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수십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자신의 기억과 갈망의 편린을 시구 속에 담아 왔습니다. 시인은 어느 상황을 포착하고, 아무런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그것을 서술합니다. (그러나 행과 행 사이에 숨어 있는 처절한 감정의 여운이 은밀히 드러날 때 나는 놀라운 시적 페이소스에 감복하곤 했습니다.) 상황 속에는 수많은 체험들이 마구 뒤엉켜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상황은 현재의 상황일 수도 있고, 과거의 기억의 편린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시 홍등의 전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삿짐을 싣고 트럭이 지나간다. 점 보는 집이 지나간다. 얼굴 찢긴 후보들이 지나간다. 허벅지를 드러내고 화투를 치는 여자들이 지나간다. 붉은 등 아래 담배를 물고 서 있는 여자도 지나간다. 붉은 등이 그립던 날들과 엥겔스가 옳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