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리에 17

서로박: (2) 데자크의 급진적 아나키즘 유토피아

6. 혁명 위원회의 새로운 법 규정 (1): 데자크는 다음의 사실을 명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즉 지배 없는 코뮌 사회는 유럽의 시민사회에서 과도기적으로 이전되지 않고서는 결성될 수 없다는 사실 말입니다. 다시 말해서 참다운 무엇은 주어진 무엇으로부터 파생되어야 하지, 무의 심연으로부터 우연히 돌출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가령 1794년 프랑스 혁명 뒤에 나타난 혁명 위원회의 결정 사항은 그에게 무척 중요했습니다. 자고로 모든 사회적 개혁을 실현하게 하는 가장 빠른 길은 하나의 새로운 법을 공표하여 이를 실시하는 일밖에 없는 법입니다. 왜냐하면 법 규정이야 말로 새로운 사회적 삶을 실행하는 데 있어서 가장 적합한 권력 메커니즘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데자크는 혁명 위원회의 15개의 법 규정의 초안을..

32 근대불문헌 2023.05.13

서로박: (2) 모리스의 "유토피아 뉴스"

(앞에서 계속됩니다.) 22세기의 영국에서 환영 받는 일감은 단순 노동 외에도 학문입니다. 사람들은 학문의 연구를 통하여 환경 친화적인 에너지를 창조해낼 수 있었습니다. 이에 비하면 사람들은 고도로 발전된 기계의 사용을 결코 애호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기계에는 인간의 예술적 감각이 조금도 반영되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물론 모리스는 작품 속에 기계 설계 및 이에 관한 세부적인 기술적 사항을 사변적으로 그리고 정밀하게 해명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사실 모리스는 기계와 자연과학에 관해서 잘 모른다는 것을 은연중에 시인합니다. 그렇지만 작가에게 중요한 것은 과학 기술의 구체적 사항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인간과 자연에 친화적인 과학과 기술이 환영 받는 사회적 전제조건을 마련하는 일이었습니다. 우연히 아름다운 ..

35 근대영문헌 2023.04.23

박설호: (2) 에른스트 블로흐 읽기 (III) 서문

(앞에서 계속됩니다.) 제 3부에 실린 글은 얼핏 보기에는 블로흐 연구와 무관하게 보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연구 대상은 다를지 몰라도, 독자들은 논의의 전개 및 방법론에 있어서 에른스트 블로흐를 유추할 수 있으리라고 여겨집니다. 첫 번째 글 「이반 일리히의 젠더 이론 비판」은 미발표의 논문으로서 일리히의 저작물 『젠더』를 비판적으로 구명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통해서 필자는 두 가지 사항을 지적하려 하였습니다. 그 하나는 일리히의 과거 지향적 관점이 퇴행의 반동적 세계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며, 다른 하나는 젠더에 대한 일리치의 시각이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고찰할 때 추상적이고 전근대적이라는 점입니다. 「원시 사회는 암반위에 있고, 문명사회는 절벽을 기어오르는가?」는 김유동 교수의 『충적세 문..

27 Bloch 저술 2023.04.22

서로박: (3) 바이틀링의 기독교 공산주의

(앞에서 계속됩니다.) 11. 바이틀링의 사회주의 경제 시스템: 두 번째로 바이틀링이 추구한 바람직한 국가 공동체의 상에 관해서 개괄적으로 살펴보려고 합니다. 이는 바이틀링이 이에 관해서 세부적으로 치밀하게 구성적으로 개진하지 않았다는 데에서 기인합니다. 첫째로 바이틀링의 경제 시스템은 엄격한 공동체 중심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사유재산제, 유산의 권한, 화폐 그리고 시장 등이 철폐되어 있습니다. 유산의 권한을 없앤다는 것은 이를테면 귀족과 같은 시민 사회의 특권층을 용인해서는 안 된다는 발상에서 비롯한 것입니다. 화폐 그리고 시장의 철폐는 이윤추구의 행위를 근절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이를 고려한다면, 바이틀링의 유토피아는 사회주의의 계획 경제 구도와 인접해 있습니다. 사회주의 계획 경제의..

26 유토피아 2023.03.31

서로박: 카인호르스트의 비판적 유토피아

2013년 드레스덴에서 기이한 데모가 열렸다. 누군가 36킬로의 털실로 탱크를 싸고 이를 전시했다. 독일은 1945년부터 지속적으로 해외에 레오파드 1이라는 전차를 판매하면서 돈을 벌었다. 유럽의 평화와 풍요로움은 무엇보다도 중동 지방에 무기를 판매함으로써 가능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유럽은 중동 지방의 전쟁과 살육에 모르쇠로 일관할 수 있는가? 브렉시트에 동의하는 영국인들은 이를 제대로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아네테 카인호르스트는 1985년 『미국 현대 문학에 나타난 여성 유토피아』를 간행하였다. 이 연구서는 단순히 미국 문학의 연구라는 작품 내재적인 분석에 국한되지 않는다. 저자는 본 연구를 통해서 새로운 각도에서 도출해낼 수 있는 “비판적 유토피아”의 성립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이를 고려한다면 카..

26 유토피아 2022.06.19

서로박: 푸리에의 팔랑스테르 (4)

26. 지방자치적인 유토피아의 상: 잘 구획되고 정리된 공동체 국가는 궁극적으로 존재할 수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팔랑스테르는 제각기 독자적 행정 체제를 지니기 때문입니다. 바로 여기서 우리는 푸리에의 유토피아의 지방분권적이고 연방주의의 특성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인류는 먼 미래에 40억까지 증가하게 되고, 그 다음부터 풍요롭고 사치스러운 삶의 방식은 줄어들 것이라고 합니다. 이는 오늘날의 현실을 염두에 둘 때 얼마나 그럴듯한 예견입니까? 19세기 초에 증기 기관이 발명되고, 철도가 개설되자, 푸리에는 반-상어, 반-고래, 반-사자 등에 관한 상상을 더 이상 진척시키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현대인들은 푸리에의 예언대로 오늘날 자통차를 타고 “마르세유를 떠나, 리옹에서 점심을 먹고, 파리에서 저녁 ..

32 근대불문헌 2022.04.28

서로박: 푸리에의 팔랑스테르 (3)

18. 과학 기술을 중시하는 공동체: 팔랑스테르 공동체는 과학 기술과 학문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합니다. 새로운 사회 질서는 학문과 기술에 의해서 추진되는 생산력의 신장을 요구합니다. 과거의 학문이 실제 현실의 경제적 생산 구도를 은폐하거나 무시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공동체의 삶과 직결되는 학문과 과학 기술은 공동체에게 전체적으로 공동선과 부를 마련해줄 수 있다고 합니다. 19. 일부일처제를 폐지한 자유로운 삶: 푸리에는 인간 삶의 황폐화의 원인을 산업 외에도 일부일처제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랑이라는 이름하에 부부 간에 영속적인 정조를 강요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일부일처제는 상대방을 속이고, 은밀하게 행해지는 성적 관행을 은폐하게 합니다. 따라서 성적 욕망의 중요성을..

32 근대불문헌 2022.04.27

서로박: 푸리에의 팔랑스테르 (2)

9. 삶의 가장 중요한 문제를 다루는 학자의 사고는 비난당하고 외면당해 왔다.: 사실 향유와 노동은 인간사에서 가장 중요한 일감입니다. 그렇기에 향유와 노동을 결합시키려고 하는 푸리에의 시도야 말로 가장 중요한 과업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리에는 수많은 학자들에 의해서 헛된 망상으로 치부되거나, 방종한 사고로 매도되었습니다. 그의 전집이 20세기 후반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간행되었다는 사실은 이를 반증해주고 있습니다. 사실 푸리에는 처음부터 두 개의 그룹 사람들을 자신의 적으로 규정하였습니다. 그 하나는 “철학자”로 언급되는 식자 그룹이며, 다른 하나는 상인 그룹입니다. 이들은 푸리에에 의하면 문명이라는 사탄의 사회에서 가장 추악한 두 개의 그룹이라고 합니다. 상인에 관해서는 분명하므로 ..

32 근대불문헌 2022.04.26

서로박: 푸리에의 팔랑스테르 (1)

1. 푸리에는 허튼 소리를 내뱉는 기인으로 이해되었다: 친애하는 F, 유토피아 사상가 가운데에서 샤를 푸리에 (1772 - 1837만큼 세인들로부터 노골적이고도 악랄한 비난을 감수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그를 “기괴한 인간”, “가정 파괴범”, “체제파괴적인 반정부주의자”, “음탕한 속물”로 규정하였습니다. 사실 푸리에는 참으로 황당무계한 논리를 전개하였습니다. 그는 케플러의 천체 법칙에 의거하여, 혹성들 사이의 비밀스러운 교신을 거론하였고, 북극성에서 나오는 안달루시아의 열기가 액체를 토해낸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북극에서 품어 나오는 방향유를 통해서 바닷물을 레몬주스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하였습니다. 게다가 정어리, 청어 그리고 조개류가 바다 속의 모든 해로운 동물들을 무찌르며..

32 근대불문헌 2022.04.26

재생 가능 에너지 (5) 바이오디젤

사진 1. 넷째로 바이오디젤에 관해서 언급할까 합니다. 콩 기름으로 만든 바이오디젤. 독일 사람들은 20년 전에 콩기름, 참기름 혹은 올리브유로 작동되는 자동차를 개발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유럽의 석유회사들은 자신의 경제적 이득을 위하여 콩기름 자동차를 더 이상 생산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인간의 기술은 얼마든지 개발 가능한데도, 사람들은 자신의 이득을 위하여 가솔린 자동차만을 고집하였던 것입니다. 이는 루돌프 바로 Rudolf Bahro가 “구원의 논리”에서 지적한 바 있듯이,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자본주의의 메가 시스템 때문입니다. 사진 2: 바이오 디젤의 순수 물질이 플라스크에 담겨 있습니다. 남한에도 바이오디젤이 생산 가동 중입니다. 그런데도 대한 석유공사는 석유 판매를 위하여 바이오디젤의 사용을..

4 탈핵 환경 2022.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