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주 13

서로박: 그 언덕에 세워진 이정주 시인의 탑 (2)

2. 음각과 그림자 속에 도사린 여백의 만화경 너: “기억과 갈망의 몽타주”라는 표현이 흥미롭군요. 나: 시인의 작품 속에는 과거의 찬란한, 혹은 끔찍한 기억으로서의 상이라든가 갈구하는 삶에 대한 갈망의 상이 현재 현실에 중첩되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정주의 시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우리는 일단 작품들을 여러 번 정독해야 합니다. 게다가 그의 시를 자구적으로 이해할 게 아니라, 시적 현실 속에 담긴 배후의 상, 다시 말해서 기억과 갈망의 상을 도출해내야 합니다. 시작품 속에 활용된 시어들에 집착하지 말고, 그 속의 여백을 고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요. 만약 겉으로 드러난 시적 표현의 양각 뒤에 숨어 있는, 어떤 음각의 상을 바라보게 되면, 우리는 이정주의 시가 지향하는 바를 분명하게 감지할 수 있습니..

19 한국 문학 2020.08.27

서로박: 그 언덕에 세워진 이정주 시인의 탑 (1)

1. 기억과 갈망의 몽타주 너: 이정주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아무래도 나는 육식성이다』가 간행됩니다. 수록된 작품들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요? 나: 감히 말씀드리건대, 시집에 수록된 약 10편의 작품만큼은 어떠한 문학상으로도 보상받을 수 없는 찬란한 기념비와 같습니다. 지금까지 이정주 시인은 다른 곳에 눈을 돌리지 않고, 오랜 시간 시작품의 창조에 매진해 왔습니다. 그는 생업을 제외하면 다른 곳에 거의 눈을 돌리지 않았습니다. 이번 작품들은 간결한 시어 그리고 대화체 등으로 인하여 수월하게 읽혀졌습니다. 너: 시인의 시에는 현실의 맥락을 뛰어넘는 번득이는 비약이 있어요. 그리고 간간이 출현하는 기발한 착상이 독자를 놀라게 하고요. 그밖에 기억해야 할 사항은 주어진 현실에 입각한 기준과 논리에 결코 얽매..

19 한국 문학 2020.08.27