn”로써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어떤 벗어나는 궤도를 지나친다. 이는 유년에서 완전성으로 이행되는 길에 다름 아니다. 영혼의 일원성 그리고 단어의 유일한 의미에서의 존재는 상실되었다. 그러므로 우리가 추구하고 쟁취하려고 한다면, 우리는 이를 반드시 상실하고 말 것이다.” 

 

인간의 근본적인 이상은 횔덜린에 의하면 영혼의 일원성을 되찾는 일과 같습니다. 인류가 (어린 아이에게서 나타나는 이른바) 영혼의 일원성, 다시 말해 근원적 조화로움을 상실한 까닭은 근본적으로 다음의 사항에 있습니다. 즉 개개인은 횔덜린에 의하면 필연적으로 교육 내지 수업을 받고 지식을 쌓게 되나, 이로써 어떤 무엇을 상실하게 된다고 합니다. 즉 신성 神性”, “자연성 自然性”, “유년성 幼年性이 바로 그 무엇이지요. 이를테면 인간은 어린 시절부터 교육과 수업을 받습니다. 이때 필연적으로 생성되는 것은 다른 것으로부터 고립화되는 자의식입니다. 

 

이는 주체와 객체의 대립을 낳고, 나아가 지배 계급을 발전시키게 하는 모태로 작용합니다. 그렇지만 자의식의 형성은 원래의 조화로움을 -더 나은 의식적 토대위에서- 혁신시키도록 작용합니다. 그렇기에 그것은 처음에는 조화로움을 깨트리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될 경우 더 나은 사회적 삶을 형성시킬 수 있습니다. 작가가 작품의 초반부에 소포클레스의 말을 인용한 것도 이와 관련됩니다. "태어나지 않는 게 가장 큰 행복이지만, 그래도 태어났다면, 자신이 출생한 곳으로 되돌아가는 게 두 번째 커다란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